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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23. 2019

영어를 '정말로' 잘하고 싶다.

전략을 세워보자!

Top Ivy MBA에 합격한 선배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 합격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학부? 학점? 에세이? 지금 다니는 회사의 네임 밸류?

- 사실 그 모든 게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영어. 영어를 잘해야 해. 어느 정도냐면, 미국 변호사와 싸울 수 있을 만큼 잘해야 해.


잠깐 뜸을 들인 뒤 그는 다시 말했다.


- 영어를 정말로 잘해야 해.




나는 전형적인 Survival English를 쓰는 직장인이다. 그렇지만 삶에 불편한 적은 없었다. 잦은 출장으로 해외에 익숙하다 보니 외국에서 다른 한국인의 영어를 종종 돕는 일까지도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미국에 다시 오게 되었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일을 한 지도 어느새 6개월이 되어 간다. 매주 목요일 아침 회의 때마다 내가 만든 자료를 프레젠테이션하고 뒤따르는 질의응답을 처리하는 일에 문제가 없다. 매일 아침 친한 동료끼리 만든 Coffee group에서 나누는 담소도 부담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상점에 가는 것에, 아이 일 때문에 학교에 가는 것에, 문제가 생겨 유틸리티 회사에 전화를 하는 것에 겁이 나지 않는 정도. 딱 여기까지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지금 내 처지를 보면서 '모래 위에 지은 성'이 왜 그리고 얼마나 취약한지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매일 하루를 무탈하게 마쳤음에도 MBA에 갔던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영어를 '정말로' 잘하고 싶어 졌다.


고등학교 때까지 죽어라고 주어진 공부만 하다가, 대학교 때부터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분야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그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혹자는 내 고시 낙방의 원인을 그러한 공부 방식에서 찾지만, 즐거웠기에 후회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나이가 좀 더 들었고, 그때보다 머리 회전이 좀 덜 할 것이다. 그리고 영어에 둘러싸인 환경은 1년 반 뒤면 끝난다. 시간의 제약과 분명한 목표를 앞에 두고 나는 오랜만에 전략이라는 것을 세워보기로 했다.




전략 수립의 첫 단계는 분석이다.


1. 영어는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어떤 영어 학습 사이트에서 본 말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말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수준'을 뜻한다.'. 생각하지 않고도 시공간에 적합한 말이 튀어나온다는 건 몸으로 익혔다는 소리다.


몸으로 배운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이런 식이다. 대화에 쓸 수 있는 언어 바구니가 있고,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찾아 바구니에서 바로 꺼내 놓는 것이다. 번역이고 생각이고 없이 그냥 '이거?' 이러면서 바로 건져 올려야 한다.


2. 아이들은 영어를 그대로 배운다.


내 딸이 Kinder에 다니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랬더니 몇 개월 되지 않아 영어가 금세 늘었다. 언어 바구니에 영어와 한글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담는 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Thank you = 감사합니다'의 공식이 아니라, 그냥 'Thank you'와 '감사합니다'를 동시에 담아두고 외국인에게 써야 할 때는 'Thank you'를 꺼내고, 한국인에게는 '감사합니다'를 꺼내서 보여주는 것이다.


3. 어른들은 이게 안 된다.


반면 어른들은 이게 잘 안 된다. 언어 바구니가 다 찬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의 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 이는 아마도 뇌가 일정한 기간 이상 특정한 언어에 익숙해지면 무엇을 보고 느끼든 그 언어를 먼저 꺼내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상대가 외국인임에도 '지금 '감사합니다'를 꺼내야 되는 상황인 거죠? 그렇다면 그건 아마도 'Thank you'가 되겠군요.'하고 조심스러워지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전략의 완성은 실행이다.


우연히 어떤 글을 접했는데, 나 같은 비전문가가 행하기엔 무척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 남은 1년 반 동안 출퇴근길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이 방식을 써 보려 한다. 그 주장을 내 방식대로 해석한 것은 다음과 같다.


- 영어를 있는 그대로 언어 바구니에 담는 것은 이미 늦었음을 (또는 이를 위한 기간이 부족함을  * 예를 들면 미국에서 10년 이상을 살 수 없음을) 인정한다.

- 우리가 가진 강점은 한국어를 잘한다는 데 있다.

- 우리가 필요한 것은 한국어에서 영어로의 전환을 빠르게 해 내는 데 있다.


언어가 어차피 몸으로 익히는 것이라면 이 역시 단순 노동에 유사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1년 반이라도 어떤 강도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이는 다년간의 헬스에서 이미 겪어 봤다. 매일매일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이것이 누적되어 3개월, 6개월, 1년이 되면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나는 매일의 지루한 일을 묵묵히 해 낼 수 있다.


1년 반 뒤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로' 영어를 잘하게 되었을 때, 그 방식을 펼치겠다. 어차피 이 브런치의 목적이 남보다 먼저 맨땅에 헤딩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니까.



https://brunch.co.kr/@crispwatch/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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