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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Oct 21. 2019

어도비(Adobe)는 자비롭다

포토샵 만드는 회사 말이에요






 어도비의 고객 관리 능력은 놀랍다. 어도비는 포토샵, 라이트룸 등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다. 전 세계의 회사와 가정에선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다. 나는 어떤 이유로 어도비에 불만이 생겼고, 어도비 상담사와 대화를 나눴다. 대화를 나눈 뒤에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도비의 고객 관리 능력은 유명세에 뒤지지 않는다. 회사의 통 큰 배려가 글을 쓰게 만들었다.



어도비는 자동이체로 큰돈을 빼가고 있었다. 나는 라이트룸 유저다. 올해 3월부터 매달 일정 금액을 어도비 사에 지불하고 있다. 15불 전후의 금액이 이체된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았다. 전날 카페에서 와이프와 가계부를 작성했다. 우리의 소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은행 거래 내역을 확인했다. 인출자 항목에 'Adobe'를 검색했다. 어도비는 약속과 다른 액수를 빼가고 있었다. 인출금액은 15불에서 40불을 더한 55불이었다. 문제가 있다.



문제의 원인을 확인했다. 어도비 홈페이지의 계정 관리 페이지를 눌렀다. 페이지가 말하길, 나는 두 가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하나는 올해 초 구매한 라이트룸 월정액 서비스고 하나는 구매하지 않은 어도비 스탁 서비스였다. 어도비 스탁은 저작권 있는 사진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사용한 적도 없었다. 그들은 지난 7개월 동안 나의 동의를 얻지 않고 40불을 추가로 청구, 인출했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다. 



잘못을 정정하기 위해 어도비 상담사와 대화를 나눴다. 3 가지를 요구했다. 


1. 내가 왜 어도비 스탁을 이용 중인지 설명하라  

2. 어도비 스탁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라 (위약금이 있다면 청구하지 말라)  

3. 지금까지 청구한 모든 사용료를 환불하라. 



내가 요구하는 것과 그들이 최초로 제시하는 내용의 중간쯤에서 타협할 생각이었다. 2(위약금 없이 해지), 3번(전액 환불)을 다 못해주겠다고 말하면, 나는 2번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추가 지출금(위약금)은 절약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상담에 임했다. 



반전이었다. 어도비는 고객만족을 실현했다. 만족 앞에 '대'자를 붙여도 문제 없다. 그들은 내가 요구한 3가지를 모두 들어줬다. 의견차가 필연적으로 따를 것이라 믿었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완벽히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고,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기업이 있단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어도비가 그랬다. 위약금 없이 어도비 스탁을 해지했으며, 청구한 모든 금액을 환불해줬다. 일주일 이내에 내 통장에 돈이 입금될 거란 안내를 받으며 상담을 종료했다. 



일반적이지 않다. 다른 서비스의 무료 체험을 권유해서, 둘째 달부터 서비스 요금을 청구하는 행위는 잘못됐다. 그러나 내 잘못도 있다.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지 않았고, 이체되는 금액을 확인하지 않았다. 관심을 가졌다면 진작 막을 수 있던 문제였다. 나의 소홀함에도 책임 소재가 있다. 그들은 나를 질타하지 않고 요구를 그대로 들어줬다. 'We value you as a customer and hope you'll consider using our products in the future' -'우리 고객인 너는 소중하다. 네가 나중에도 우리 상품을 썼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상담사는 대화를 마무리했다. 



어도비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거침없는 보상 정책은 인상적이었다. 비지니스 업계엔 Wow Fact란 말이 있다.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서 평판을 높이는 기술이다. 오늘 어도비는 Wow Fact를 만들었다. 어도비는 내게 가치중립적이었다(별 생각 없었다고) 그들은 240불을 잃고, 신뢰 고객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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