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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Feb 14. 2020

영어를 '정말로' 잘하고 싶다 중간보고 1편

(1) 듣기/말하기는 뫼비우스 띠처럼 얽혀있지만 듣기가 좀 더 중요하다.

https://brunch.co.kr/@crispwatch/289


다 커서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윗글을 참고 바란다. 그로부터 약 3개월 여가 흘렀으니 이쯤이면 중간보고를 할 시기가 되었다. (선언만 하고 놀지 않았다!) 물론 3개월 만에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허풍 떨 의도는 없다. 세상에 그런 마법은 없다. 그저 내가 가는 방향을 알리고 (그래서 잘못된 것이나 더 좋은 의견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중간의 소회를 남기는 목적 정도로 쓸 뿐이다.




1. 굳이 한 강사만 파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어떤 강사의 어떤 강의를 들었다.


요새 유튜브 영어 강의가 정말 많다. 한결같이 경험과 전문성이 뿜어 나오는 내용들이라 그에 달린 댓글들도 대부분 감사함을 담고있다. '이런 내용을 공짜로 볼 수 있는 세상이 오다니!'. 그리고 어김없이 나오는 다짐들도 있다. '이제는 선생님 강의 정주행 하면서 꼭 포기하지 않고 영어 도사가 될 거예요!'


그러나 교과서 한 권만 죽자고 파던 시절은 지났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을뿐더러 모든 영역에서 한 사람의 시선이 옳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강의를 보느냐'가 아니라, '매일 강의를 보는 것'이다. 즉, 포기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어제는 문득 단어 외우는 법이 궁금해서 관련한 영상을 봤다면, 오늘은 말하기 방식을 보고, 내일은 듣기 방식을 배워도 된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매일 영어에 "적극적"으로 노출되는 시간 확보하는 일이다. 나의 경우 하루 2시간 이상은 적극적 학습에 할애했다. (하루 2시간 이상이라는 기준은 심규열 님의 브런치를 보고 적용했다.) 직장인이 그 정도 시간을 어떻게 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쪼개서 보면 누구나/어디에 있든 충분히 가능하다.


내가 짠 하루는 다음과 같다.

- 출근시간 30분 : 원서 독서

- 퇴근시간 30분 : 영어 기사 1~2편 읽기 (The economist, WSJ, Financial Times, etc.)

- 일과 중 자투리 시간 : 영어 문장/단어/collocation 학습(10~30분) (Google)

- 퇴근 후 영어 앱(Cake를 쓴다. 가족끼리 발음 점수 내기한다.)으로 말하기 연습(10~30분)

- 취침 전 영어 학습 영상 (30~60분) (유튜브에서 "Advanced English"등으로 검색)



2. 하다 보니 느낀 점 : 원 목적과 부수 효과의 선순환이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졌다.


헬스 카페에 종종 올라오는 글이 있다. 풀업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복근이 생겼더라는 글이다. 코어 근육의 개입이 필요한 풀업이다 보니 광배근(등)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하는 와중에 자연스레 복근도 생겨버린 것이다. (비아그라의 사례도 동일하다.)


영어에서 이와 비슷한 효과를 본 게 있다. 바로 발성과 듣기다. 발성법을 좀 고쳤더니 놀랍게도 듣기도 향상됐다. 시작은 의외의 매체에서 비롯했다.


미국에 온 초기였다. 내가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문장으로 말을 던졌음에도 상대가 이를 알아듣지 못하고 'Pardon me?', 'Sorry?'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 사태가 벌어졌던 날, 나는 답답한 마음에 스트레스나 풀 겸 운동 유튜버인 '파워게르만' 님의 계정에 접속했다. 그런데 영상 목록 중 뜬금없이 외국어 발음에 대한 제목이 있었다. 무엇에 끌린 듯 클릭했더니 성악하듯이 목 안쪽에서 소리를 내면 좋다는 내용을 알려 주었다.


소리가 나오는 부위 차이라는 개념이 문득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참에 궁금해진 나는 몇 가지 소스를 더 찾았다. 유튜버 '멜번 오지랖' 님은 주파수를 언급하셨고,  '박앵커의 뭉치영어'에서도 이들과 유사한 내용(톤을 높이라)이 언급됐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 보니 "목 안쪽에서 톤을 약간 높이는 발성"이 되었는데, 곰곰 생각하니 목소리가 굵다 싶은 미국 사람들도 정작 톤만 보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희한한 것은 내가 발성법을 바꿨더니 갑자기 듣기도 한결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이유를 고민해 봤다. 일단 발성법을 연습하며 자료를 찾는 동안 듣기에도 노출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발성법을 따라 하다가 그에 맞는 톤이나 주파수로 청각 설정이 차츰 바뀌어 간 것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발성법을 연습했더니 듣기가 뒤따라 왔다. 그리고 듣기가 잘 되니 말하기도 한결 나아졌다. 대화의 주제를 놓치는 게 줄고, 내가 끼어들 타이밍을 좀 더 캐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순환이었다.



3. 그러다 보니 나온 결론 : 중요성으로 치면 듣기 > 말하기다.


사실 말하기가 개선된 것보다 듣기가 개선된 게 체감하는 효용이 크다. 말을 못 해도 제대로 듣기만 한다면 상황에 따라 그저 웃거나 화를 내는 것만으로도 의사소통이 된다. 하지만 말을 암만 유창하게 해도 문맥에 어긋난다면 그건 대화가 아니다.


듣기를 판가름하는 것은 흔히 얘기하는 '배려 영어(상대방의 부족한 영어를 인식해서 또박또박 천천히 얘기해 주는 것)'이냐 일상 영어냐의 차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부 영어, 남부 영어, 인도 영어, 필리핀 영어, 중국 영어, 프랑스 영어, 아프리카 영어 등을 통칭한다.


만약 저 다양한 언어들을 '전화'를 통해서 진행한다면 난이도는 3배 정도 상승한다. 처음 전화 영어를 들었을 땐, 보험 광고에서 주요 주의 사항을 마지막 전 몇 초만에 기계처럼 따다다다 읊는 것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모든 듣기가 된다면 일상에서 부딪히는 영어 문제는 한결 쉬워진다. 이름 말해달라고 할 때 이름을 말하면 되고, 주소를 부르랄 때 주소를 부르면 되고, 다른 문제에서는 예스나 노로 대답해도 된다.


사람들이 각종 표현을 익히고 외우는 것도(유튜버 '라이브 아카데미(일명 빨간 모자 선생님)'를 애용한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나올 수 있도록 연습하는 동시에, 상대방이 그 표현을 쓸 때 곧바로 캐치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도 있는 것이다.





지겨워도 매일매일 꾸역꾸역 듣고, 읽고 말을 한다. 어느 날은 미국인도 감탄할 정도로 영어가 잘 나오다가 어떤 날은 중학생도 나보다 낫겠다는 식의 엉터리 영어가 나온다. 울퉁불퉁 굴곡이 있지만 그럼에도 매일 한다. 가까이서 보면 요철이 있는 길이지만 멀리서 보면 우상향 하는 모습이란 것을 알고 믿기 때문이다. (장승수 씨의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를 읽은 이후 내가 가진 철칙이자, 최근 강경원 선수의 유튜브를 보며 다시금 새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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