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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r 15. 2021

고상한 와이프

(사진은 불만 많은 )




난 부자가 될 사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자가 수밖에 없다. 원칙을 존중하고 기다리는 법을 알아 가난해지기 어렵다. 나는 와이프가 부럽다. 부자(예정)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이프 입장은 다르다. 남편에 불만이 많다. 그녀는 오늘을 사는 사람이다. 돈 이야기를 싫어한다. 속물적이며, 오늘을 즐기지 못하는 이의 전유물이라 믿는다. 나는 오늘도 즐기고 미래도 즐기고자 한다. 오늘을 희생하는 게 아님을 항변한다. 와이프는 내 인생은 타협의 연속이라 지적한다. 그녀에게 나는 가성비 따지며 지금에 100프로 투자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되려 반문한다.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나? 다들 본인 경제 상황에 맞춰 소비한다. 타협은 당연하다. 와이프는 부정한다. 지금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먹어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야 하고,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사야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오늘 100프로 즐겨야 한단다.



와이프는 소비에서 행복을 찾는다. 나는 소비 없이 행복하다. 되려 절약한 돈을 투자하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 세븐 일레븐 1불 커피, 중고 상점 쇼핑, 독서, 글쓰기, 사진 촬영 등등 내 일상엔 크게 돈 드는 활동이 없다. 충분하니 더 쓰지 않는다. 와이프는 이런 활동에 만족하는 나를 싫어한다.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경험해서 고상한 취향을 가진 배우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와인 맛을 알고, 한 끼 식사에 300불 쓸 수 있고, 1박에 500불짜리 호텔에 머무는 사람 말이다.



나는 와인 맛을 모른다. 4L 짜리 팩 와인이나 500불짜리 와인이나 거기서 거기다. 싸구려 와인은 원하는 모든 걸 제공한다. 혼자 먹는 한 끼 식비로 300불 쓰지 않는다. 5불에 산 헝그리 잭스(버거킹) 치즈 와퍼를 먹으며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호텔은 무슨. 침대에 빈대 없고, 뜨거운 물 나오는 곳이면 하다. 싸구려 취향엔 이점이 있다. 작은 소비에 감사한다는 사실이다.




취향은 선별적이다. 모든 분야에 고상한 취향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 관심 있는 분야를 잘 아는 걸로 충분하다. 다른 말로 선택과 집중이다. 취향을 기르기 위해 큰돈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나는 싸구려로 남아도 좋다. 그 돈을 나눠서 커피 마시고, 책 사고, 트램 타는데 쓰겠다. 오래 지속 가능한 행복을 사겠다. 오늘 10 행복한 것보다 일주일 8 행복한 게 좋다. 사실 오늘의 행복 10을 사기 위해 필요한 돈을 생각하면 행복이 반감된다. 결국 오늘의 행복 10은 소비의 고통 5를 제외하면 5가 된다. 결국 이는 큰돈 쓰고 순간적인 행복 5를 얻느냐, 적당한 돈 써서 장기적 행복 8을 얻느냐에 문제다. 길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내 행복에 와이프의 행복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고, 그녀의 행복에 서포트할 준비가 됐다. 그래서 맞지 않는 소비를 연달아 행한다. 기꺼이 고상한 취향의 남편 시늉은 해준다. 다만 시늉은 티가 많이 나서 그녀를 만족시키기 충분하지 않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소시민의 소비 아비투스는 여간해선 지워지지 않는다.




결론을 내렸다. 나는 큰 문제가 없는 한 부자가 된다. 큰 문제를 만들지 않을 생각이다. 와이프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쓰되, 개인의 영역에서 충분히 절약해 그 돈을 충당한다. 복리의 마법이 멈추지 않아야 한다. 지속 가능한 소비와 행복을 위해 경제력은 필수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통계적으로 자산 100억 전까지 돈과 행복은 비례한다. 내 계획은 생산능력을 잃은 미래에 닿아 있다. 늙은 와이프가 거리낌 없이 행복을 살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하겠다. 애송이의 렉시처럼 만족 없는 여성인데, 그때 내 크레딧을 주장해봤자 씨알도 안 먹히겠지만, 개의치 않고 그녀를 부자로 만들어주겠다(중간에 이혼해달라 하면 어쩔 순 없다). 가난하고 불만 많은 와이프보다 돈 많고 불만 많은 와이프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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