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은 게임하고 돈도 번다. 아침 30분, 저녁 30분 플레이로 그의 지갑엔 20만 원이 꽂힌다. 시급 20만 원짜리 노동에 흥미가 동했다.
지인의 도움으로 이틀 전부터 코인 기반 게임을 하고 있다. 큰 진입장벽 2가지가 있다. 첫째, 무지. 둘째, 초기 비용. 그 장벽을 뚫고 게임에 발을 담갔다. 이틀의 플레이로 깨달은 게 있다. 게임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수익률은 어떤지, 플레이 목표가 무엇인지, 게임을 어떻게 보는지 평하는 총정리 시간을 갖겠다. 나는 무척 궁금했다. 도대체 돈 버는 코인 게임이 뭔데 다들 난리야? 비슷한 궁금증을 가진 이들에게 가려운 곳 긁어주는 글이 되길 바란다.
게임 시스템
일단 게임 설명을 하겠다. 버니콘이란 코인 기반 게임이다. 어? 광고 아니야? 합리적 의심이다. 조금만 참고읽길 바란다.
웹페이지에서 전투가 이뤄지는 머그게임이다. 게임 콘셉트는 포켓몬스터와 비슷하다. 목적은 하루 할당 스태미너 다 써서 돈 벌기다. 계정당 쓸 수 있는 스태미나 총 량이 정해졌다. 그 총량에 맞춰 스태미나를 사용하기 위해선 (1렙 기준) 캐릭터 4개를 돌려야 한다. 전투는 캐릭터와 펫이 팀으로 한다. 캐릭터 스태미나에 상응하는 (1성 기준) 펫 6마리가 필요하다. 캐릭터와 펫을 조합해 전투하고, 승리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다.
단순한 게임 내용과 반대로 시작하려면 귀찮은 절차가 필요하다. 코인 게이머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진입에 성공했다. 진입하기 위해선 2가지가 준비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코인 기반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공통 준비물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바이낸스), 크롬 익스텐션용 지갑(메타마스크)이다. 바이낸스에 가입하고 거래하기 위해 며칠이 소요된다. 인증 절차가 까다롭다. 메타 마스크는 상대적으로 빠르다. 힘든 파트는 여기까지다. 준비물 구비가 끝났다면 내리막길이다.
게임 실행 방법은 단순하다. 1. 바이낸스에서 기준 가상화폐 BNB를 구매한다. 2. BNB를 게임용 지갑 메타마스크로 옮긴다. 3. 버니콘 거래소에 접속해 메타마스크를 연결한다. 끝이다. 위 3단계를 거치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게임 플레이 방법이 가장 간단하다. 버니콘 거래소에서 BNB를 이용해 게임 코인(버니코인)을 구매한다. 버니코인으로 캐릭터 4 인, 펫 6 마리를 구매한다. 구매한 캐릭터와 펫으로 가상의 상대와 대전한다. 대전 상대의 전투력이 표기되는데, 이길 게 분명한 상대가 나올 때까지 새로고침한다. 대전 상대와 전투 버튼을 누른다. 소정의 수수료(370 원)가 결제되고 전투가 이뤄진다. 전투 화면은 딱히 없고 10초가량 후에 승리/ 패배 알림이 뜬다. 끝이다. 전투에 승리하면 1100원 상당의 게임 코인이 들어온다.
초기 자본
계정 하나를 돌리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가? 50만 원이다. 초기 자본은 4캐릭터, 6펫을 구매할 돈을 의미한다. 스태미나를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조합이다. 1캐릭터로도 플레이는 가능하다. 최초 전투에 필요한 수수료 만 원가량도 필요하다. 후에는 게임에서 버는 돈을 수익창출해서 수수료를 낼 수 있다. 4캐릭터, 6펫 구매에 필요한 재화는 대략 1200 버니코인이다. 살짝 돈이 남는데, 이를 수수료로 사용하면 된다. 현 시세로 1200 버니 코인의 값은 50만 원이다. 정확히 49만 6800원.
인 게임 수익
50만 원의 계정비를 내고 시작한 게임은 우리에게 얼마를 제공할까? 전투 후에 인게임 재화의 가치 변동에 반응한 승리 보상액이 책정된다. 한 판에 1100 원을 획득한다. 스태미나를 낭비하지 않고 전부 사용했을 시, 1레벨 캐릭터 기준 28판을 할 수 있다. 28판이면 3만 원 돈이다. 대전 한 번에 10초가량 소요된다. 캐릭터 교체하고, 상대 갱신하고, 결제하는 시간을 다 포함할 때 총 소요 시간이 얼마일까? 오전에 10분, 오후에 10분 투자하면 모든 스태미나를 소비할 수 있다. 20분 게임으로 총매출 3만 원을 번다.
