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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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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ul 24. 2018

체취

너 자신을 알라.

어느 날이었다. 52시간제의 혜택으로 6시 퇴근을 하고 몸을 실은 전철은 사람으로 가득찼다.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자릴잡는 호사를 누린 나는 이내 책과 노래에 빠져들었다.


정류장을 거치며 내 옆자리는 비고 이내 다시 차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목적지까지 10여개의 정류장을 앞두고 내옆에 어떤 분이 앉았는데 그 체취가 참으로 거북했다. 땀냄새가 쉰내로까지 발전해 있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것을 모르는지 몸을 자주 움직여 그 냄새를 주변에 퍼뜨렸다.


평소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주변에 묻혀가자는 주의를 가진 나에게도 그 냄새는 너무나 심했다. 오죽했으면 그분의 어떤 큰 움직임에 진실로 욕을 할 뻔 했다.


그렇게 겨우 참고 도착한 집 전철역. 역에서 집까지 얼마나 욕을 했는지. "좀 씻고 다닐 것이지!"




집에 왔더니 마침맞게 딸을 씻겨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어차피 나도 씻어야 하니까ㅡ. 와이프에게 뜻을 전하고 나는 딸을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양치를 시키는데 딸이 말한다.

- 아빠, 손 씻었어요?

- 그럼. 아빤 오자마자 손발 씻지.

- 그러면 딴 데는 언제 씻을 거에요?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냄새나니?

- 네 아빠 냄새나요 씻으세요ㅜㅜ


똥 뭍은 개가 겨 뭍은 개를 나무랄 뻔했다. 오는 전철에서 속으로 욕을 했던 그사람은 되레 얼마나 나를 욕하며 참았을까. 내가족도 참지 못하는 땀내를 풍기던 나를ㅡ





1. 그 이후로 매일 아침 회사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씻고 출근한다.


2. 회식한 오늘 고기냄새, 술 냄새 가득하기에, 빈 전철이지만 서서 간다.


3. 그분께 죄송하다. 어떤 의미에서든 나는 오해했고 속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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