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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16. 2018

형편없는 토론 - 신천지 vs 한기총

신천지 팟캐스트 - 하늘팟 청취 후기

 저번 주에 새로운 팟캐스트 방송을 발견했다. 최근에 최상위권 대로 진입한 핫한 방송이었다. 프로그램의 성격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에피소드를 훑어봤다. 시사, 디자인, 정치, 종교란 단어가 눈에 띄었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종합 방송으로 오해한 배경이다.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하늘팟이다. 하늘팟에서 한 에피소드 중 가장 최근 에피소드이자 가장 흥미로운 주제를 골랐다.


-신천지 vs 한기총(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토론 배틀- 


 이 에피소드는 하늘팟과의 첫만남이자 마지막 만남일 것이다. 주말에 다운을 받아 놓고, 오늘 아침에 청취했다. 몇 분만에 깨달았다. 이거, 과하게 편파적이다. 후에 하늘팟이 신천지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임을 알게 됐다. 이걸 토론이라 칭할 수 있을까?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

(특정 종교의 분파를 대변하는 방송 치고 이례적으로,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인 '팟빵' 차트 5위를 기록했다. 인지도 있는 패널과 훌륭한 컨텐츠로 무장한 팟캐스트 세계에서 괄목할 만한 사건이다. 한편으론 합리적 의심이 뒤따른다.)

이번 글은 하늘팟 팟캐스트의 '신천지 vs 한기총 토론 3부작'을 듣고 느낀 점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몇 가지 키워드로 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1. 참여자 구성
사회자 1 -신천지 신자
사회자 2 - 신천지 신자2
토론자 1 - 신천지 총회장 
토론자 2 - 장로교 목사(라고 주장)
성경 체크 - 신천지 서기

토론에 앞서 사회자와 참석 이유를 모르겠는 성경 체크원은 중립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누가 성경적이고 합리적인지를 근거로 객관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물론 중립은 없었다. 거세게 기성 교단 대표, 홍 목사(이하 홍 목사)를 나무라고 조롱했다. 1:1 토론을 표방했으나 결국 4:1의 토론이 됐다. 



2. 기성 목사 신분의 진위
장로교의 홍 목사는 제대로 질문하지 않고, 상대의 비논리를 지적하지도 않았다. 그의 말하기는 마치 상대가 말하고 싶어 하는 화두를 던져주기 위해 존재하는 듯 했다. 상대가 대놓고 토론의 의의를 호도할 때(예- 논점 일탈의 오류, 역지사지의 오류, 인신공격의 오류 등)도 멈춰 세우지 않았다. 후에 합리적 반박이 없었다.
 홍 목사의 목소리는 변조됐다.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홍 목사님의 요청으로 인해 변조하겠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만 보냈다. 이런 상황은 그의 신분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더 가관인 것은, 신천지 총회장의 헛소리를 듣고 논리에 한 방 먹은 듯 연기한 부분이다. 인간 샌드백이 되어 상대가 치기 좋은 부위를 가져다 대고, 펀치를 맞았을 때 상대의 만족감을 위해 오버 해서 고통을 표현했다. 신천지의 합리성에 한 방 먹은 듯 뱉는 그의 대사가 아직 귀에 울린다. 
'그... 그 부분은 미처 몰랐습니다.'


 오해했다. 4:1이 아닌 5:0 토론이었다. 상대가 없는 토론은 좌담이다. 에피소드 제목을 바꿔야 한다. 신천지 총회장과 함께 한 좌담회로. 이런 얕고 약은 방송을 듣고서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진 청취자로서 자연스레 반발했다. 처음 이 에피소드 골랐을 때 생각한 것이 있다. 우선 나는 무신론자를 자처한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등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으며, 그 안에서도 정통을 논하는 이들에게 괘씸죄로 핸디캡을 주려 했다. 그러나 셰도우 복싱하며 자화자찬하는 신천지의 행태에 기가 질렸다. 


3. 논점 일탈 사례
신천지 총회장이란 사람은 토론 내내 짐짓 사람 좋은 웃음을 뱉으며, 상대의 무지몽매함을 계몽시키겠단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나 계몽되지 못한 나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의문을 갖게 됐다. 

1) 신천지를 믿는 자, 영생을 얻으리
자신이 성경에서 말한 성경의 비밀을 해독한 자이며, 신천지를 믿으면 육신의 영원한 삶을 얻는다 말했다. 물론 개소리다. 홍 목사는 이 부분에 대해 설명하라 요구했다. 총회장은 성경에서 어떤 시점이 오면 인간의 육체가 한계를 벗어나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등장은 그 시점이라 설명했다. 중간에 필요한 요소가 없다. 그의 논리를 정리한다. 

성경이 언젠가 믿음을 가진 인간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다 주장(신천지의 자의적으로 해석/ 죽어서 영생한다는 천국 개념이 아님) -> 신천지에서 이 성경의 비밀을 찾아냄 -> 영생
 뭔가 빠진 것 같지 않나? 어디에도 비밀을 찾아낸 이에게 영생을 주겠단 언급이 없다. 그의 위의 논리가 성립하려면 비밀을 발견 = 영생의 유일 조건이라는 식이 성립해야 한다. 왜 하필 오늘날 그 구원(영생)이 나타나냐고 묻자, 신천지 총회장은 말한다. '그건 하나님에게 물어보세요.' 


