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띤떵훈 Dec 24. 2019

띤떵훈 글은 재미없쥬



어제 독서모임에서 폭행 당했다. 참여자(前 국어교사, 서울대, 치과의사 3인)들은 나를 린치 했다. 그들은 내 명치를 겨냥해서 졸라 쎄게 주먹을 날렸다. 나는 최근에 매일 20분 게시판에 쓴 글 '덜 우울한 이유'를 낭독했다. 낭독 후에 스토리텔링이 약해 재미없다는 피드백이 따랐다. 본인들이야 나에 대한 애정으로 읽겠지만, 나를 모르는 이에겐 따분한 글일 거라고 설명했다. 비평은 참 유익하다.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 글은 애정 없이 보기 어렵다.

발제 도서는 유시민 글쓰기였다. 내가 발제했다. 책이 책이니 만큼, 나는 참여자들에게 직접 쓴 글을 가져올 것을 종용했다. 본인 글을 남에게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듯한 기분을 받을 수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참여자 4인 모두 본인 글을 가져왔다. 들 중 2명(국어교사와 서울대)은 글과 가깝다. 전문 기자는 아니지만, 돈 받고 신문사에 기사나 칼럼을 기고한 경험이 있다. 글을 써왔단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빼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그들의 글은 구조가 잘 잡혀 있었다. 국어교사는 신춘문예 등단을 꿈꿨던 문학인이었다. 습작도 꽤나 썼다고 한다. 짬에서 나온 바이브를 느꼈다. 젊은 작가상 냄새 깊게 배인 수필을 들고 왔다. 서울대는 본인이 신문사에 투고했던 문화 비평글을 가져왔다. 소싯적에 논문 좀 썼는지, 알찬 레퍼런스가 인상적이었다. 도입부도 훌륭했다. 본인이 영화 '부러진 화살'의 감독 정지영 씨를 인터뷰했을 때 오갔던 대화를 언급하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유명인 인터뷰한 사실을 자랑하려는 목적도 있던 것 같다) 환자 노트 이외에 글을 쓰지 않는다는 치과의사의 글도 나쁘지 않았다. 대입 시험용 작문이었는데 목적에 맞게 잘 짜인 글이었다.



나는 그들의 장점에 주목했다. 당근 9 채찍 1 비율로 피드백을 줬다. "이 부분은 이래서 좋고, 이 부분은 이래서 좋네요. 읽는 맛이 훌륭한 글입니다. 특히 이 표현은 본인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고 보입니다. 굿굿 최고 멋져." 상대방 기분 좋게 우쭈쭈를 해줬다. 그러나 친구이자 오랜 동지인 그들은 배은망덕하게도 채찍 비율 절반의 비평(비난이라고 하고 싶다)을 했다. 재미 빼면 깡통인 글에 재미가 없다니. 존재 자체를 부정 당했다.


발제 도서 유시민 글쓰기에서 저자 유시민은 비평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면전에서 재미없다는 말을 들으니 효과가 확실했다. 와이프가 내 글을 안 읽는 이유를 깨달았다. 나만 배꼽 빠지게 웃었다.

작가의 이전글 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