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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y 21. 2020

2020년 5월.. 오늘이 며칠이지? 의 메모

메모 타이틀을 단 게시글은 하루를 한 유닛으로 한다. 하루에 최대 하나. 나름의 질서다. 메모 하나당, 혹은 글 쓰는 타임 당 게시글을 작성하면 너무 많은 글이 탄생하게 된다. 너무 많은 글이 나쁘진 않은데 낮은 볼륨은 나쁘다. 하루의 조각을 덩어리로 만들어야 부피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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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는 금방 상한다. 신세대란 명사가 가진 촌스러움. 요즘이란 부사가 가진 촌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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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는 분량이 짧을 수밖에 없다.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함축된 언어로 핵심만 적어야 한다. 언어의 함축성은 시의 특성인데? 메모가 시와 나란히 서게 되자 불필요하게 힘이 들어간다. 시사평론가 정영진은 GM을 경계하라 주의한다. GM은 자아도취형 인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GM은 겉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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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제 도서는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다. 분량이 너무 길다. 전염병 관련 책인 페스트, 아픔이 길이 되려면, 눈먼 자들의 도시를 연달아 읽었다. 당분간 관련 책 읽고 싶지 않다. 흥미가 떨어진다.

이번 책은 자신 없다. 독서가 의무의 영역에 접어들었다. 의무감 테스트가 된 독서. 이 책 읽으면 칸트에 한 발짝 다가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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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판은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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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안 먹어야겠다. 11시에 친구들 만난다. 이른 점심 먹을 수 있다.

이 메모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글로 쓰일 필요가 없는 문장이다. 결심을 다지기 위해? 굳이? 함의가 있나? 아니. 도대체 왜 쓴 것일까? 다음 메모로 넘어가려는 순간, 합리를 담당하는 뇌 기관에서 문제제기를 했고, 뇌 법정에 세웠다.

30초가량 소리 없는 아우성이 오간 끝에 이것은 분량 채우기를 위한 문장임을 판결했다. 왜 때문에? 많이 쓰면 뿌듯하니까. 이것은 이 곳의 글쓰기 원칙에 위배된다. 대전제는 글로 쓰일만한 의미다. 비유의 맛도, 유머도, 함의도, 복잡함을 꿰뚫는 명쾌함도 없다. 하나라도 있어야 글로 쓰이고 온라인에 게시될 수 있다.

쾌락 추구를 위한 글쓰기를 잡아냈다. 그리고 재판대에 올려 심판했다. 이로써 나는 원리원칙주의자에 한걸음 다가섰다. 양심의 소리가 들리는가! 내 글 위에서 무의미는 존재할 수 없다. 무의미는 악이다. 나는 정의구현에 성공했다.

합리주의에서 탄압받은 소수를 알고 있는가! 우생학이 나온 배경이다. 의미는 이치이며 공리는 소수의 희생을 전제한다. 대체로 공공에 소수는 없다. 나의 무의미 배척하는 메모는 소수자를 배척하는 파괴적 상징. 아... 안돼.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항소를 위해 대법원에 섰습니다. 판결을 재고해주시길 간청합니다.

배제당하는 소수(불합리, 무의미한 생각 조각들)가 없어야 한다. 모든 생각의 조각은 나를 구성하는 주권자이다. 당당히 존재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글 위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판결은 위법이다. 모든 무의미여 글 위로 모여라. 그리고 소리쳐라! 사랑한다고 소리쳐! 리슨 투 마 하트 빗 포 유! 기의를 잃어버린 기표들아, 어려운 말로 시니피에를 잃어버린 시니피앙들아 여기로 모여. $^÷(#;$(@*#^$( 무의미를 사랑하자.

11시에 친구를 만나서 아침을 안 먹겠다는 메모는 보호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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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도 기생충도 로마도 한 목소리를 낸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보편에 닿아 있다. 인간은 배경이 만들어내는 존재란 증명이 아닐까? 극단으로 올라가면 같다는 뜻과 같다. 실존은 나의 선험적 본질이 아닌 경험의 합일 수도. 혹은 그 둘의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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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가 시금치 먹는 이유는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 교복을 입히는 이유는 통제하기 위해. 80년대 초반 전두환의 3s 정책 섹스 스포츠 스크린은 우민화를 위해. 그것은 본인 권력에 반기를 들지 못하게 하려고. 이해관계를 빠르고 정밀하게 보면 평론가 연애고수 사업가 투자자 학자가 될 수 있겠지. 이런 맥락에서 내가 책 읽는 이유는 너무 읽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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