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띤떵훈 Jan 23. 2018

Your money lucky money







 미얀마의 바간에서 일몰을 볼 때였다. 일몰 스팟으로 유명한 사원의 옥상에서 자리를 잡았다. 5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곁을 맴돌았다. 어쩌다 눈이 맞았다. 아이는 유적지의 사진이 담긴 포스트 카드를 들고 있었다. 7장 들이 카드 세트를 2000 짯 (2불 미만)에 판다고 했다. 아이컨택이 문제였다. 15분 가량, 그 많은 관광객 중에 나를 타겟으로 삼고 졸졸 따라다녔다. 헛수고 시키고 싶지 않아 처음부터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예쁘지만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게의치 않고 쫓아온 아이에게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몇 살이니, 여기 사니 등. 아이는 서투른 영어로 대답했다. 모든 대답의 끝엔 카드 사라는 말이 뒤따랐다. 현금이 없어 살 수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내 핸드폰을 힐끔 보더니 달라고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자리를 떠날 때까지 자신이 핸드폰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학교 친구들은 다 핸드폰이 있는데 자기만 없다. 항상 친구들이 놀린다. 내가 핸드폰을 주면 더 이상 놀림받지 않을 것이다. 나와 언제고 연락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친구이기 때문에 이런 걸 줘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핸드폰 주기 싫으면 포스트카드를 사라고 했다. 

아이가 내게서 돈을 받아내기 위해 쓴 전략은 동정이었다. Your money, lucky money. Your money school money. Your money, food. My family no eat. Your money, my family eat. 큰 돈이 아니었지만 주지 않았다. 주변에 물건을 파는 현지인이 많았다. 아이에게 돈을 주면 사람들이 내게 몰려오게 되고, 더 곤란해진다. 무엇보다 물건이 나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상대는 내게 구걸하는 게 아니었다. 물건을 팔려는 판매자의 입장에서 접근했다. 그리고 그 물건이 내게 얼마나 필요한지 납득시키지 못 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100번 가량 하고 자리를 떠났다. Your money lucky money 라는 소년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무의식적으로 소년의 말을 따라한다. Your money lucky money. your money school money. 얼마 안 되는 돈인데 그냥 줄 걸 그랬나? 하는 후회와 올바른 행동이었다는 입장이 대립한다. 돈을 쓸 땐 더 후회 쪽에 기운다. 호주에 와서는 지출의 연속이다. 공항 픽업 택시비 55불, 서류 공증비 75불, 프렌차이즈비 1500불, 직원 페이 500불, 식료품 쇼핑 60불.. 이런 돈을 쓸 때마다 아이가 팔려던 포스트카드 셋트와 가격을 비교한다. 이 돈이면 그 카드 셋트 200장 넘게 사줄 수 있었는데, 이 돈이면 100장, 이 돈이면 50장. 카드를 사지 않아서 생각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던 것일까? 그때 샀다면 이런 찝찝함도 없었겠지. 그에게 내 돈은 럭키 머니였을테고, 내게 카드 셋트는 마음의 짐을 덜게 해줄 면죄부 같은 것이었다. 결국 만남 자체가 나에겐 짐이었고 찝찝함이었다. 

물건을 팔아 정당하게 돈을 벌고자 하는 아이에게 물건이 필요하지 않아 사지 않겠다고 소비자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잘못된 것은 없다. 동정심에 물건을 샀다면 어땠을까? 필요없는 물건은 버려진다. 혹은 방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가 색이 바라고 상품 수명이 다해 물자낭비의 죄책감이 옅어졌을 때 버려진다. 사도 짐, 안 사도 짐이다. 아이는 성공을 발판삼아 같은 전략을 사용해 누군가에게 이런 마음의 짐을 던져주며 살 것이다. 정당한 거래는 의미를 잃을 것이고, 외국인 관광객들이라면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물건을 응당 사줘야 한다는 잘못된 논리에 빠질 것이다. 짧은 성취감과 행복 뒤로 그것은 그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 모른다. 사람들에게 lucky money를 요구하고, 행운의 돈을 주지 않는 그들과 자신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서로 지는 패턴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여기선 누구도 내 돈이 럭키 머니라고 하지 않는다. 매번 돈을 낼 때마다 럭키하지 않다. 럭키하지 않은 것 =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니라 럭키하지 않은 것 = 불행한 것이 됐다. 올바른 생각과 정의로운 행동이 왜 해피 엔딩을 불러오지 못 한 것일까?

작가의 이전글 아가페 제네레이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