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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10. 2020

박원순과 손정우에 대한 금요일 메모

   박원순 시장이 유명을 달리했다. 많은 생각이 오갔다. 감정이 뒤죽박죽이다. 안쓰러움이 가장 크다. 이 시국에서 민감한 발언이지만 일단 내 감정은 그렇다. 퇴근 후에 정리해서 글로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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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글은 하루가 한 유닛이다. 정오의 시작과 끝 사이 24시간에 쓰이면 글 하나에 속한다. 오늘 정오가 되기 전까진 모든 메모가 이 게시글을 벗어날 수 없다. 무질서에 부여하는 최소한의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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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매수, 매도할 때 시장가 옵션을 사용한다. 감정을 배제하고 원칙에 따르는 매매 법이다. 감정은 근거가 딱히 없다. 감정에 따라 투자했을 때 손해 본 경험이 많다. 시장가를 선택해 매수하면 현재 구매할 수 있는 최저가로 구매하고, 매도하면 최대 금액으로 매도한다.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번거로운 감정 노동을 피하기 위해 따르는 방식이다. 감정은 투자에 도움이 안 된다.


전날 호주 주식에 들어갔다. 문제가 생겼다. 호주 시장가 시스템은 한국 시스템과 달랐다. 70센트 짜리 주식을 시장가로 구매했다. 구매가격이 73.7센트로 찍혔다. 최저가 거래가 아니었다. 5000불을 투자했다. 수수료를 포함하니 구매 즉시 7%의 손해가 생겼다. 감정은 투자엔 도움이 안 되니만 당장의 기분 해소엔 도움이 된다. 감정을 싣고 얘기하자면 개같은 경우다. 7프로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생돈 350불이 공중에서 녹아 없어졌다.


호주 시장에선 꼭 지정가 구매를 하자. 긍정 회로 돌려서 저렴한 레슨비였다고 합리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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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원순은 잘못을 저질렀다. 큰 잘못이다. 위계에 의한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보다 죄질이 나쁘다.


박원순의 마지막 결정은 피해자의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로 쓰일 수 있다. 그는 그것을 알고도 떠났다. 피해자의 증언에 무게가 실린다.


보여주기 식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삶을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옥탑방 생활하는 등의 기행을 보였다. 불필요해 보이는 재정 절약 퍼포먼스도 했다. 예를 들면 문짝 뜯어 책상으로 사용 등. 서울 시민의 안녕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 왔음을 부정할 순 없다. 박진영이 니지 프로젝트에서 말했듯 태도는 성과를 낸다. 그의 태도는 최소한 나란 사람의 호감이라는 성과를 냈다.


성폭력 가해자의 타이틀이 달리며 그의 정치생명은 끝났고, 대중의 호의는 180도 뒤집혔다. 여성인권 변호사 출신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다. 이것으로 그의 진정성은 무로 돌아간다. 정치인의 존재 근거인 신뢰가 꺾였으니 더 버틸 재간이 없었을 터다. 앞으로의 진실 공방과 그 과정에서 터져 나올 무수한 질타를 피해 그는 고소 사실을 깨닫는 즉시, 멀리로 떠났다. 본인이 이룩한 모든 공이 무너져버리는 장면이 무서워 멀리멀리로. 노력과 시간이 무의미로 귀결된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힘들었을까. 그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약하고 양면적이란 사실을 가리켰다.


피의자의 사망으로 성추행 고소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피해자가 마주할 무수한 고통이 눈이 그려진다. 진심으로 유감이다.


그럼에도 박원순을 향해 보냈던 응원과 호의는 완벽히 무화 되지 않아 안쓰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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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건을 글로 꼭 남기고 싶었다. 나라는 인간의 사유는 강하지 않다. 글로 남기지 않으면 생각을 정리할 수 없다. 양쪽이 완벽히 균형을 이루지 않아도, 딜레마는 생각을 강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손정우 사건을 온전히 트레이닝 목적으로 소비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최소한 국민의 생각 중심에 자리한 논란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는 점과 어디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의견이 있어야 한다는 당위가 아래 있다.


짧게 배경을 정리한다.


