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띤떵훈 Jan 28. 2021

내 기대치

매일 20분

 10:14


최근 댄 애리얼리의 부의 감각을 읽었다. 사례로 관심을 환기 시키고, 그에 관련한 경제학 정보를 주는 방식으로 책을 전개했다. 돈을 절약하는 방법, 모으는 방법, 우리를 현혹시키는 요소들, 인간의 비합리성 등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더불어 돈 이외에 생각할거리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기대치 이론이다.




기대치는 사람이나 사물에 기대하는 값이나 성능을 뜻한다. 만 원 가격표가 붙으면 만 원짜리 서비스를 기대한다. 1억 지불하고 1억의 서비스를 기대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상대와의 대화와 활동으로 기댓값을 설정한다. 기댓값만큼의 행동과 발전을 기대한다. 타인이 내게 어떤 기댓값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기댓값에 우리를 맞춘다. 기대치 자체가 주술적 의미를 갖게 된다. 타인이 높거나 낮은 기대치를 설정했을 때, 우리는 그에 따른 근거가 있을 거라 여긴다. 상상 속에서 여러 이유를 만든다. 기대치가 높을 땐 온갖 잠재력이 등장해 부합하는 나를 만든다.




자신에게 갖는 기대치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나와 떨어져지낼 수 없다. 가장 가까이서, 매 순간을 지켜본다. 기대치 구절을 읽다가 내가 자신에게 어떤 기대치를 갖고 있고, 가져왔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졌다. 그 뒤에 몇 가지 요소로 자신에 기대치를 높여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아주 어릴 때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세상이 무대고 나는 주인공, 나 이외는 들러리. 그 당시 내 눈엔 저마다 역할이 다르고, 역할은 다른 무게를 갖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역할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 과학자, 가수, 파워레인저 정도였다. 마지막 직업이 군계일학이다. 파워레인저가 되고자 했으나 우주와 전대물 회사가 도와주지 않아 꿈을 접었다. 나이를 먹으며 현실적으로 변한다. 파워레인저에서 시작해 와이프한테 욕 덜먹는 남편으로.




급식 우유와 기대치의 상관관계를 다룬 인터넷 밈이 있었다. 아인슈타인 우유로 시작해, 파스퇴르, 서울 우유, 연세 우유, 건국(훌륭한 학교다) 우유로 넘어온다. 본인의 분수를 알고 목표를 조절해나아가는 과정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어머니 치맛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판옵티콘 죄수처럼 어딘가에서 지켜볼 어머니를 상상해 억지로 책상 앞 자리를 지켰다. 조기교육은 우수한 학업 성취를 불러온다. 전교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나는 뭐가 됐든 될 놈이었다. 몇 년 만에 내게도 안 되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어머니가 아버지와의 이혼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들며 자식 교육 봐줄 여유가 없어졌다. 어머니의 관심과 비례해 기대치도 떨어졌다. 어머니는 온갖 어려운 사회의 풍파를 맞았다. 본인의 이상을 내게 전해줬다. 기술 배워서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라고(아직도 이렇다 할 기술이 없다). 어머니의 기대치에 맞춰 내 미래상을 수정했다.




한 번 가봤던 길은 다시 가기 쉽다. 본인이 간 길은 남이 가기도 쉽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간 선배들이 주위에 포진해 있으면 목표 달성이 쉬워진다. 왜? 매일 보는 평범한 사람들이 다 하는 일이니까. 저 친구가 했는데 내가 못 할 이유가 없다. 선구자가 등장한 뒤에 본인들의 가능성과 기대치를 올린다. 박지성과 김연아, 봉준호, BTS가 등장해 불모지로 불렸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다. 우리도 된다. 후발 주자는 타인과 본인이 부여하는 기대치가 높다. 기대에 가까이 다가간다.





당장 실현할 목표는 현지 대학교 졸업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해외 대학교 졸업하는 게 막연했을 것이다. 한국 친구 중, 해외 학교 졸업자는 없다. 1부터 100까지 다 내 몫이다. 해외는 어떻게 가? 돈은 어디서 나? 영어는 어떻게 배워? 준비는 어떻게 해? 막연함은 포기를 종용한다. 환경이 변했다. 주위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현지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끝마쳤다. 주변인 10명 중 8명이 갖고 있는 게 호주 대학 석박사인데, 잘난 내가 못 할 이유는 없다.





매일 20분인데 20분을 오바했다. 슬슬 결말을 적지 않을 수 없다. 책과 기사 등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기표를 깨닫는다. 내겐 학문적 성공, 경제적 자유와 밀접한 기표가 많다. 독서, 독서 모임, 글쓰기, 연금, 장기 투자, 자기 분야에 성취가 있는 가족과 친구, 취미, 여가 시간, 학습열, 엉덩이, 가성비 따지는 성향 등. 이 모든 게 나의 성공을 점친다. 점쟁이가 돌팔이일 가능성도 있다. 그건 중요치 않다. 기대치에 주술적 역할이 있다면, 등골까지 뽑아내야 한다. 돈 안 들고 효과 많은 서비스다. 효율에 충실한 효율충으로서 최소 투자 최대 이윤을 노린다.




10:43

작가의 이전글 주식 시장을 떠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