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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an 31. 2018

전략은 어떻게 짜는가?

천재=잭팟이라는 공식

0. 잡상의 발단


기업은 전략을 어떻게 짜는 걸까? 전략이 중요하다고 얘길 듣지만 대체 그 전략이라는 것을 어떻게 짜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높은 분들이 뭔가를 강조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우리는 그에 따른 실행 방안을 세우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형식으로 흘러가는 게 다반사다. 높은 분들은 어디선가 계시를 받는 것일까?


현실 대부분은 xxx라는 상품(산업, 시장, 국가 등)이 잘 된다고 하면 그에 따라가는 follower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follower라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단계 더 앞을 보면 생각은 좀 더 미궁으로 빠진다. 수많은 follower를 양산한 선구적인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선구자가 된 것일까? 그리고 모든 선구자들은 성공할까?


짐 콜린스의 "Built to last", 그리고 아래 기사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끼적여 보는 잡상이다. 참고로 아래 기사에서 눈에 들어왔던 것은 그의 재산이 아니라, (저... 정말입니다!! -_-;) 그가 '몸싸움'을 언급한 부분이다.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80117180410


참고로 나 역시 전략을 짜는 부서에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떤 전략이 성공하고 어떤 전략이 실패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에 흥미를 가졌을 따름이다. 그렇기에 이 글 역시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론과는 거리가 멀다. 혹시나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고 계시거나 전략 부서에서 멋진 기획안을 내놓기 위해 애쓰는 분들께는 실망만 가득할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일반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며 재미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1. Follower라고 다 같진 않다.


짐 콜린스는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위대한 기업으로 칭송되는 기업 중 상당수가 처음부터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꾀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연히 그 결과를 쟁취한 것이다.". 원서로 읽은 데다 기억에 의존한 복기라 정확한 번역은 아니지만, 문맥은 동일하다. 저 수많은 시행착오에는 당연히 following 전략을 시행한 것도 포함한다. '우리도 한 번 해볼까?'하는 전략 말이다.


그런데 이미 성공이 눈앞에 점쳐지는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따르는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지금 남겨진 검색 포탈이 과거 우후죽순 생겨났던 수많은 포털 중의 몇 % 일지 생각해 보라. 그리고 모두가 하나씩 다 들고 다니는 스마트 폰은 왜 몇 개의 기업으로 쏠리는 것일까?




2. 살아남는 follower를 결정하는 요인들


1) 규모 (+시점)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많다. 위에 링크한 기사에서 언급한 '몸싸움'에서 규모가 큰 기업이 유리하다. 가격경쟁을 한다고 할 때 대폭적 가격 인하로 시장을 점유할 때까지 낮은 이익을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고정비(인건비 등)가 크다는 뜻도 되지만 규모가 클수록 금융권에 대출을 받기 쉽고, 다른 분야나 제품에서 거둔 이익으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규모가 크면 어떤 제품을 초기(=시점)에 대규모로 시장에 쏟아냄으로써 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다. 소위 '쏠림현상'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획득하기 유리한 입장인 것이다.


부수적인 효과도 많다. 규모가 크면 연구개발진이 많고, 시장이 원하는 것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 AS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성능만 놓고 보자면 xxx 회사 제품이 나은데, 나중에 AS 생각하면 yyy 회사를 택하게 되더라고.'라는 말을 해봤거나 들어본 기억들을 되살려 보라.


2) 차별성

follower라고 차별성 없이 똑같은 모조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색깔, 크기, 다른 성능 등에서 어떻게든 차별성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시장을 연구하고 그들이 원하는 작은 차이점을 개발하려 애쓴다. 저작권의 영향도 있겠지만 꼭 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혹자는 이를 일컬어 창의성의 부족이라고 혹평하지만, 사실 창의성이라는 것을 누구나 가질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 거대한 성공 시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이를 남의 떡이라 무시하고 선비처럼 고고한 삶을 선택할 기업이 어디 있겠는가? 혹시 누가 아는가? 이번에서 소소한 차별성을 위해 노력하다가 거기서 파생되어 혁신적인 제품을 우리가 만들게 될지 말이다. (많은 기업이 시행착오를 겪다가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했음을 다시 생각해 보자. 게다가 작은 차별성으로 지금 시장을 점유하면 규모도 키울 수 있다.)




