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철근육 Jan 06. 2018

완벽주의와 완벽한 일처리는 다르다.

Micro-manager들의 변명은 이제 그만.

0. 잡상의 발단


속담은 시대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짧은 경구들이다. 오래전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품고 있는 뜻이 시대를 막론하고 잘 들어맞기에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모든 속담들이 다 옳은 말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상식'이 정확한 '지식'은 아닌 것과 유사하다. 


직장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자.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판단하는 일과 연관된 속담 중에 정반대 되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vs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사람을 판단하는 행위의 옳고 그름은 차치하고서, 저 말들만 보자면 우리 조상들은 사람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인가? 아니면 사람 속 자체를 알 길이 없다고 말한 것일까?




1. 직장생활 꿀팁의 모순


인터넷에 나도는 직장 생활 팁에도 유사한 모순이 존재한다.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핵심을 볼 줄 알아야 한다." vs "성공을 가르는 차이는 디테일이다. 완벽하게 하라!"


중요한 것은 핵심인가? 디테일인가? 


실상을 보자면 대부분은 이렇다. 높은 분들은 대개 구름 위에 계시고, 내 바로 위 간부들은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며 나를 괴롭힌다. 높은 분들은 앞의 말씀을 주로 인용하시고, 바로 위 간부들은 뒤의 말을 인용한다. 중간에 낀 우리들은 핵심을 보는 눈을 키우랴, 디테일을 챙기랴 우왕좌왕하다가 지치고 만다.


간혹 생각한다. 높은 분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상론자였을까? 저 과장은 태어날 때부터 완벽주의자였을까? 높은 분들은 어려서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해도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라고 근엄하게 얘기했을까? 저 과장은 어려서 부모님이 밥을 주면 "어제보다 밥알의 개수가 13개가 적은데 그 사유를 알 수 있을까요?"라고 꼬치꼬치 캐물었을까? 


하지만 현실이 그럴리는 없잖은가. 무엇이 이런 현상을 초래한 것일까.




2. 원인 분석 1) 그게 그들의 일이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다. 그들의 역할에 맞는 일을 할 뿐이다. 높은 직위에 올라갈수록 회사의 전략과 가까워야 한다. 큰 안건들을 챙기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진다. 반면 중간 간부들은 실무를 챙겨야 한다. 실무를 제대로 챙겨야 안건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디서 생긴 것이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의견을 낼 수 있다. 그들의 성향이 그런 것이 아니다. 그 자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간혹 각자의 자리에 맞지 않은 성향을 띠는 사람들이 있다. 고위 임원인데 간부처럼 일한다거나 간부인데 임원처럼 구름만 잡는 경우다. 물론 그래야 하는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 재무 쪽 임원이라면 당연히 디테일을 챙길 수밖에 없다. 전략 쪽에 일하는 간부라면 구름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문제다. 그들은 그 자리에 필요한 성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조직에 문제가 생긴다. 




3. 원인 분석 2) 포장이 잘 못 되었다.


회사에서 각자의 직급에 맞는 성향이 유형별로 존재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그 자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런 성향이 자신의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 후배들에게 자신을 포장해서 의사를 전달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모순되는 꿀팁도 포장을 제대로 하면 멋진 조언이 된다.


"임원이 되려면 핵심을 보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조직 전체의 힘을 어디다 집중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진에게 중요한 역량은 세워진 전략이 차질 없이 이행되게끔 디테일까지 챙기는 게 중요해. 그래야 전략의 방향성을 되짚고 향후 나아갈 방향도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야."


즉, 올바른 포장이 되려면 지금의 역할에 각자의 성향 - 핵심 또는 디테일 - 이 중요하다는 명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각자의 성향이 만고불변의 성공 진리처럼 포장한다. 그래서 문제가 된다.




4. 원인 분석 3) Micro-Manager들의 변명


핵심과 디테일이라는 성향을 직급별로 한정된 성공요소로 정의하더라도 우리가 갖는 스트레스는 피할 길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푸념으로 대변할 수 있다.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왜 이런 걸로 사람을 괴롭히지?


전제를 깔자.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고 내가 늘 옳은 것은 아니다.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그 일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판단을 차치하고서도 분명 저런 푸념이 드는 때가 있다. 누군가 Micro Manage로 주변을 괴롭히는 경우다.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100조짜리 계약인데 숫자 소수점 둘째짜리를 반올림하느냐 버림을 하느냐로 따지는 경우가 있겠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을 완벽주의로 포장한다. 100조짜리 계약이라면 완벽을 이해서 반드시 성사해야 한다. 하지만 100조짜리 계약을 완벽하게 이행하는 것과 완벽주의는 다르다. 소수점 둘째짜리 숫자를 반올림하지 않고 버림을 했다고 거래처에서 퇴짜를 놓을 리 만무하다. 


