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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r 18. 2021

아머드 사우르스의 미래에 돈을 건네다

대원미디어 주식 분석

주식 분석 2탄:

https://brunch.co.kr/@critic/258







용갑합체 아머드 사우르스


https://youtu.be/oMSNQAYDzPQ

용갑합체 아머드 사우르스 (Armoured Saurus) 공룡에게 아머를 장착시킨 병기! Trailer (feat. 최초공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영상 때문이다. 국산 특촬물 시리즈의 트레일러 영상이다. 제목은 용갑합체 아머드 사우르스(이하 철용). 어제(3월 17일) 오후에 공개됐다. 컴퓨터 그래픽에 한 번 놀라고, 공룡을 포켓몬 마냥 키우는 설정에 놀라고, 공룡이 자동차를 갑옷처럼 착용하는 설정에 놀랐다. 이 모든 걸 세련된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트랜스포머와 비슷하다. 시리즈 세계관을 보니 두 개의 진영이 대립한다. 첫 번째 진영은 아머드 공룡, 다른 진영은 기계 공룡. 공룡 친화적 세계를 그린다고 한다. 아무래도 실제 공룡이 우리 편, 기계 공룡이 너네 편인 듯하다.




논리적 도식을 이용해, 이 특촬물의 가능성을 분석할까 한다.




공룡 + 변신로봇 + 공룡과 자동차 합체 = 이건 못 참지




이건 못 참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전제가 있다. 두 가지 질문에 예스가 나와야 한다. 트레일러에서 보여주는 퀄리티를 시리즈 내내 보여줄 수 있는가? 스토리가 탄탄한가? 두 가지가 예스라면 이 시리즈는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나는 역사의 시발점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철용을 바라봤다. 린치 형은 주변에 있는 것들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으라 조언했다. 형이 칭찬해줄 것같다. 국내 성공은 주가 상승을 부르고, 세계 시장 진출은 아주 많은 주가 상승을 부른다. 시리즈 물의 큰 성공은 여러 부가 이익을 낸다. 대박 나면 몇십 년이고 우려먹을 수 있는 IP로 거듭난다. 철용이 사골인지 아닌지 가려야 한다. 시간이 있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열릴 때까지 한 시간 남았다. 한 시간 동안 수익성을 분석해 투자를 결정하겠다.






한 가지 호재라면, 철용의 트레일러가 발표된 시점이 전날 시장 마감 이후란 점이다. 트레일러의 조회수는 2.5만 회다. 전날 대원미디어의 주가는 2.5% 떨어진 11,000 원에 마감됐다. 트레일러를 본 사람이 적다. 주가에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았다. 기대 프리미엄 빼고 사려면 지금이다. 신중한 고민이 요구된다. 시작은 재무제표부터다.








대원미디어의 재무제표를 확인했다. 장단점을 나열한다.




장점


1. 매해 영업 이익을 낸다


2. 부채 비율이 낮다 (38%)


3. 작년에 매출/ 영업 이익 성장률이 눈부시다 (닌텐도와 동물의 숲 덕분이다)






단점


1. 멀티플이 높다. PER이 50배에 달한다(초 고평가)


2. ROE가 낮다. (자본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3. 영업 활동 현금이 들쭉날쭉하다.






재무제표 상으론 내가 절대 사지 않는 기업이다. 싼 값이 아니다. 여기서 미래 가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2020년 12월에 올라온 기업 IR과 애니메이션 제작 동업자인 스튜디오 이온을 검색한다.




스튜디오 이온의 전작의 반응을 확인했다. 미국제작사와 협업하기도 하고,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한 이력이 있다. 공통점은 개연성이 아쉽지만 그래픽이 준수하단 사실이다. 평점은 기본적으로 낮으나 어린이들은 대체로 만족하고 적당한 수익을 냈다. 철용의 경우 타겟이 어린이 + 키덜트다. 키덜트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개연성이 필요하다. 이 점은 안타깝다. 다만 그래픽적으로 신뢰할만한 이력이 있다.




대원 미디어의 IR을 본다. 어릴 적 즐긴, 달려라 하니, 영심이, 까치 등을 만든 제작사다. 역사가 깊다. 지브리의 최대 히트작, 센과 치히로, 그리고 열풍을 일으켰던 포켓몬스터 라이선스 수입 업체다. 사업 구조를 보니 완구도 제작한다. 이것이 큰 장점이다. 손오공 등의 회사와 이익을 나누지 않는다. 철용이 성공하면, 최대 수입은 완구에서 나올 것이다. 이 완구를 직접 제작한다면 온전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대원방송을 소유했기에 대중에게 철용을 노출할 플랫폼이 있다. 반복 노출이 중요한데, 큰 이점이다.