여기서 수수료와 게임사에서 매기는 세금 15%를 제외해야 한다. 계산을 정확히 하기 위해서 미국 달러로 환산한다. 총매출은 미국 달러 28불이다. 여기서 수수료는 9불이다. 세전 수익 19불이다. 여기서 세금 15프로를 계산할 경우 하루 수익은 얼추 16불이다. 지갑으로 소환한 게임 머니를 다시 BNB로 교환하면 수익 창출이 끝난다. 교환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적다. 요컨대 하루 20분 플레이로 16불, 한화 19000 원을 번다.
손익분기점
최초 투자한 금액 50만 원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어떻게 될까? 50만 원을 1.9만 원으로 나누면 된다. 대략 27일이 소요된다. 여기서 미처 언급하지 못한 변수를 적용한다. 게임에서 패배할 확률과 스태미나를 다 쓰지 못 한 날이다. 삼 일 정도를 변수에 필요한 날로 계산한다. 대략 한 달이 손익분기점이 된다.
게임의 미래
밝지 않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게임성이다. 코인 기반 게임은 처음이다. 충격적이다. 게임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게이머 관점으로 본다면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게임이다. 웹 기반 게임으로, 아마추어가 각 잡고 일주일 만든 퀄리티다. 게임의 의의는 돈벌이다. 무색무취의 채굴이란 행위에 재미와 약간의 손맛을 가미한 코인이다.
다음으론 비정상적으로 빠른 채굴 속도다. 버니 코인의 예정 발행량은 10억 개고, 현재까지 1.2억 개가 채굴됐다. 게임이 9월 1일에 출시됐다. 한 달 만에 10%의 채굴이 끝난 셈이다. 버니콘 코인의 경우 지분채굴 방식을 취한다. 코인 많은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간다. 비교적 안전한 가상화폐와 게임 화폐를 연동해 게임사에 맡기면 이자로 코인을 준다. 이미 채굴 속도가 빠른데, 이자 방식은 복리의 마법을 통해 가속한다. 게임사가 게임의 운명을 길게 보지 않는단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비정상적인 채굴 속도와 더불어 비정상적인 지분채굴 보상도 문제다. 버니코인을 같은 회사의 지분채굴기에 넣었을 때 생길 예상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연동 안정 코인 BNB와 테더에 묶을 경우, 각각 220%, 270%의 연 이자 수익을 낸다. 나는 가치투자를 추종하는 증권 투자자다. 투자 성공의 성패를 나누는 기준점은 연 수익률 15%다. 15% 면 만족스러운 수익이다. 버니콘은 연 250%의 수익을 보장한단다. 이는 주식처럼 떨어지고 오르는 시스템이 아니라 은행 예금처럼 보장된 수익률이다. 보장 수익 250%란 말은 비상식적이다.
내 투자지식과 상식은 말한다. 게임은 먹튀를 전제한다.
투자 이유
먹튀일 게 분명해 보이는 게임에 돈을 넣었다. 벤자민 그레이엄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어떨까? 무덤에서 걸어 나와 내 뺨 시원하게 날리고, 가치투자자 타이틀 압수할 것 같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투자다. 가치투자의 대척점에 있는 투자임을 인정한다. 코인 기반 게임에 투자할 때 세운 전략은 기도메타다. 기도에 모든 것을 건다. 기업의 펀더멘탈과 가격, 가치 괴리와 조금의 관련도 없다.가치투자의 '가' 자도 꺼낼 수 없다.
나는 가치투자를 추종하지만, 재미를 위한 공간도 열어뒀다. 가치투자와 무관한 투자엔 천장을 설정했다. 500만 원이다. 덕분에 펀더멘탈과 무관한 투자(SM과 JYP, 대원미디어 주식 매수)를 할 수 있었다. 펀더멘탈이라는 안전망이 없는 대신, 높은 수익 가능성이 있을 때 이뤄지는 투자다. 혹은 배움과 응원 등의 부가적 목적을 지니기도 하다. 코인 기반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궁금증을 해소할 기회를 얻었다. 나는 기회를 잡았다. 결국 배움과 재미를 목적으로 200만 원을 사용했다.
