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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Dec 08. 2017

관심 있는 분야의 지식만 공부합니다.

독서로 치자면 발췌독이지요.

친절한 어떤 분과 대화를 하다가 느낀 잡상-




독서를 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심지어 학창 시절엔 이를 분류해서 배우기도 한다. 통독, 속독, 묵독, 발췌독 등등. 하지만 현실은 이와 사뭇 다르다. 그냥 내 손에 잡히는 책, 한 번 잡으면 오래 안 놓고 볼 수 있는 책을 주로 읽게 된다. 그리고 어떤 책을 그렇게 읽어나가는지는 내 독서성향의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는 시집을 읽으며 감성을 도닥이기도 하고, 다른 이는 주로 비소설 분야를 읽으며 박식함을 보완한다. 사람들이 어떤 성향의 대화를 나누는지는 그가 읽는 책의 종류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식을 얻는 방법은 독서와 꽤 유사하다. 매일신문의 모든 면을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훤히 꿰뚫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지식이라는 것을 쌓기보다는 감성 수준을 높이는 데만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분야에만 관심을 갖는 편이다. 굳이 독서로 비유를 하자면 발췌독의 형식으로 지식을 섭렵하는 편이라 하겠다. 사람에 따라 생각하는 용량이 다르고, 감내할 수 있는 스트레스 임계치가 다르다. 나는 너무 많은 지식 앞에서는 되레 무용지물이 된다. 


사람들이 느끼는 자괴감, 혹은 자격지심은 비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옆집 홍길동 씨, 옆 부서 홍길순 씨는 박학다식한데 나는 그러하지 못해서 슬퍼진다면 은연중에 나는 스스로를 옆집과 옆 부서와 비교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그런 데서 나쁜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박학다식한 사람을 보면 '우와 대단합니다.'라며 엄지를 들어 올려 줄 뿐이다. 


톨스토이가 쓴 '바보 이반'처럼 내 성격이 무조건 착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발췌독 형식으로 지식을 습득하면 자연스레 비교를 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저이가 박학다식을 자랑하는 분야는 그저 내 '관심 밖'일뿐이지 내가 못나서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이가 나보다 다양한 분야를 아는 것에 대해서도 나쁜 말을 할 이유가 없다. 그는 나보다 '더 많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나보다 똑똑하다 그러지 않다는 비교는 슬프다. 하지만 그 분야에 내가 관심이 있다 없다는 것은 기분 나쁠 일 없는 중립적 서술이다. 만약 누가 나에게 '너는 당최 왜 여기에 관심이 없는 거니? 이상도 하다.'라고 한다면 나는 정확하게 같은 강도로 '너는 당최 왜 거기에 관심을 갖는 거니? 이상도 하다.'라고 말해주면 그만이다. 상대도 그 정도 판단력은 있을 테니 이런 유치한 아귀다툼이 벌어질 일은 적어도 성인 사회에서는 거의 없다. 


요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조직이 흘러가는 운영 원리다. 대학 때 전공한 경제학 지식과 그동안 읽었던 심리학, 경영서들의 내용들이 회사에서 보낸 세월들과 겹쳐져 다양하게 섞인 채로 머릿속을 채워간다. 이를 정제하면 나만의 방식으로 회사가 흘러가는 형태를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사실 기대라기보다는 목표라 표현하는 게 더 옳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천재인 이유는 발상의 한계를 정해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쇼라는 것이 있다. 유명한 CEO를 인터뷰하는 쇼다. 루벤스타인 자체가 거대한 사모펀드 회사의 CEO인 만큼 보는 재미가 있다. 뭐랄까.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모두 유명한 사람이니까 질문과 대답에 모두 신경을 쓸 만하다는 느낌이다. 그중 빌 게이츠를 인터뷰 한 편이 있다. (유튜브에 치면 나온다.)


빌 게이츠는 그의 재단을 통해 추구하는 분야가 두 가지라고 말한다. 하나는 전염병의 치유(특히 아프리카). 나머지는 교육이다. 루벤스타인은 그 두 항목을 내세우는 이유가 뭔지 묻는다. 특히 전염병을 줄이는 것에 대한 빌 게이츠의 대답이 멋지다.


(질병이 없어지면) 사람들이 (그런 것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더 나은 일들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보통사람인 나는 그저 돈이 없어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생각의 크기는 역시 달랐다. 세상 전체가 앞으로 나가기 위해 가장 발목을 잡는 요인이 뭔지 고민한 것이다. 


그가 준 또 하나의 팁을 추가하며 오늘의 잡설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힘내는 하루 되길.


중간 관리자, 더 고급 관리자. 이렇게 올라갈수록 내가 가진 권한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진학, 시험, 입사, 진급 등 사회의 한 단계를 거쳤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인생 전체가 180도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 일부는 현실은 그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잠시 비관하다가 이내 세상만사에 불평과 비평만 일삼는 사람으로 변한다. 세계 최고의 갑부도 현실의 한계를 안다. 큰 사람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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