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낫프로
프로라는 단어를 싫어했어요. 이전 회사에서 저에게 요구했던 프로의 모습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기획하고, 명확한 표현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 클라이언트의 마음을 휘어잡고, 중간에 끼어 있는 상황에서도 불굴의 교통정리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며, 동료들과는 잘 지내는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이놈의 프로가 되려면 갖춰야 할게 참 많구나, 자연인 한아름을 개조해야 가능하겠구나 와, 프로 진짜 싫다 마음이었죠.
생각해보면 제가 주입받던 프로의 모습은 그 회사 버전의 태도였어요. 꽤 많은 회사가 저런 모습을 요구하겠지만 다른 분야, 다른 회사에 간다면 그 정의가 수정되거나 추가되는 항목들이 있겠죠.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딱 맞는 사람이 되는 건 어디를 가든 괴로울 거예요. 5년 동안 일을 해봤으니 이전보단 수월하겠지만 여기에 맞는 사람인가 고민하고 의심하는 건 똑같겠죠. 그동안의 방식대로 일한다면 프로라는 단어가 절대 좋아지지 않을 거예요.
프로라는 단어에 눌리고 싶지 않았어요. 앞으로 강요받는 프로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런 모습으로 살지 않아도 되는 프리랜서의 삶을 엿보기도 했죠. 자유인으로 지내면서 느낀 점은 영영 앞으로 낫 프로인 상태로는 지내기 힘들겠구나에요. 저는 틀에 갇힌 프로를 싫어했지, 프로 한아름의 모습을 계속 바랐어요.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번 돈으로 취향을 찾아가고, 마감의 압박을 느끼면서, 능력을 폭발시키고 프로 한아름을 계속 만들어 갔죠
남이 보기에는 프로답지 않아도,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며 프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어요. 옮기는 방향이 주어진 선택지가 아니라, 다른 방향이고 싶어요. 남들 하는 만큼이 아닌 내가 하는 만큼으로 제 아이덴티티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낫프로, 남다른 프로 한아름으로, 표류하는 직장인이 아니라 시대의 파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직업인으로 살래요.
프로라는 단어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일을 멋지게 하는 사람, 해내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무궁무진하게 해내면 언젠가 한아름은 프로, 근데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죠?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지만 회사의 일은 좁은 범위의 일, 앞으로는 그 범위를 확장해서 재밌는 시도로 결과물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차근차근 이전의 일을 돌아봤으니 씩씩하게 앞으로 나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