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낫프로
30대가 된 순간부터 즐기기 바빴어요.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놀아도 괜찮아, 즐거운 나에 초점을 맞췄어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즐거웠고 아닐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했던 결정에 대해 만족했어요. 어느 날 길을 잃고 달리고 있었다는 자각을 하기 전까지요. 나는 뭘 위해 그렇게 일했던 걸까? 이렇게 일하면 뭐가 남을까? 30대가 되니 새로운 고민의 문이 열렸어요. 퇴사한다고 했을 때 상무님이 그랬어요. “네가 뭘 해봤다고?” 맞아요. 일의 세계에서 보면 저는 애송이예요. 5년 차 매니저는 갈 길이 참 멀죠. 시간을 잘 보내면 직급은 높아지고 월급도 올라갈 거예요.
브랜드 전문가가 되어 강연도 하고, 글을 쓸 수 있겠죠. 제가 잘 버티고 좋은 결과를 냈다면요. 청사진이 비교적 명확한 일이었는데 모든 걸 이루면 행복한가에 대해 물어봤을 때 자신 있게 답을 못하겠는 거예요. 브랜드 일을 하며 만들었던 세상과의 연결이 팽팽한 긴장감이 있는 줄이 아니라 느슨한 줄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내 거지만 내 것 아닌 느낌이요. 구구절절 글을 썼던 것도 그 때문이에요. 내 거지만 내 것 아닌 느낌을 떨치기 위해서요.
프로의 태도는 잡힐 듯 잡히지 않았고 다니던 회사는 나왔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고 그렇다면 방향을 틀어야지 별 수 있나요. 새로운 일을 하고 있어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인상을 남기나 봐요. 의외의 제안을 받아 놀랐지만 일단 시작했습니다. 망하거나 잘 되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어요? 시간을 버리는 일이 되어도 콘텐츠 하나, 내 흔적 하나라도 남겠지 하는 마음으로 달리는 중이에요.
불안하지만 시대의 파도를 타는 첫 서핑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은 가볍게 머리는 진심으로 일을 대하려고요. 준비 과정에서 암초를 세게 만나 아차 할 때도 있었지만, 새로운 길이니 어쩔 수 없다 마인드 세팅하고 달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분야에서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만날지도 몰라요. 그때까지 열심히 일하며, 시대의 파도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타봐요. 닻을 단단히 내려 표류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서핑하는 날까지! 모두 뺘샤 으쌰 으쌰 파이팅이에요. 그럼 또 만나요, 우리.
p.s. 다음은 새로운 일을 하며 맞은 좌절에 대해 써보려고 해요. 뭐든 쉽지 않네요 으아아아악. 하지만 으쌰 으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