다만 큰 단점이 있다. 회사 수입 구조에서 닌텐도 판매가 무려 65%를 차지한다. 출판, 방송, 라이선스 사업을 다 합쳐도 닌텐도 판매 수익을 이길 수 없다. 닌텐도 판매 실적이 꾸준히 유지될 수 없다. 집에서 생활해야 하는 상황(코로나 시국)과 매가 히트 콘솔(동물의 숲)이 한 번에 터져준 덕분에 나온 이례적인 실적이다. 닌텐도 인기가 식으면 회사 수익의 절반 이상이 빠진다. 어마어마한 리스크다. 요컨대, 철용이라는 기대가 없다면 절대, 네버 사지 않는 기업이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갈 재무제표와 수입구조다. 우량주란 말과 거리가 멀다. 이미 닌텐도 매출이 주가에 반영됐다. 작년 3월 저점 이후 주가는 벌써 3배 이상 올랐다. 투자하기 좋은 시점도 아니다.




대원미디어의 최근작 시간여행자 루크의 성적을 본다. IR 상에 눈에 띄는 변화나 성장이 없다. 온라인에서도 큰 반응이 없다. 사실상 콘텐츠 BIZ 섹션의 수익과 영업이익은 미비하다. 전체 이익의 2.9%밖에 되지 않는다. 철용의 성공을 점칠 때 전작이 큰 판단 요소다.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회사의 매출 시스템도 확인했고, 전작과 동업자, 재무제표를 종합적으로 확인했다. 철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투자 매력도는 5점 만점에 1.5점이다. 적자가 아니란 점은 좋지만, 닌텐도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게임기 이만큼 팔 수 있다는 엇나간 믿음으로 주가가 형성됐다. 한마디로 고평가, 고리스크 기업이다.






정리할 시간이 왔다. 철용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지 않는 한 내게 큰 수입이 생기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매출이 회사 이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그간 성적이 좋지 않았고, 이미 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기 때문이다. 적당한 성공이라면 수입을 줄 수 없다. 닌텐도 스위치는 충분히 보급이 됐다. 살 사람은 다 샀다는 말이다. 더 이상의 큰 수익을 기대할 순 없다. 회사 이익의 65%를 차지하는 닌텐도의 끗발이 다 떨어졌다. 철용의 적당한 성공은 이를 커버할 수 없다. 요컨대 엄청난 성공이 아니라면 돈을 벌 수 없다.








철용 트레일러를 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회사는 파면 팔 수록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배신당한 기분이다. "대원 미디어 주식을 사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무덤에 계신 그레이엄 형님이 벌떡 일어나 멜버른 시티 스타벅스 구석에 앉아 있는 나를 찾아와 귀싸대기를 시원하게 한 번 날릴 것 같다. 이 주식을 산다는 건 그레이엄 도드 마을 주민이길 포기한다는 의미다. 안전 마진도 없어, 회사 재무제표 건강하지도 않아, 고점이야. 사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철용 트레일러 영상을 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국산 특촬물의 미래를 본 기분이다. 응원하고 싶다. 세계적인 성공이 아니면 실패다. 세계적 성공은 확률이 낮다. 나는 영심이, 포켓몬스터, 벡터맨 보고 자란 한 사람이다. 어릴 적 꿈과 희망을 준 회사에 나름의 보답을 하고 싶다. 투자를 결심했다. 물론 투자 금액을 크게 잡을 순 없다. 500 정도의 소액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 만화와 출판 업계를 오랫동안 지켜오고 있는 기업에 한 표를 행사한다. 시장 시작 15분 전이다. 500만 원 시장가 매수를 예약했다. 그레이엄 형님 죄송합니다.





어느 정도 사적 감정을 반영한 투자니만큼,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투자의 제1 이유인 철용이 기대 이하의 수준을 보인다면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한다.


10초 뒤에 주식 시장이 열린다.




11,300 원에 매수가 체결됐다. 철용의 성공을 염원한다.




최첨단 철갑 수트가 어떤 위력을 보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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