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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ug 06. 2018

예측 가능성

모두가 처음인 이 삶을 살아가는 법

애들은 운다. 어제 가족들과 들렀던 수영장에 딸린 사우나에서도 애들은 울었다. 쩌렁쩌렁함이 배가된 그 공간에서 아이 달래기에 실패한 아버지 얼굴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쨌건 핵심은 이거다. 애들은 운다. 사우나든 놀이터든, 집이든 유치원이든 운다.


애들이 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부모들 역시 울던 아이 출신이다. 그러나 우는 아이 앞에서 부모는 난감하다. 아이가 몇이든, 하루에 평균 몇 번을 울든 매순간의 울음은 매번 새로운 대처를 요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부모를 옆에서 가만 지켜보면 재밌는 것이 있다. 아이를 잘 달래는 부모는 '아이를 잘 달랠 것처럼 생겼다'는 사실이다. 이는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아는 어떤 아빠는 손가락이 내 손목만큼 투박하고 말수 적은 상남자인데 아이를 정말 잘 본다.


혹자는 아이를 잘 보는 이들의 얼굴엔 자신감이 뭍어나게 마련이므로 이는 결과론적인 매칭일 뿐이라고 말한다. 허나 앞서 언급했듯 매순간의 울음은 매번 당혹스럽다. 이건 세상 최고의 독립사건이다. 그러므로 나는 혹자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감 내지는 인상으로 본다. 젊은 커플 보면서 대략 어떤 엄마 아빠가 될지 상상하고 싶다면 조금 더 나이 든 그 둘 사이에 우는 아이를 하나 넣어보라. 그리고 그 때 둘이 가지는 표정을 상상해 보라. 그게 그들에 대한 이미지다. 당신이 연애 중이라면 그리고 결혼 후 아이를 가질 것이라면 이는 꽤 괜찮은 사고실험이 된다.


사실 이는 내친구가 쓰던 방식을 응용한 것이다. 그 친구는 어떤 사람을 볼 때,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가 가진 가장 나쁜 모습을 내가 감내할 수 있을까? 만약 자신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난다면 사귈 때 거리를 뒀다. 그것이 그가 인간관계에서 활용하던 방식이었다. 일종의 파라메터, 혹은 거름망 같은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자면 선입견 내지는 색안경이다.


이런 사고를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인 이 삶에서 자신만의 거름망 하나 정도 두고있다면 의외로 도움 되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세상 잘 모르는 이의 피해 사례와, 사우나에서 울리던 아이의 울음을 동시에 접했던 어제, 문득 떠오른 잡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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