2) 신천지의 폭력적인 신도 대우
신천지는 신도를 세뇌하기 위해 감금, 폭력을 사용한다고 홍 목사가 주장함. 이 부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그 근거는 이렇다. 고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신천지 총회장은 일제 식민시대에 장로교가 일본에 붙어 반국가적 행위를 했다. 여타 개신교가 돈벌이를 위해 신천지 신자를 빼내서 세뇌한다고 역으로 주장했다. 기타 개신교가 자행한 폭력을 통계 내서 근거로 삼았다. 통계의 출처도 없었고, 신천지의 신자 대우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3) 봉사활동
 이 부분은 신천지 총회장이 아닌 홍 목사의 병크가 만들었다. 
홍 목사: 신천지는 신자를 모집하기 위해 봉사활동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냐?
신천지: 그럼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면 안 되냐? 어떻게 해야 하나?
홍 목사: 적당히 해야 한다. 
신천지: 잦은 봉사 활동은 포교로 보일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뜻인가?
홍 목사: 그렇다.
이 부분은 보편타당한 진실을 교묘하게 신천지의 입장으로 끌어와 신천지가 그 진실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심기 위한 말이었다. 자연스레 기성 교단은 봉사 활동에 배타적이고, 봉사 활동은 오로지 포교를 위해 한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하급 선동이다. 샌드백 역할을 수준 이상의 어리숙하고 멍청한 인물이 맡아서 신선도와 신빙성 모두를 잃게 됐다. 

4) 전 세계의 강제 개종 규탄
신천지 총회장은 전 세계가 한국 기독교의 폭력적인 개종 교육을 규탄한다 말했다. 감금, 폭행을 통해 개종 교육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도대체 전 세계가 지칭하는 단체나 인물은 누구인가? 기성 개신교가 신천지의 신자를 빼내서 폭력적으로 개종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표현했다. 그 근거는 자신의 귀다. 그의 진리 파악 메카니즘은 이렇다.
주변 아무개에게 그런 사실이 있다고 들음 -> 사실
또한 기성 교단은 개종 교육에 폭력과 더불어 금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기성 교단의 이기심과 재물욕을 꼬집었다. 이 근거도 위와 똑같다. 떠도는 소문. 


5) 휴거
 선택받은 사람이 하늘로 올라가 예수와 만난다는 개념이다. 1992년 12월 31일, 7년 후 세상이 멸망하기 전 예수님이 천국 국민을 데려간다며 다미선교회를 중심으로 한 몇 군데의 교회에서 소동을 일으켰다. 이 시한부 종말론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집으로 귀가했다. 성경 자체가 황당하지만, 휴거는 개중에 더 황당하다. 휴거 개념도 성경의 해석 중 하나이다. 모든 주류, 기성 기독교 종파가 믿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총회장은 기성 개신교를 공격할 무기로 고른 게 휴거다. 홍 목사에게 휴거 소동을 문책했다. 기성 개신교의 비논리, 자의적 성경 해석이 만든 사건임을 언급했다. 홍 목사는 일부의 교회가 한 일이라고, 그들이 우리를 대변한 것이 아니라고 대응했지만, 두 번째 질문에서 휴거를 믿고 집회를 연 교회들을 두둔했다. 그 말로 한기총으로 대변되는 기성 개신교는 휴거를 지지하고 기독교 이미지를 망친 주범이 되어 있었다. 

 에피소드가 하려는 말을 요약하면,
-우리가 기성 개신교의 대표격인 한기총을 탈탈 털었다. 신천지를 인정하거나 가만히 내버려 둬라. 기성 개신교의 교리는 엉망이고, 구원에 닿을 수 없다. 기성 개신교 신자들은 신천지로 넘어오고, 신천지 신도들은 더 믿음을 공고히 해라.-

나는 무신론자(엄밀히 불가지론자) 지만, 종교에 관심이 많다. 내가 모르기에 신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는다. 마르크스의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란 말을 종교가 세상을 구원할 거란 말 보다 신뢰한다. 그러나 신의 존재 가능성과 인문학에서 종교가 차지한 위치가 종교를 알라 권유한다. 토론은 다른 생각을 비교하고 판단할 좋은 근거다. 내가 모르는 세상을 배울 것이라 기대했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다만 이번 좌담(토론이라 할 수 없다)을 보고 배운 것은 있다. 

1. 종교의 폭력성과 배타성
2. 개중에서도 눈에 띄는 신천지의 비합리성과 비도덕성
3. 신천지의 교세 확장을 위한 노력

첫 3분을 듣고, 토론 방식이 한참 잘못됐다고 느꼈다. 청취자의 코멘트를 확인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을 비판하는 이들의 존재가 대중의 합리성을 드러내리라. 안타깝게도 내가 읽은 댓글은 이랬다. 
훌륭한 방송 감사합니다/ 이제 누구의 교리가 우위에 있는지 알겠죠?/ 신천지의 우수함을 다시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세상엔 비이성적인 사람이 많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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