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띤떵훈 Feb 22. 2018

진짜 20분


5:12



매일 20분 게시판은 내 블로그에서 가장 활발한 게시판이다. 가장 많은 글을 올리는, 내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공간이다. 어느 순간부터 정확히 20분을 채워 쓰지 않게 됐다. 단지 짧은 글, 단순한 글, 낙서같은 글을 쓰기 위한 공간이 됐다. 10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을 쓴다. 오늘은 모처럼 정확히 20분을 채워 글을 쓸 예정이다.

오랜만에 빨간 책방 팟캐스트를 들었다. 역시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패널들은 몰랐던 이야기, 혹은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내가 볼 수 없던 내용을 끄집어냈다. 한 수 배웠다. 방송 시작에 패널 중 한 명인 김중혁 작가가 자신의 책을 설명했다. 글쓰기의 유용함, 글쓰기가 가지는 의미를 다루는 사설을 쓴 것 같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글에 다가가야 하는지 알려줬다. 잘 쓰는 방법을 이야기 하는데, 여기서 '잘'은 완성도 높은 글이 아닌, 자주를 설명했다. 그의 말의 핵심은 쉬워야 한다는 것이다. 쉬운 글쓰기가 우리의 실력을 높여줄 것이다. 쉬워야 부담없이 쓰고, 또 쓰고 싶다.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그의 짧은 책 소개글이 매일 20분 게시판을 소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 블로그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고정적으로 오는 몇 명이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따로 하지 않는다. 방문 이력을 보거나, 좋아요를 누가 눌렀는지 확인하며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어떤 사람이 내 글을 읽었을까 궁금하다. 내 글의 색채는 뚜렷하다. 남들이 보기엔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그렇다. 어떤 글을 읽어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내 글이다!' 단순하면서 딱딱하지 않고, 장난기 가득찬 글이다. 자주 오는 사람은 내 글쓰기 방식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다. 오늘은 새로운 인물이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그의 블로그에 방문했다. 게시판 목차를 빠르게 훑고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확인했다. 사설이 많은 것 같았다. 나와 비슷하게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쓰기도 했다. 동지애가 생겼다. 

최근에 새로 듣게 된 팟캐스트가 있다. 요조 장강명의 '책, 이게 뭐라고'다. 여기서 잠시 딴 길로 샌다. (요조의 글을 읽어본 적은 없다. 요조란 가수에게 크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 그녀는 여기저기 자신의 다독 습관과 책 사랑을 어필한다. 비슷한 장르의 팟캐스트를 듣다보면 그녀의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실 그녀가 쓴 글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말하기 방식, 대화의 내용으로 유추할 때 깊이를 느끼지 못 했다. 이런 글이 그녀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중에 그녀의 글을 한 번 읽어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편견인지, 사실인지.) 패널에게 관심이 생기진 않았다. 게스트의 말에 귀가 쫑긋 세워졌다. 논스톱을 연출한 MBC의 PD였다. 일상적 글쓰기, 글쓰기의 효용, 그의 삶의 방식을 언급했다. 나와 생각이 '너무도' 비슷해 놀랐다. 인생을 긍정하고, 글쓰기의 즐거움과 효용을 예찬하고, 유쾌하다. 칭찬에 후하고 비난에 인색하다. 나는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그도 좋아졌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내가 가진 글쓰기론을 더 인정하게 됐다. 그래 그 말이 맞아. 내가 이래서 자주 쓰는 거지. 무언가를 쓰면 인생이 즐거워져. 

지금은 29분이다. 3분이 남았단 뜻이다. 17분 동안 많이도 썼다. 흡족하다. 이제 남은 시간을 보며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문장이 끊긴 채 글을 마무리 하고 싶지는 않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내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머문 자리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내가 좋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좋다. 이 제한된 시간이 감사하다. 조금 더 진솔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자의식 과잉으로 보이겠다. 사실 이 말엔 오류가 있다. 그렇게 보인다는 말엔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의미가 있다. 자의식 과잉이 많다. 나의 과잉된 자의식을 더욱 견고히 만들기 위해, 그 견고함으로 누군가를 옥죄고 괴롭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글을 쓸 것이다. 내가 바라는 강한 자의식은 남을 포용하고 존중하는 자의식이다. 이제 5시32분이다. 이만 안녕. 


5:32






자의식 과잉이 많다.-> 맞다. 입니다. 


생동감을 주기 위해 맞춤법 검사, 퇴고 없이 바로 업로드 합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간헐적 단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