손정우는 웰컴 투 비디오라는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개설, 운영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트로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그는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 업로더들은 수익을 얻기 위해 아동의 성을 착취하고 그 상황을 영상으로 남겨 공유했다. 손정우의 사이트는 아동 성범죄자의 수익 창출의 플랫폼이 되어 더 많은 범죄를 양산했다.


손정우가 저지른 죄는 직접 가해가 아니란 점과 그의 반성하는 태도를 근거로 가벼워졌다. 1년 6개월 수감으로 (법적으로) 모든 죄 사함을 얻어냈다. 국민들은 너무 짧은 형기를 보고 죄를 사해주는 이들의 근거와 도덕심을 의심했다.


이때 미국은 범죄자 인도를 요청했다. 미국으로 인도될 경우 한 가지 범죄에 대한 책임만 물게 된다. 이미 타국에서 처벌받은 내용을 중복해서 적용할 수 없다는 이중처벌 금지 항목을 적용하면 9개 중 8개는 소거된다. 다만 손정우 변호인에 따르면 그 한 가지 범죄만으로도 50년의 형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이중처벌이 가능하다면 평생 감옥행이다. 국내 판결에선 그의 인도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손정우는 자유의 몸이 됐고 국민은 분노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인도협약이 맺어진 이후로 공소시효를 넘긴 사례와 정치인 송환 사례를 제외하면 송환을 거부한 첫 사례다. 팟캐스트나 칼럼에서 법조인들은 판결에 의문을 가졌다. 그들은 법리적 측면에서 볼 때는 타당해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송환이 자연스럽다는 의견을 냈다.


나는 이중처벌 가능성을 근거로 손정우 송환은 합리적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제 관계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처사로 비쳤기 때문이다. 심적으로, 그리고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감정대로 사안을 바라보는 일이 반복되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긴다. 그러나 이중처벌 금지 조항의 존재를 깨닫고 손정우 송환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을 바꿨다. 가장 큰 이유는 이렇다.


1. 처벌받지 않은 내용을 처벌하는 것이다.

2. 국내 사법부가 갖고 있는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

내가 갖고 있는 합리성의 범위를 벗어났다. 세계 최대 아동 성범죄 사이트 운영자가 일 년 반의 양형을 받았다. 사안의 경중에 맞지 않는 처벌이다.

3. 피해자의 입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사법부가 가해자의 입장에서 양형했다. 피해자가 받는 피해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기에 내린 양형이다. 피해자의 의견이 배제된 판결이므로 합리성에 의심이 든다.

4. 엄중한 처벌로써 추후 일어날 동종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5. 추후 미국에 범죄자 인도를 요청할 때 문제가 없다.


내 판단의 근거는 크게 이 다섯 가지다. 그는 미국으로 갔어야 했다.

이번 판결은 사법기관의 자존심, 선민의식이 만든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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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덕적으로 살고 싶지만 도덕적인 인간이 아니다. 나라는 인간의 흠결을 찾기란 숨쉬기만큼 쉽다. 나는 모자란 인물이고 질타 받을만한 구석이 많다. 준거 집단 선택에 개인의 경험이 중요한 요소가 됐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남보다 훨씬 더 악질인가? 란 질문에 마주하면 중간 정도의 악함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중간 맛 악함의 인간이 존재해도 세상은 돌아갈 수 있다. 최소한의 양심은 지킨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택적 악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악이라고 칭하면 거창하고 모호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에서 하고 싶은 일을 따르는 경우 비도덕으로 판단한다. 최근에 읽은 '왜 칸트인가'란 책을 인용해 개폼 잡는다면, 의무의 영역 밖의 행위를 저지른다는 뜻이다.


직업윤리도 마찬가지다. 돈을 받는 입장에서 약속된 시간 동안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상대가 납득할만한 수준의 퀄리티를 달성하면, 핸드폰을 본다. 나와 타협하는 셈이다. 남는 시간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도덕적인 일이며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과 함께 인터넷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고객이야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하겠지만 나는 만족스럽지 않다. 안타깝게도 나는 나를 만족시킬 행위를 하지 않는다. 집에 오면 후회가 남지만 결국 다시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


이외에도 문제가 많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정의의 개념을 정립한다. 하지만 생각과 행위가 비례하지 않는다. 조금씩이나마 나아진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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