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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Feb 06. 2018

물고 늘어지기

여자는 예뻐야 해

살아가면서 남의 말에 사사건건 꼬투리 잡고, 시비걸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을 본다. 대개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쿨하고 대화하기 좋은 상대가 되기 위해 위의 행동을 피한다. 목적이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진다. 논리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물고 늘어지는 게 도움이 된다. 그 대상이 자신이라면 피해보는 사람도 없다. 논리가 있어야 합리적으로 산다. 합리적 사고를 통해 같은 상황에서 유익한 결정을 내린다. 앞으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물고 늘어지는 글쓰기를 하겠다. 

글쓰기를 진행하기 위해 간단한 명제를 제시한다. 




여자는 예뻐야 한다. 


왜 여자가 예뻐야 하지? 

많은 이득이 있기 때문이야

어떤 이득이 있지?

많지. 그 중 경제적 이점을 예로 들면, 외모 덕에 부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 노력과 노동 없이 안락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어. 직장을 구할 때도 외모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동일한 스펙의 참가자가 면접에 참여했는데 예쁜 여성은 구직이 됐고, 일반 외모의 여성은 구직에 실패했어. 신데렐라 스토리 좋아하지? 신데렐라가 미인이라는 걸 기억해. 

그런 이점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러나 '예뻐야만 하다'는 명제는 폭력이야. 아름다움은 주관적이야. 그리고 자기 외모 대로 살 권리가 있어. 장점이 있다고 모든 여성에게 예뻐질 것을 강요할 순 없지.

네 말이 맞아. 아름다워질 것을 강요할 수는 없지. 다만 아름다움은 주관적이지 않아. 객관적이야. 적어도 현대적 관점에서는 말이야. 문화가 단절된 오지 부족의 경우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 뚱뚱해야 미인, 코가 커야 미인, 발이 커야 미인, 대머리여야 미인, 더러워야 미인 등. 우리 관점과 전혀 다른 기준이 있을 수 있지. 다만, 21세의 국제화 시대에선 거의 모든 정보를 공유해. 미의 기준은 이미 획일화 됐어. 개성을 존중해. 그러나 사람들은 알지. 객관적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터넷과 장비의 발달로 객관화는 더 심화될 거야. 

객관적 아름다움이란 말이 웃기군. 설사 그렇다고 해도 사회적 기준의 아름다움을 강요할 순 없어.

맞아. 외모의 혜택를 누리고 말고는 본인의 선택이지. 아름다워진다고 해서 삶의 만족도가 오른다고는 단정할 수 없어. 단지 외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말하려고 한 것이야. 누릴 수 있는 것은 많아지는 게 사실이야. 그 후에 있을 정서적 문제는 본인의 몫이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야? 성형이나 시술의 부작용도 있고, 외모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전도될 위험도 있어. 아름다워질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그에 맞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게 말이 되니?

다소 무책임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해. 그러나 세상의 변화는 정해졌고 앞으로 외모의 경쟁력은 더 커질 거야.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이득보면 좋은 거지. 강요는 안 해. 몇 가지 안전장치는 있어. 성형 업계에 투자하는 거야. 더 안전한 수술 방법을 계발할 수 있게 지원하는 거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너의 주장은 모순이야. 외모 경쟁력이 높아지는 사회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 선택이니 불만 말하지 말라고? 사회가 암묵적으로 추구하라고 강요하는데 직접 말 한 적 없다고 발 빼는 상황이야. 등 뒤에 칼 들이밀고 말하는 거지 '돈을 주고 말고는 너의 결정이야'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어디 있니?

나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 단지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언을 하는 것 뿐이니까

그게 뭐야. 꼬투리를 잡으려면 제대로 잡아야지. 그런 가벼운 사색이 아니라 숲을 보고 말하는 게 중요해. 대안 없이 현재 이런 상황이니 이래라고 말하는 거는 유치원생도 할 수 있어. 근본적 대안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바른길을 제시해야지. 뭣 좀 말해봐.

와 너 진짜 나를 화나게 하는 재주가 있구나. 넌 나고 난 너야. 날 화나게 하지 않는 편이 좋을걸? 내가 화나면 네가 화난 거니까. 경고하는 거야.

말장난은 됐어. 대안이 뭐야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대안이라면 상투적인 것 밖에 안 나와. 개성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 미디어에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제시하자. 차별적 언사나 여성이나 남성을 객체화해서 언급하지 않는 교육을 하자 등. 이런 일을 한다고 나아질까? 방송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너무 강제하는 거 아니야? 예뻐질 자유도 있다고. 그런 정보 제공까지 차단하는 건 월권이야.

아니. 국민을 지키는 것.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나라의 역할이고 지식인의 역할이야.

나는 지식인이 아닌데? 

아니야. 너는 지식인이야. 넘모 똑똑하다고

히잇... 기모찌... 그래 알았어.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해볼게. 지식인으로서 말이야. 우선 차별적 언사나 인격 모독, 특히 외모 관련 지적(성희롱)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해. 사회적으로 대상화해서 외모를 평가하는 일이 잘못된 일임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필요해. 여러 인권, 사회단체들과 모여 관련 법안을 토론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거야. 그리고 예능의 영향력이 커진 지금, 방송인들이 방송에 적합한 어휘를 사용하게 기준을 제시해줘야 해. 예를 들면, 못생긴 예능인들이 나올 때 타인이 그의 외모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조롱하는 풍조를 지양해야 해. 못생긴 사람은 저런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왜곡된 시선을 심어주기 때문이지. 

오우야. 술술 나오네. 역시 지식인이야. 이 기세를 몰아 다른 대안도 말해봐.

음. 없는데? 억지로 짜내볼게. 시간을 줘. 구글 찬스 써도 돼?

안돼. 왜냐면 너의 논리력을 기르기 위한 글이야. 스스로 생각하고 말해.

그래 알았어. 날 더 몰아붙여줘. 추가로 지식인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를 더 만들고,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해. 영향력 있는 미디어 채널과의 협업이 중요하지. SNS에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체들과 콘택트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몇 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들이 있어. 주 시청층이 10~30대의 젊은이들이야. 공모전이나 캠페인을 벌여 그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거지. 물론 강제하면 안 되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해. 외모지상주의의 부작용이나, 성형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 외모를 평가하는 사회가 왜 잘못됐는지 이해시키는 게 중요해. 민감하고 편향된 발언을 공공연히 하지 않도록 시민의식을 고취시켜야 해. 

그래 이 정도면 괜찮은 결말이군. 네가 나의 꼬투리를 잡고 싸우려 했지만 결국 평화적인 결론에 다다랐어.

잠깐? 나는 아름다워지자는 주장이었는데?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어. 아름다움엔 많은 이득이 있어.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강요할 수 없고, 기준을 객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해. 공통된 기준에 부합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가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야 한다는 게 핵심이야. 

그래 좋은 정리야. 고생했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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