이런 형태의 Micro Manager들이 갖는 특징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

① 업무 파악을 못한다. (핵심을 짚지 못한다.)

② 완벽하게 챙겨야 하는 업무 항목이 무엇인지 모른다. (일이 성사되게끔 하는 법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당장 자기 눈에 보이는 남의 '실수'에만 집착을 한다. 후배들은 이 계약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어디가 취약하니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정보를 파악하고 어떤 문맥으로 보고서를 써야 하는지 배우고 싶지만 이런 선배들은 그저 반올림이냐 버림이냐만 놓고 시간을 끈다. 그들이 말하는 완벽주의와, 일이 성사되게끔 완벽하게 일을 챙기는 것은 다르다. 그들은 이를 모른다.




5. 어떻게 할까


① 우선 직급에 맞는 역량을 정의하자. 


내가 주니어라면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해내되 자료를 찾고 분석하면서 혹여 선배들이 놓칠 수 있는 항목을 짚어주는 정도의 센스를 보강하는 게 좋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업무도 계속 머릿속에 담아두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어떻고 내가 그중 어떤 맥락의 자료를 보완하고 있는 것인지 파악해 나가야 한다. 


간부라면 전체적인 맥락을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전략의 방향과 맞게 흘러가는지 점검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들을 정의할 수 있으면 좋다. 


임원이라면 전량의 타당성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이슈에 대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줄 수 있어야 한다. 업무 진행에서 생기는 일에 대한 책임감을 스스로 짊어져 팀원들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② 그리고 완벽주의와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의 차이를 깨닫자. 


그러기 위해서 선결조건은 핵심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 능력은 임원이 되었을 때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사실 모든 직급에 필요하다. 주니어라서 시키는 일 위주로 하고 있더라도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으면 자신이 하는 업무의 맥략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간부는 디테일을 챙기는 게 유리하다고 하지만, 사실 그 전 단계로 누구보다 핵심을 짚는 역량이 필요하다. 마치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처럼, 완벽하게 디테일을 챙기기 전에, 어떤 부분에서 완벽을 기할 것인지 가늠하는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다면 꼬장 부리는 Micro Manager로 자리매김하고 말 뿐이다. 


핵심이 되는 업무가 무엇인지 파악을 한 다음 비로소 완벽하게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소수점 둘째 자리 반올림이냐 버림이냐가 아니라, 계약서에서 누락된 것은 없는지, 그 나라의 규율에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세무상 이슈는 없을지 등등 완벽을 기해야 하는 부분 자체를 조율해야 한다.


Perfect라는 글자를 쓰는게 우선이다. 그 색깔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은 후순위다.




③ 겸손하고 공부하라.


포장을 잘못하는 근저에는 대부분 자만심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잘났다는 생각을 버리고, 굳이 후배를 가르치려 들려는 태도를 버리자. 겸손은 언제나 제일의 미덕이다. 


그리고 공부하자. 항상 최신 이론을 업데이트하는 것도 좋은 공부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이 맞는지, 다른 회사는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파악하는 것도 공부다. 100조짜리 계약을 맺는 거래처는 당최 어떤 회사기에 100조짜리 물량을 우리에게 주는지 상대방도 파악하자. 좋은 기회이지 않은가. AI만 Big data를 이용하란 법은 없다. 구글링만 잘 해도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겸손한 태도로 공부를 하면 자신의 태도도 바뀐다. 후배가 그것을 배울 것이고, 부서와 회사가 바뀔 것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인다. 공부를 할 때 객관적인 시야를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자신에게 일견 불리해 보이더라도 도움이 되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인터넷에서 '완벽'을 좋게 표현하는 것만 보고서 선뜻 '완벽주의자인 나는 역시나 제대로 일하고 있군!'이라고 답을 내려서는 안된다. 내가 어떤 개념을 받아들일 때 Bias는 없었는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직장인에게는 중립성과 겸손이 언제나 최고의 미덕인 것 같다. 새해 첫 주말, 나부터 되새겨 볼 일이다.

모든 직장인들 멋진 재충전의 시간이 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영웅 vs 악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