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민에게 65만 원의 기본소득을
'소득의 미래' 이원재 저
'소득의 미래'는 한국 사회, 경제 분야의 고전이 될 것이다. 4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시민의 인간다운 삶을 지향. 둘째, 엄밀한 논증. 셋째, 패러다임의 전환. 넷째, 군더더기 없는 문체.
저자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꾼다. 정의로운 사회는 누구나가 인간적으로 대접받는 사회다. 인간적 삶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말했듯, 돈은 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만드는 기초다. 돈이 없으면 평등도, 자유도, 존엄도 없다. 그는 기본적 요소가 보장되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꾼다. 최저 생활비를 웃도는 기본소득은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본질이다. 그의 책은 인간다운 삶으로 향하는 구체적 길과 당위를 보여준다.
책을 쓰기 위해선 논증해야 한다. 주장을 하면 입증 책임이 따른다. 그의 주장은 분명했다. 두괄식으로 밝힌다. 플래그를 사이사이 배치해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게 돕는다. 전반적 구성 자체도 논리 구조를 갖췄다. 덕분에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논지를 이해할 수 있다. 레퍼런스 또한 적절했고 효율적이었다. 저자는 다양한 노동의 의미를 불러왔다. 사회의 노동, 미래의 노동, 철학자와 사상가의 노동 등. 시대별 노동도 되짚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노동을 예시와 함께 설명했다. 또한 어째서 미래에 인간이 노동과 사회에서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지 증명했다. 반대 의견도 실었다. 예견되는 비판을 가져와서 통계, 시뮬레이션, 연역법을 통해 반박했다.
책의 결론은 단순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본소득 지급이다. 최저 생활비나 여타의 사회 보장금을 커버하고 남을 정도의 기본소득이다. 2028년에 모든 시민이 65만 원씩 수령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추가 재정 편성이 아닌, 기존의 세금 시스템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였다. 구체적 내역과 방법을 언급해 현실성을 더했다. 그러나 지금 사회가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내용이다. 65만 원 기본소득을 위해 필요한 세금은 405조다. 힘들 게 얻은 내 것을 더욱 놓지 못하는 MZ 세대, 특히 Z세대의 반발이 예상된다. 총선 결과나 조형근 한림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대의 보수화는 강해지고 있다. 노동하지 않는 노인을 자신의 노동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원재 작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여기에 비난과 반발이 따른다. 저자는 고학력 기득권이며 고소득자다. 소득 상위로 기본소득 지급에서 혜택 받지 않는다. 혜택 대신 욕 먹는다. 세상을 보는 통찰, 평등한 사회를 위한 목소리는 평가받아 마땅하다. 신 앞에 이성을 놓고 논증한 근세 철학자 데카르트가 연상된다. 변화는 명분을 요구한다. 이 책은 명분이 된다. 변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그는 기자 출신이다. 그 후에도 글 쓰는 일을 했다. 애널리스트, 연구원, 평론가를 거쳤다. 투자한 시간이 실력과 항상 비례할 순 없다. 그의 글솜씨는 비례했다. 책에 군더더기가 없다. 사례로 흥미를 돋우며 시작한다. 두괄식으로 글을 진행해 어떤 주장을 하는지 분명히 밝혔다. 때로는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져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줬다. 딜레마를 제시하고 본인의 입장을 정립하게 종용한다. '소득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책이 다루는 층위를 넓혔다. 다루는 것은 단순한 분배 문제가 아닌 삶을 관통하는 철학 문제다.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온전한 나만의 성취는 존재할까? 사회 구조가 사람을 만드는가? 불평등한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질문해서 독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갖길 돕는다.
책은 공감을 이끈다. 의문과 고민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다. 가장 큰 의문은 노동의 가치다. 나는 모순적인 인물이다.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 한국형, 미국형 자본주의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생각한다. 노동과 소득이 비례하지 않고,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 때문이다. 반면 나는 이 불평등 사회에서 혜택을 누린다.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부자가 되리란 사실에 의심이 없다. 투자 소득은 노동 소득을 뛰어넘는다. 내가 하는 일은 가만히 있는 것뿐이다. 우량 기업을 저가에 매수한 후엔 할 일이 없다. 1년이든 3년이든 가격이 적절한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린다. 기다림은 대체로 큰 돈을 물어 왔다. 요컨대 나는 주식으로 쉽게 돈 번다. 배당금 제외하면, 기업이 물어온 수입은 온전한 내것이다. 세금 부담이 없다. 매매를 안 해 소득세도 안 낸다. 이런 상황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도대체 올바른 노동의 가치는 무엇가? 이게 정의로운 사회는 아니다.
상기 이유로 이 책은 훌륭했다. 내 지적 허영은 대단하다. 허영을 채우기 위해 읽는다. 아는척하기 위해 레퍼런스 하기 좋은 고전 위주로 읽는다. 대체로 고전이 왜 고전인지 납득한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등, 저자의 통찰과 이타심에 경외심을 갖게 만든다. 이 책 '소득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정말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