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사진사의 자아분열

by 띤떵훈


2020년 2월, 거리 사진사 타츠오 스즈키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전부터 그의 무례한 촬영 방식은 빈축을 샀다. 생생함을 담고자 지나가는 사람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민다. 피사체가 카메라를 의식한 후에 셔터를 누른다. 시선은 권력이다. 카메라를 눈 앞에 마주한 피사체는 당황한다. 그들은 약자이며, 자유가 없다. 셔터는 몇 백 분의 1초를 담는다. 사진사와 커뮤니케이션하기에 몇 백 분에 1초는 너무 짧다. 누르면 끝난다. 총과 같다. 격발된 총알은 상의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가 포착한 이미지는 강렬하다. 당황한 표정, 화난 표정, 무표정, 놀란 표정,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일그러진 표정까지. 흔히 좋은 사진이라 부르는 이미지는 인상적인 피사체, 효과적 구도, 이야기를 만드는 배경이란 요소를 포함한다. 인상적인 피사체는 가장 효율적이다. 피사체의 강렬함은 구도와 배경을 무시하고도 좋은 사진이란 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예상치 못하게 카메라가 날아든 탓에 피사체는 동공이 수축되다 못해 사백안이 된다. 강한 콘트라스트가 격정을 증폭한다. 강렬함이 디폴드다. 그의 유명세가 자연스럽다.




논란은 한 영상으로 시작됐다. 후지는 최근에 신작 똑딱이 카메라 FUJI X100V을 출시했다.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타츠오 스즈키의 X100V 사용기를 온라인에 공유했다. 거리 사진은 기동성이 생명이다. 결정적 순간에 카메라가 손에 들려 있어야 하고, 셔터를 누를 수 있어야 한다. 똑딱이는 휴대가 편하고 작은 사이즈 덕에 피사체가 받는 부담이 덜하다. 거리사진용 카메라로 제격이다. 후지가 타츠오 스즈키를 고른 이유다. 논란은 현해탄을 건넜다. 활동하는 사진가 모임에서 영상이 공유됐다.




영상에 달린 반응은 그의 사진만큼 강렬하다. 압도적 비율의 싫어요가 인상적이다. 자막 없이 일본인 상대로 제작된 영상이다. 타인을 괴롭히는 그의 모습이 반발을 불렀다. 우리나라였다 해도 마찬가지일 터다. 거리 사진이 예술이란 인식도 덜하고, 초상권도 예민하다. 무수히 터져 나왔던 몰카 사건들로 인해 거리 사진가는 단순한 변태로 보일 뿐이다.



한 거리 사진사 단체는 그들의 공식 계정에 타츠오 스즈키의 사진을 몇 장씩 올려 그를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사진사와 대중의 격돌이다. 나는 애매하게 양측 사이에 서 있다.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룰을 갖고 있다. 몰래 사진을 찍어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는다. 본인의 모습이 담겼단 사실을 안다면 불쾌할 사람이 있을테지. 상대에게 비밀인 시간 속에서만 불쾌하지 않음이 성립된다. 그 자리에서 욕을 먹냐 안 먹냐의 차이지, 상대 동의 받지 않고 찍는 것은 동일하다. 나는 찍은 사진을 사진 계정에 포스팅하고, 가끔 전시회에 올린다. 운이 나쁘면 피사체는 액자 속에서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근거는 몇 가지다. 아니 실은 한 가지다. -법적으로 문제없음- 이미지를 영리 목적으로 쓰지 않는다면 인터넷에 올리든 전시회에 올리든 법적, 경제적으로 피해받을 일이 없다. 내가 세계적 작가가 될 가능성도 낮고, 그렇다 해도 거리 사진이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분야로 자리할 가능성도 낮다. 내가 카메라에 담은 이들이 본인 사진을 발견할 확률은 어쨌든 낮다. 주식과 비슷하다. 높은 확률로 돈을 벌 수 있으니 투자한다. 안 걸리고 민망한 상황 마주할 일이 적으니 찍는다.




나의 행동이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의 말이 올라온다. 나는 기록의 지킴이, 생생한 역사의 수호자가 되어 세상의 비난에 마주하겠다며 사진 생활을 이어갈 결의를 다진다. 르포 사진은 예술이며 귀중한 문화 자산이다. 예술은 누군가 지켜야 한다.라는 어조의 말은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근거 두 번째였다. 하지만 나는 예술가의 자각, 후대를 위한 역사의 지킴이라는 의식이 전혀 없다. 내가 재밌으니까 찍을 뿐이다. 사명감 제로의 사나이. 누군가 말한 멋스러움을 자기변호를 위해 걸치는 셈. 되도록 생각을 덜 하려 한다. 잘못됐음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때문이다.




타츠오 스즈키가 뜨겁게 욕먹는 상황에서 자아분열이 일어난다. 내 취미 생활 유지와 자존감 상승을 위해 거리 사진가의 편에 서서 우리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근데. 누군가가 높은 확률로 불쾌감을 느끼는 행동을 하고 있단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더 귀중한 가치가 있으니 참으세요라고 말하는 게 비민주적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 사진을 찍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