3. 그렇다면 혁신가는 누구인가?


 follower가 살아남는 조건을 러프하게 살펴봤다. 규모가 크고, 그 와중에 조그만 차별성이라도 만들려고 애쓰는 기업일수록 생존력이 강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follower이 따르는 혁신가는 누구일까?


1) 기분 좋은 상상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기 이전에, follower들의 행동을 먼저 떠올려보자.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데 그게 시장에서 꽤 괜찮은 반향을 일으켰다. 나는 뭔가 돈벌이 정도나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 효용을 분석하는 기사들도 나오고 그 확장성을 칭송하는 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평소에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저 큰 기업들이 유사한 것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뭔가 전쟁에서 홀로 앞장선 선봉장의 느낌이다. 내가 말머리를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서 수십만 대군이 좌로 우로 종횡무진하는 격이다. 쾌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기분 좋은 상상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많은 창업자가 저런 모습을 상상하며 성공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저런 긍정적인 상상이 초창기 어려움을 버티게 하는 동인이 된다고 믿는다. 물론 성공 이후에 돌아갈 커다란 보상도 동인일 테지만 말이다.


이쪽으로!!!



2) 다시 본론으로

많은 사람들이 위와 같은 긍정적인 상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다. 그러나 그중 성공까지 이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믿음이나 절박함의 차이일까? 그럴 리 없다. 하지만 어쩌면 타고난 역량 차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주 유치한 비교지만, 성공한 혁신가는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수학 천재와 대비해서 생각해 보자.


① 그들 모두 젊었을 때 혁신을 이루었다. 노년엔 투자를 하거나 자문, 강연을 하며 지낸다. 수학의 천재성도 대부분 30살 이전에 불타버리고 노년엔 교수를 하며 지낸다.


② 여러 건을 승승장구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혁신을 지속해서 한 경우라, 스티브 잡스 정도가 있을까? 언뜻 떠오르는 기업가들을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초년 성공이 무에서 유를 창출한 것이고, 이후에는 유명세나 성장을 거둔 뒤 규모의 경제로 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도 혁신의 지속이라기보다는 원칙(가치관)의 준수 쪽에 가깝다. 물론 그 원칙의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젊었을 때 수립한 것이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지속해서 잘 한 사람은 정말 적다. 가우스나 폰 노이만 정도가 떠오른다.


유사항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이들이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다리가 네 개라고 해서 식탁과 동물이 같은 부류가 아닌 것과 같다. 하지만 현실에 논리만 적용할 수는 없다.


혁신가는 누구일까? 혁신가는 천재다. 일단은 이렇게 단정 짓고 논의를 이어가 보자.




4. 천재만이 새로운 전략을 짤 수 있는가?


실망한 모든 일반인들이여 다시 고개를 들자. 혁신가는 천재가 맞다. 다만, 수학천재와 다른 점이 있다. 수학천재는 타고난 성정이 천재스러운 것(말이 되나.)이지만, 혁신가는 이와 다르다. 독특한 방식으로 성공하거나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면 사람들이 비로소 천재라고 불러준다. 즉, 사후적으로 얻게 된다.


평소에 사칙연산도 느리게 하는 사람이거나 말을 어눌하게 해서 놀림을 받더라도 어떤 성공으로 수백억 대 자산가가 되거나 명성을 떨치게 되면 사람들이 천재라고 불러주는 것이다. 이는 성정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취를 칭송하는 것이다. 다만 그 단어가 '천재'로 똑같았을 뿐이다.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 새로운 단어를 찾는 게 용이하다. 나는 시쳇말을 빌어 '잭팟'이라고 부르고 싶다. 카지노에서 코인이 우르르 떨어지는 그것 말이다. 카지노 용어를 썼다고 해서 혁신가들의 노력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것은 확률 게임이라는 데서 카지노 용어를 빌려 썼을 뿐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슬롯머신 레버를 당기는 행위) 끝에 극히 소수만 성공(=어마어마한 코인 획득)을 거두는 그 확률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전략을 짜게 되는가? 그는 체력과, 재력과, 지력을 갖춘 사람이다.

