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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pr 17. 2018

정영진 씨 대단합니다.

 






나는 팟캐스트 열혈 청취자다. 다양한 장르의 팟캐스트를 듣는다. 청소를 업으로 삼고 있다. 매번 다른 집을 청소하지만, 일 내용은 비슷하다. 손이 알아서 움직인다. 육체가 일하는 동안, 정신이 심심하지 않게 이어폰으로 팟캐스트를 흘려보내준다. 철학, 도서, 코메디, 시사, 정치 분야의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 모든 팟캐스트 중 가장 애청하는 것은 정영진 최욱의 불금쇼다. 최욱은 웃기는 재주가 있고, 정영진은 넓고 얕은 지식으로 대화 소재를 다채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정영진이 밥상을 차리고 최욱이 현란한 말장난으로 밥을 떠 먹이는 형국이다. 축구라고 치면 최욱은 스트라이커고 정영진은 리베로다. 당연히 모든 이목은 득점을 올리는 최욱에 집중되어 있다. 이 글에서 정영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정영진은 위키프레스라는 인터넷 신문의 편집장이며 지상파 퀴즈 프로그램 2관왕 출신이다. 하나의 깊이 있는 지식보다 여러 분야에 어느 정도 수준의 지식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퀴즈왕은 자연스러운 칭호다. 자칭 '전문 전문가'로 활동한다. 여러 방송에 oo전문가로서 출연했다. 그때그때 타이틀이 변한다. 빅데이터 전문가, 시사 전문가, 정치 전문가, 사회문제 전문가 등을 사용했다. 참신하고 기가 막힌 해석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개념을 사용해 이해를 돕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지식의 넓이 보다 알고 있는 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이 대단해 보인다.


정영진의 말을 듣다 보면 멘탈이 강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상한 구석도 있다. 악플에 둔감하며, 누가 봐도 욕먹을 말을 기꺼이 할 줄 안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 맞다고 말한다. 최근 가장 강력한 한방은 이 말이었다. '데이트 비용 안 내는 여자는 매춘부다' 까칠남녀라는 젠더 문제를 다루는 EBS 방송에서 한 말로 알고 있다. 덕분에 한남충 이미지가 공고해졌다. 자신이 다수의 여초 사이트에서 공공의 적이 됐음을 알면서도 더 센 발언을 했다. 발언의 맥락을 들으면 역시나 강한 표현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언론과 대중은 자극적인 부분을 편집해서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좋다 싫다로 말하라면, 기꺼이 좋다는 대답을 할 수 있다. 니체의 팬을 자처하는 이유와 같다. 그의 저서를 다 읽지도 않은 주제에 팬이라고 말하기 낯부끄럽지 않냐 할 수 있다. 저서를 다 읽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세상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방식이 좋다고 말할 수는 있다. 기존 권위와 규범에 반기를 들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것을 종용한다. 주류에 반기를 들어 자신이 직면할 어려움과 기꺼이 직면한다. 정영진도 비슷하다. 예를 들면, 기혼자도 부인 이외의 사람과 연애할 권리가 있다. 결혼을 했다고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와이프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펴도 괜찮다. 애들에게는 최대한 돈을 쓰지 않는다. 결핍을 가르쳐주기 위함이다. 결핍은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가치를 깨닫길 바란다. 와이프가 집안일을 전부다 하게 내버려둔다. 와이프는 내가 집안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거 할 시간에 그녀에게 애정을 쏟는 것이 우리 관계에 유익하다. 등. 사회가, 그리고 내가 가진 기준에 반하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자신의 기준과 원칙이 확실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고수하는 자세는 멋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경제 용어가 어울리는 상황이다. 손가락질당하는 반면, 패기와 강한 멘탈과 나름의 근거에 박수받기도 한다.


정영진의 발언에 자신을 투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의 행동 패턴과 나의 패턴이 같지는 않지만, 영리하게, 효율적으로 살려는 태도가 같다. 빅데이터가 뜨기 시작한 초기에, 관련 서적 2권을 읽고 빅데이터 전문가로 활동했다는 그의 말은 임팩트가 있었다. 이유 첫 번째는, 미래를 예측한 그의 능력이고, 두 번째로는 미천한 배경 지식을 근거로 자신에 '전문가' 타이틀을 준 패기 때문이고, 세 번째는 그 얕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활동에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진중권이 한 말이 있다. '나는 내가 모르는 분야라도 인터넷을 통해 잘 아는 척 관력 서적을 쓸 수 있다.' 그의 리서치 능력과, 현재 갖고 있는 지식의 활용하는 능력을 드러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박수를 쳤다.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적절히 활용한다. 거기에 만용이라는 수식을 붙이지 않는 이유는 지식의 허술함을 적절히 감출 다른 배경 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재화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제적 활동이다. 어떤 물건을 살 때 가성비를 따진다. 지식의 활용에도 가성비를 따진다. 책을 숙독하는 대신, 비슷한 장르의 책 10권의 핵심 정리를 읽고 비교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다.


정영진은 어떤 방송을 가도 평타는 친다. 자신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방송에서 원하는 것을 적절히 말한다. 영리한 사람이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인간상이 100퍼센트 같지는 않지만 큰 궤는 같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보면 보통 혐오하거나 좋아한다. 나는 후자다. 전문 전문가 정영진의 말은 듣는 재미가 있다. 가끔 상황을 띄우거나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멍청하거나 어눌한 연기를 한다. 질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의도한 행동이다. 나는 영리한 사람이 여러 문제에 직면했을 때 취하는 행동을 구경하는 게 재밌다. 우화에서 주인공이 기지로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것을 볼 때 얻는 재미와 비슷하다. 그가 나온 방송을 듣고 보는 이유다. 앞으로 어떤 전문가 타이틀로 등장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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