두 번째 이유는 매일 현금화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다르게 말하면 손실이 100%가 아니란 점이다. 게임사가 먹튀했을 때 원금 전부를 잃지 않는다. 하루하루 빚을 변제한다. 30일이 원금 회수 기준일이다. 30일에 가까워질수록 손실액의 크기가 줄고, 30일이 지난 후부터 수익이다. 돈 넣자마자 먹튀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조금씩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이란 실체가 있는 주식과 달리, 코인은 철저한 믿음의 영역에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비합리적이다. '설마 사자마자 나르진 않겠지'란 희망에 근거한다.
투기 전략
지금까지 코인 기반 게임의 시스템을 요약했다. 다들 눈치챘겠지만, 이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다. 투기의 사전적 정의는 '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순전히 돈을 벌 목적으로 금융 자산을 구매하는 행위'다. 바로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다. 이제부턴 투자란 말 대신 투기란 말로 고쳐 쓴다.
투기에 전략을 세웠다. 기반은 압도적 비합리지만, 전략을 세울 지점도 있다. 전략은 단순하다. 당일 수익 실현이다. 그 이유를 정리한다.
당일 수익 실현
매일 게임 코인을 BNB로 환전하는 전략이다. 알트 코인 중 비교적 안전한 자산이 있다. 그러니까 당장 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코인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거래 코인인 BNB가 그렇다. 비트코인 이외에 아름다운 미래를 확신하기란 어렵다. 다만 게임 코인에 비해 엮여 있는 곳이 많고, 자산이 잘 분산되어 있는 BNB가 한 달 안에 망할 가능성은 적다. 왜 비트코인이 아닌 BNB냐 묻는 사람이 있을 텐데, 게임 수수료가 BNB로 지불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안전하고 게임이 지속되는 한 쓰이는 코인이어서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게임 코인으로 보유할 경우 큰 리스크가 있다. 바로 먹튀 시 100% 손실이란 문제다. 게임의 존폐와 무관하게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자산으로 바꿔야 한다.
매일 게임 코인 처분을 할 경우 생기는 손실이 있다. 당일 처분을 하려면 총액의 15%를 세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세금은 하루 주기로 1%씩 줄어든다. 15일 뒤에는 게임에서 벌어둔 코인 100%를 지갑으로 가져올 수 있다. 요컨대 당일 처분은 15% 손실을 요구한다. 15일 후에 게임 코인의 가치가 15%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엔 당일 교환이 유리하다.
두 번째 손실은 지분채굴권이다. 게임 코인을 지분채굴 시스템에 넣을 경우 연 250%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게임 코인을 처분할 경우 연 250%의 추가 수익을 잃는다. 반면 회사가 먹튀했을 경우 모든 자산을 잃는다. 여기에 더해 BNB과 달러 연동 코인까지 잃는다. 앞서 말했든 지분 채굴 시스템을 위해선 BNB나 테더(달러 연동 코인)를 묶어서 넣어야 한다. 넣는다는 말은 게임사에게 내 코인을 위탁한다는 뜻이다. 그들이 안 돌려주면 받을 길이 없다.
매일 수익 실현할 경우
득: 안전
실: 15% 면세, 연 이자 250%의 추가 수익
대전제가 당일 수익 실현이란 선택을 하게 만든다. 대전제는 '먹튀를 전제로 한 게임'이다. 핵심은 언제다. 나는 남보다 운이 각별히 좋지 않고, 시장을 읽을 선구안도 없다. 기막히게 먹튀 시점을 찾아 익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는 아니겠지'라는 믿음을 언제까지고 끌고 갈 수 없다. 게임사가 먹튀할 경우 자본금과 이에 상응하는 자산을 잃는다. 추가 수익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시작 자체가 안전과 거리가 멀다. 합리성 완전 잃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제스처다.
추가 수익을 얻지 않아도 수익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위 손익분기점 기준은 당일 수익실현을 기준으로 했다. 덜 벌어도 한 달 만에 원금 회수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비현실적이다. 당장 내일 설거지 당해도 할 말이 없다. 목표는 최소한의 손실이다. 당일 처분이 목표에 부합한다.
나를 게임으로 인도한 지인의 경우 회수를 유예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그는 8계정을 돌려 하루 20만 원의 순이익을 얻는다. 익스트림리 하이 리스크, 익스트림리 하이 리턴의 사례다. 본인의 운과 낙관을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전략이 다를 수 있다.
결론
코인 기반 게임인 버니콘(다른 게임도 상황은 비슷하리라)은 먹튀를 전제로 한 게임이다. 가치투자 관점에서 합리적인 게 어느 하나 없다. 게임이 제공하는 연 수익률은 1200%다.비상식적이다. 기업은 손해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본인의 운을 시험하고 싶다면, 잃어도 문제없는 정도만 투자하길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