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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Feb 16. 2018

간헐적 단식

간헐적 단식



간헐적으로 단식하는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24시간 중 16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한다. 살을 빼고 싶지만, 규칙적 운동이나 식이 요법은 귀찮아서 못 한다. 간헐적 단식은 쉽고, 효과적이다. 디톡스 효과란 보너스도 있다. 디톡스 효과는 어찌 됐든 좋다. 쉽게 한 3 킬로 정도 빼면 그만이다.


무리 없이 16 시간 룰을 지킨다. 일 전의 저녁 먹지 않기 다이어트, 저녁을 고구마로 대신하기 다이어트보다 쉽다. 말이 16시간이지, 잠자는 시간과 저녁 먹고 소화 시키는 시간 빼니 별거 없다. 저녁 8시에 식사하면 다음날 정오 이후로 식사가 가능하다. 저녁을 넉넉히 먹는 편이라 포만감이 침대까지 간다. 실질적으로 식욕을 참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 일 가기 전 30분이다. 이것만 참으면 16시간 단식은 성공이다. 단식은 게으름에 도움을 받는다. 귀찮음을 이유로 아침을 거르는 날도 많다. 내 근무 시간은 아침 7시부터 3시다. 짧지만 쉬는 시간이 없다. 결국 아침 거르기가 간헐적 단식이다. 아침 굶는 행위에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만 3일, 햇수로 단식 4일 차다. 의사는 일주일에 2, 3 회 단식으로 충분하다 말한다. 그러나 묘한 성취감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단식한다. 일이 늦게 끝났다. 방금 카페에 도착했다. 커피와 조각 케익을 하나 샀다. 어제 오후 7시 30분에 식사를 하고 오늘 오후 5시 30분에 첫 음식을 먹었다. 22시간만이다. 오늘은 허기보다 두통이 더 거슬렸다. 일상적으로 두통을 느끼는 체질이 아니다. 간헐적 단식 이외의 생활 패턴은 같다. 두통의 원인이 단식이 아닐까 추측했다. 초코렛 케익 한 조각을 2 분만에 먹었다.


그저께는 단식 사이의 짧은 텀에 3 끼를 먹었다. 식사 가능 시간이 되자 스시 롤 3개를 먹었다. 저녁 먹기 전에 라면 한 그릇을 비웠다. 밥도 말아 먹었다. 3시간 뒤에 식당에서 짬뽕탕과 돈까스를 시켰다. 12시부터 7시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먹는 양은 비슷하다.


이십대 때는 위장을 신뢰했다. 30대가 되며 의심을 시작했다. 가끔 음식물이 역류해 목구멍과 하이파이브 하거나 명치에 꽉 막힌 느낌이 든다. 특히나 요 며칠 그런 일이 잦다. 몸의 언어를 번역하면 이렇지 않을까. '간헐적 단식은 체질과 맞지 않으니 그만둬라.' 전문가의 조언처럼 빈도를 조절해야 한다. 아직 부작용이 심각한 것 같지 않고, 걱정보다 만족감이 커서 단식을 이어간다.


단식엔 2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16시간 단식과 24시간 단식이다. 24시간은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16시간으로 정했다. 단식 중엔 근육량이 떨어진다. 이때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되려 근육량이 오르고 체지방이 줄어든다. 내 친구 위키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는 영양과잉에 따른 질병이 결핍발 질병보다 많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현대 사회를 현명하게 사는 셈이다. 몸 상태 봐가며, (가능하면) 운동을 병행하며 단식을 이어가면 금상첨화다.


나는 자주 뭔가를 입에 넣었다. 끼니 때가 돼서 먹고, 맛있는 음식이 눈에 띄어서 먹고, 친구를 만나서 먹고, 음식 사진과 영상이 자극을 줘서 먹고, 주머니에 돈이 있어서 먹었다. 어쩌면 배고픔은 섭취의 제1 이유가 아닐지 모른다. 하루의 3/4를 공복 상태로 보내면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는 게 그 방증이다. 누군가 현대인들은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다고 말했다. 그 말에 따르면 높아지는 국제 비만율과 나의 몸무게는, 현대인의 외로움이다. 나는 안 외로운데, 내 몸이 외롭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외로움을 없앨 순 없다. 식사가 외로움을 채우는 방식이 되면 안 된다고 단식을 통해 몸에게 충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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