슬롯머신 레버를 지속적으로 당길 수 있는 체력

슬롯머신에 돈을 계속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재력

슬롯머신 확률이 백만분의 1이라고 해서 백만 번째 시도가 곧 당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독립 사건)을 아는 정도의 지력


기업으로 전환해 보자.

① 시행착오를 계속할 수 있는 실행력

② 몇 번의 실수를 커버할 수 있는 자금력 (또는 커버 가능한 범위까지만 시도하는 자제력)

③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해서 섣불리 성공을 자만하지 않는 자제력 및 그 시장이 무한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위기감


이는 분명히 천재만 보유할 수 있는 역량은 아니다. 개인기업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 투자를 통해 다른 기업의 혁신을 돕는 것은 ①, ②를 지원하는 것이다. 연거푸 성공이 쉽지 않은 것은 ⓒ내지는 ③의 영향인 탓이다. 이렇게 보면 수학천재와 혁신 천재는 겉으로 보이는 특징은 비슷하되, 그 근거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그래서 전략을 어떻게 짭니까.


앞서 말했듯 나는 전략을 짜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일반 직원으로서 가끔 갖는 상상을 한번 풀어놓아볼까 한다.


1) 세상을 바라보는 (분석하는) 시선 (방식, 툴) 확립하기

일전에 빌 게이츠의 인터뷰를 보고 그의 고차원적 사고방식에 놀란 적이 있다. 자신의 재단이 전염병 예방과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보통 사람의 생각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기술을 공개한 이유도, 더 큰 목적(아마도 우주)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역시 차원이 다른 사고를 한다고 하겠다. *요즘의 평가는 차치하고...)

https://brunch.co.kr/@crispwatch/47


펩시코의 CEO인 인드라 누이의 발언도 덧붙이고 싶다. 그녀는 자신의 회사 제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주력 상품인 펩시콜라는 주로 점심 이후에 먹게 된다. 그런데 오전에 마실 수 있는 자사 상품은 없다. 그래서 게토레이를 인수했다. 즉, 하루를 시간별로 쪼개서 자기 회사 제품의 구성을 조직했다.


즉,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방식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전략을 짜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처럼 엄청 큰 그림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든, 인드라 누이처럼 하루를 쪼개서 분석을 해보든 말이다.


2) 체력, 자제력, 지력, 담력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남들과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작은 것일 수도 있고, 때론 우주정복처럼 큰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이를 언급하고 공유한다. 이를 지속한다. (체력) 그리고 공개적으로 논의한다. 내가 우스갯소리처럼 내뱉은 말이, 누군가의 고민을 해결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사내에서의 시행착오다.


사내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 이 중 괜찮은 것을 선별하여 (자제력) 대외적으로 시행해 본다.


대외적인 반응을 제대로 분석한다. (지력) 여기서 제대로가 어렵다. 윗분이 하자고 시작한 일은 분석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윗분이 시켜서 하는 일도 제대로 분석해야 진정한 지력이다. (담력)


이 모든 과정은 순환이다. 물론 몇 개의 고리가 동시에 돌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큰 기업들은 사업부를 여러 개로 둔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도 마찬가지다. 혁신가가 혼자든, 소수의 그룹이든 아니면 엄청난 대기업이든, 주체를 불문하고 과정은 똑같다. 고민을 하고 내부적인 검토를 하고, 프로토 타입을 내보고 시장의 반응을 보고 생산과 중단을 결정한다. 내가 중단한 상품을 보고서 다른 아이디어를 얻어 그게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잭팟이라고 얘기했다. 사회에서 이러한 순환은 정말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가 터지는 것이다. 운이 아니다. 분명 그 이전에 무수한 노력과 고민이 있다. 누군가의 실수가 다른 이에게 발상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성공은 어쩌면 운이다.


운이라고 그 가치를 비하할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어떤 이의 고민도 우습게 볼 수 없다. 결국 창의성에서도 겸손이 최대의 미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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