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SK가 떨어지는 족족, 돈이 생기는 족족 매수하고 있다. 재무제표와 관계없이 말이다. 안전마진 없는 기업을 사는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정리하는 글이다.
SK 최태원 회장 곁엔 하이닉스 부사장 겸 SKT 사장인 M&A 천재 박정호가 있다. 그간 최태원이 방향을 설정하고, 박정호가 주도해 인수합병, 기업 판매를 해 왔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그런 그들이 더 크게 판을 벌리고자 한다. 최근 (주)SK는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 발표했다. 투자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의 가장 큰 출처는 국내 2위 기업인 하이닉스가 될 것이다. 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다. 할아버지: SK, 아들: SK텔레콤, 손자:하이닉스 구조다. 반도체 붐으로 하이닉스는 엄청난 실적을 거뒀다. 넘치는 현금으로 창고가 터지려 한다. 최태원, 박정호 콤비는 하이닉스의 돈이 필요하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1- 손자회사 관리 조항. 법이 하이닉스의 돈을 묶었다. 손자회사가 아빠회사의 100%소유가 아니면, 손자회사는 인수나 합병을 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SK가 하이닉스의 현금고를 활용하기 위해선 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2- 2022년 개정되는 공정거래법. 그간 기업이 상장된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지배 하에 두기 위해 20%의 지분이 필요했다. 적은 지분으로 여러 기업을 휘두르는 모기업과 일부 오너의 행태(순환출자)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병폐를 줄이기 위해 20%였던 지배 지분 기준을 30%로 올렸다. SKT는 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10%가 더 필요하다. 문제는 하이닉스가 너무 컸다는 사실이다. 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는 100조다. 10% 지분을 사기 위해선 10조가 필요하다. SKT엔 그만한 돈이 없다
위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는 마법의 비책이 있다. 하이닉스를 sk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몇 가지 절차를 따라야 한다. 우선 SK텔레콤을 두 개로 쪼개야 한다. 통신업 하는 기존의 SK텔레콤(1)과 투자&지주 회사인 SK텔레콤 지주(2)다. 여기서 SKT 지주(2) 회사와 SK를 합병한다. 끝. 이로써 하이닉스는 SK 자회사가 된다.
오너인 최태원 입장에서 약간의 리스크가 있다. 지분 희석이다. 합병 기업에 동일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지분이 많은 SK 지주회사가 합병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야 한다. 연상되는 사건이 있지 않나?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이다.
과거로 돌아간다.
제일모직이 본인보다 몸집이 4배나 큰 삼성물산을 1:0.35(제일모직이 1이다)이란 말도 안 되는 비율로 합병했다. 기업 규모를 놓고 합병한다면 제일모직이 2: 삼성물산이 8의 비율이 되어야 했다. 현실은 다르다. 삼성엔 불필요하게 유능한 인물이 많다. 몇 가지 조치로 제일모직이 1, 삼성물산이 0.35 비율의 불공정 합병이 성사됐다.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를 뻥튀기하고, 소문을 흘리고, 뉴스를 통제해 제일모직 주가를 부풀렸다. 반대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췄다. 합병하며 이재용을 필두로 한 삼성가 사람들의 합병 기업에 대한 지분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합병은 오너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로 보통 오너 지분이 많은 기업에게 유리하다.
정리하면, 최태원도 (이재용 수감을 본 효과로 덜 노골적이겠지만) 비슷하게 행동할 것이다. SK 지주의 주가를 올리고, SK텔레콤 지주의 주가를 낮춘다. 뉴스 배포와 SK 지주 자회사 상장 등의 방식이 따른다. 합병이 가까워지면 합병 뉴스 그 자체가 SK 주가를 올리고 텔레콤 지주의 주가를 떨어트릴 것이다. 합병은 당연히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SK 비전 공개 : 주가를 띄우기 위한 전략/ 합병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
SK의 합병 후에 전략을 예측해본다.
1. SK 지주회사와 텔레콤 지주의 알짜 비상장 기업(11번가, 웨이브 등)을 상장
2. 새로이 상장된 기업 지분 판매
3. 하이닉스 지분 10%를 매수 (30% 비율을 2022년 1월 1일까지 못 만들면 9조의 세금 부담이 생긴다) 이때 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출 수 있다.
4. SK가 하이닉스 지분 30%를 갖게 되고 세금 부담 해소
5. SK가 공식적으로 지분 30%를 보유한 자회사 하이닉스의 곳간을 활용할 수 있음
(주) SK는 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 천명했다.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되는 셈이다. 아무 능력도 없던 지주 회사에서 투자사로 거듭나면 기업 가치가 오른다. 또한 적극적 인수 합병, 기업 판매 등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회사는 적극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며 주주에게 환원하겠다 말했다. 배당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가치를 올리는 기업에는 다시 돈이 흘러들어 간다. 지주 할인으로 크게 저평가받던 기업의 주가는 재고될 것이다.
정리하면 이재용과 같이 최태원 또한 전 계열사를 향한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것이다. 최태원은 (주) SK의 지분 30%를 갖고 있다. SK 지주회사가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질 것이다. 2021년 안에 SKT 지주회사와 합병을 성공하면 기존 SK 주주는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거둘 것이다. 그렇지 못 하더라도 상관없다. 합병 기대가 반영되기 전에 매수했다. 못 해도 본전이다. SK는 위대한 기업이다. 국내에서 최고로 유능한 경영자 중 하나가 운영하는 곳이다. 합병 없어도 동업하기 괜찮은(주가가 다소 높은 것 빼고) 기업이다.
중요한 것은 SK는 투자 회사로 거듭났고, 투자를 위한 돈이 필요하단 사실, 하이닉스 곳간에 돈이 넘친다는 사실, 그 돈을 사용하기 위해서 SKT 지주회사와 합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언제 하느냐의 문제다. 다르게 말하면 언제 수익 내느냐의 문제다. 올해 못 하면 세금 내고 내년에 합병하면 된다. 세금도 SKT 부담이다. SK에겐 이도 나쁘지 않다. 이러나 저러나 수익은 최태원과 (주) SK 주주에게 돌아간다.
모든 계획의 시작은 SKT 인적분할이다. '나중에 SK와 합병하기 위해 인적분할 합니다.'하면 SKT 주주는 반대한다. 최태원 입장에선 SKT 인적분할을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한다.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