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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May 11. 2018

워라밸이라는 것

결국엔 다양성을 인정하자는 의미

일단 꼭 내 얘기는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이런 말을 하면 더 오해를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으로 이해된다던가.) 하지만 그저 글을 여는 하나의 사례로써 언급하고 싶은 마음만은 이해해 주길 바란다.


어떤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은 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월급을 받는 족족 집에다 다 부쳐야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저 그 사람의 연봉만 보고 부러워 하지만 실상 본인은 배우자 몰래 챙겨놓은 비자금 백만원에 더 배불러 할지도 모른다.


연봉이 1억에서 1억 2천으로 오른대도 어차피 집에 다 귀속될 테지만 배우자 몰래 자기 뜻대로 사용할 수 있는 비자금이 백만원에서 백십만원이 되는 것에 가슴이 더 부풀어 오를 수도 있다.


물론 억대 연봉이면 절대적인 소득 수준이 최상위권에 있을 테니 가정으로 귀속된 소득일지라도 먹는 것 입는 것에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핵심은 그가 행복을 느끼는 요소가 어디에 있느냐다.




이 비현실적인 (내가 억대 연봉일리가 없잖은가! 라지만 되게 해주세요.) 일화를 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개인이 느끼는 것은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뭐, 이를 위해서 집단과 개인의 괴리라든지, 실질과 형식의 차이라든지 갖다 붙일 거리는 많지만 그런 논의는 피곤하다.


사람들이 워라밸에 주목하고 있다. 아니 이미 많은 사람들 머리속에 단단히 자리잡았다고 본다. 아직도 회식을 마다하고 개인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주니어를 보는 어른들의 눈에 불편함이 서린 것은 단지 마음까지 체화가 안 됐을 뿐이다.


그렇다면 워라밸은 그저 퇴근시간만 당겨주면 달성 가능한가? 물론 근무 시간은 워라밸 달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내가 주로 주장한 회사는 두 가지 특성을 지녔다. 하나는 "돈을 버는 조직"이란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이었다. 허나 이들은 모두 회사 관점에서 바라본 시각이었다.


회사를 개인의 영역에서 바라봐도 두 가지 특성을 띤다. 쉽게 통용되는 사고를 그대로 옮겨오자면 그렇단 거다. "삶을 영위하는 경제적 기반(=월급)"이라는 생각과 "자아를 성취하는 통로(=역량, 커리어)"라는 의견이 그 주인공이다.


워라밸을 달성하기 위해 근무 시간과 퇴근 후만 논한다는 것은 월급만 인정하고 역량은 배제하기 쉽다는 위험(!)이 있다. 이게 왜 위험하냐면... 역량이나 커리어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지금 워라밸을 목놓아 외치는 우리(나도 낄테다.)도 언젠가는 직급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텐데 그때의 젊은이들에 맞설(?!) 무기를 자칫 잊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라밸 달성을 위해 진정 필요한 조건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고"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다양성"은, 내 세대와 선배 세대간 뿐만 아니라, 내 세대 사이에서도 발휘되어야 한다.


얼마 전까지 여행 붐이 있는 것 같더니 최근 인터넷에서 집순이 집돌이를 옹호하는 글을 보는 빈도가 높아졌다. 즉 휴식 내지는 리프레시를 정의하는 데 다양성이 증가했단 뜻이다.


워라밸에 대한 정의도 마찬가지다. 워라밸이라는 말을 들으면 칼퇴 후에 데이트나 동호회 활동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이젠 집돌이 집순이도 상상에 포함될 것이다.)


만약 다양성이 워라밸에 포함된다면 위와 같은 보편적인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칼퇴를 위해 업무 스킬 학원을 다니는 사람, 커리어를 위해 전문지식 세미나를 듣는 사람도 본인의 워라밸을 지키는 사람이다. 칼퇴 후가 아니라, 칼퇴하기까지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본인이 즐겁기만 하다면 워라밸을 지키는 셈이다.


즉, 칼퇴 후의 활동에 횡적인 다양성을 높이고, 기상부터 취침까지 시간에 종적인 다양성을 높여야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워라밸을 진정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왜 굳이 서두에서 요상한 예를 갖다붙였는지 알 것이다. "연봉이 1억이 넘는데 고작 백만원에 웃어요?"라든지, "취미가 독서, 음악감상이라고요? 아니 이력서에 쓸 거 없어서 적는 그거 말고 진짜 좋아하는 게 뭐에요?"라는 류의 질문은 아래 부장님의 말씀과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동일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52시간 근무도 정착됐고 요번 금요일은 다들 일찍 마칠 것 같은데, 회식 어때?
(=다들 회식 좋아하지?)


소소한 비자금이 더 소중한 사람, 진짜로 취미가 독서인 사람, 커리어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어딘가에 있게 마련이다. (아 물론 회식이 진짜 좋은 사람도 있다.)


워라밸이라는 단어에 묻혀 다양성을 잊는다면 어느샌가 우리도 젊은 꼰대가 될 수도 있다. 다양성을 품고서, 각자의 워라밸을 즐기자!! (즐거웁게 느낌표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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