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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pr 27. 2018

직장에서 화를 내는 이유

공적인 일만으로도 사람은 화가 날까?

0. 잡상의 발단


예전에 동기부여는 개인에게 집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평소처럼 일을 하던 어느 날, 문득 그 반대쪽 감정은 어떨지 궁금증이 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화를 내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화를 받지도 않았다.)

https://brunch.co.kr/@crispwatch/64


직장에 존재하는 감정 스펙트럼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무념무상으로 일만 하다 집에 가는 사람은 그 중간지점에 자리 잡을 것이다. 앞서 말한 동기부여는 그보다 긍정 쪽으로 치우쳐 위치한다. 반대편은 무엇일까? 부정 쪽으로 약간 옮겨가면 "불평, 불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보다 더 극한에 "분노, 성냄"이 존재한다. 직장에서 화를 내는 행위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 잡상이 시작되었다.




1. 분노는 개인 영역이다.


분노는 감정이다. 감정은 개인 영역이다. 즉 분노는 개인 영역이다. 법 체계상 기업을 '법인'으로 부르며 인격성을 부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법인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회사 욕을 했다고 해서 회사 스스로 건물 현관을 잠그고 우리를 못 들어오게 한다거나, 우리가 탄 엘리베이터를 멈춰 놀라게 한다거나, 변기를 막아 곤란하게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약 당신이 회사 욕을 한 직후에 이런 일을 당했다면 그건 그냥 운이 없는 거다.)


회사에서 우리가 듣거나 스스로 표출하는 분노는 그 주체인 각 개인의 몫이다. 회사가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내가 내고, 내 동료가 내고, 내 상사나 후배가 낸다.




2. 직장에서 개인 영역이란?


그렇다면 다른 질문이 가능하다. 직장인으로서 갖는 개인 영역은 직장 내지는 업무와 연관된 공적인 성격을 띨까? 쉽게 얘기하자면 이런 질문이다.


순수하게 회사일만 갖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까?


예로 들 수 있는 상황은 많다.

- 자네 실수 때문에 회사에 끼친 손해가 막대하네. 자네의 실수를 납득할 수 없군!

- 회사 정책 변화 때문에 지금까지의 업무 관행을 다 바꿔야 하는군!

- 이런 것을 신규 사업이라고 들고 오다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들이다.


오오오... 화가 치밀어 오른다.




3. 개인 영역은 개인 영역일 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예를 생각해 보자. 과연 이들은 회사 수익, 정책 변화, 신규 사업이라는 공적인 부분을 가지고 화를 내는 것일까? 물론 그럴 수 있다. 정의감에 불타오르거나 나=회사라는 공식을 지닌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스스로 질문을 거듭해 내면을 파악할 경우에도 온전히 공적인 인간으로서 남게 될까?


앞선 예들을 좀 바꿔보자.

- 자네 실수 때문에 회사에 끼친 손해가 막대하네. 우리 부서 손실이 나면 보너스도 없거니와, 승진자 TO도 줄어드는 것 몰라?

- 회사 정책 변화 때문에 지금까지의 업무 관행을 다 바꿔야 하는군! 앞으로 몇 달 간은 야근 없이 일찍 퇴근하긴 글렀어.

- 이런 것을 신규 사업이라고 들고 오다니! 딱 봐도 답이 안 나오는데 시장과 고객 분석을 해야 하다니 어이가 없군.


앞선 예보다 좀 더 와 닿지 않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랍도록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무관심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화를 낼 때, 나는 과연 공적인 일로 화를 내고 있는가? 단순한 엑셀 작업을 망친 후배를 혼내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나는 그 후배의 실수 자체에 화를 내는가? 아니면 일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짜증이 난 것인가? 혹은 말귀를 한 번에 못 알아듣는 후배가 답답하고 싫어서 화를 내는 것인가? 첫 번 째 경우 외에는 모두 감정이다. 감정은 개인 영역이다.




4. 화를 내는 것은 정당한가?


직장에서도 화를 내는 게 개인 영역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를 발현하는 것이 온당한지 살펴봐야 한다. 화를 내는 기저는 개인이다. 그리고 그 화를 받는 대상도 개인이다. 개인과 개인이 동등하다면 과연 일방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 정당할까?


동등한 개인이지만 타인으로 인해 내 영역에 피해가 생긴 경우 피해를 본 사람은 화를 낼 수 있다. 살인자를 용서할 피해자 가족이 거의 없는 것과 유사하다. 단, 직장에서는 이와 달리 다각도로 분석을 해 봐야 한다.  


의도적인 피해라면 화가 날 것이다. 실수였지만 그 규모가 크고 많은 이에게 피해를 준다면 역시 화가 날 것이다. 하지만 그 피해가 내게 약간의 번거로움 내지는 상사로부터 핀잔을 듣는 수준이라면 동등한 개인에게 화를 낸다는 것이 옳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되레 화를 받는 사람의 감정까지 상하게 만들어, 사소한 실수를 바로 잡는 데도 시간만 지연할 뿐이다.




5. 객관화하기는 생각보다 쉽다.


부당하게 화를 내지 않으려면 감정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관성의 대표 격인 '감정'을 객관적으로 보자는 말이 어불성설에 가깝긴 하다.)


내가 지금 화를 내는 게 합당한가?
내가 지금 화를 내는 게 문제 해결이나
상대방 역량/태도 개선에 도움이 되는가?


이 질문 두 개면 된다. 생각보다 쉽다는 예도 금세 찾아줄 수 있다.


어떤 회사에 회장의 아들이 대리로 입사했다고 치자. 그 대리를 다른 대리와 똑같이 취급하고 화도 내는 부서장이 있을까? 대답은 "No."다.


뭔가 기분이 나쁜 채로 걸어가는데, 옆에서 누가 부딪혔다고 치자. 그런데 그 사람이 누가 봐도 격투기 선수, 혹은 조폭, 혹은 검찰 공무원 신분증을 달고 있는 사람인데 내 기분 나쁘다고 시비 거는 사람이 있을까? 역시 대답은 "No."다.


즉, 우리는 정말 빠르게 상황 판단을 한다. 방금 가정한 상황들을 차별이나 계층의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좀 더 캐주얼하게 말하고 싶다. 그래야 문화가 바뀌기 때문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하다.


빠른 상황판단을 모든 경우에 하면 된다.


어렵지 않다. 대개 머리속에서 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만 더 기억하자. '화'는 개인 영역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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