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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Dec 26. 2021

돈 룩 업(Don't Look Up) 리뷰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가정의 날이다. 가족이 한 데 모여 시간을 보낸다. 한국은 모텔 돈 버는 날이다. 호주식으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와이프와 브런치를 먹고 영화를 시청했다. 가정의 날을 맞아 넷플릭스에서 기대작을 출시했다.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돈 룩 업이다. 가정의 의미를 되새겼다.




영화 리뷰는 이렇게 진행된다. 줄거리, 연기, 호감 가는 인물, 마지막의 의미, 제목의 의미, 자신의 마지막. 스포가 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읽지 않길 바란다. 영화는 훌륭하다. 즐거운 영화 감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





줄거리는 이렇다. 미시간 주립대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 제니퍼 로렌스가 혜성을 발견한다. 담당 교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혜성의 궤적을 추적한다. 분석 결과 혜성은 6개월 후에 지구와 충돌한다. 혜성의 사이즈로 미루어볼 때 충돌은 지구 멸망이다. 레오와 제니퍼는 충돌 사실을 정부와 언론에 알린다. 미적지근한 정부와 언론의 태도에 굴하지 않는다. 혜성의 궤도를 바꿔 지구의 운명을 돌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출연한 배우들은 명성만큼 좋은 연기를 펼친다. 배우들은 열연으로 본인들 몸값의 이유를 설명한다. 한 평론가는 돈 룩 업의 레오의 연기가 역대 최고라 칭찬한다. 이견이 없다. 배우들의 연기는 몰입을 도왔다. 모두 잘했기에 개인의 평가는 취향을 탄다.



조나 힐에 눈이 갔다. 한 순간도 진지하지 않다. 긴장감 환기 시키는 데 최적이다. 나사 하나 빠진 인물로, 지나치게 솔직해 주위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아무것도 모른단 표정과 능청스러운 말투가 어우러져 웃음을 유발한다. 대통령 엄마를 등에 업고 권력의 맛을 충실히 즐긴다. 권력과 명예에 도취된 인간 자체다. 노골적으로 본인의 힘과 계급을 드러낸다. 정부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다. 똥과 된장을 구분하지 못 하는 시대가 낳은 대통령과 혈연으로 비서 자리 꿰찬 그의 아들은 천민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부족함 없다. 물질에 집착해 직업윤리를 상실한 타락한 자본주의의 화신. 조나 힐은 여러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돈 룩 업은 영화적 가정과 가치 경도된 세상을 사는 인물을 혼합해 탄생했다. 만약 6개월 후에 지구를 멸망으로 이끌 혜성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인물들이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런 상황이 생기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나열한다. 그 조건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일로 치부해 마냥 웃을 수 없다. 자본은 인간의 생명과 지구의 운명을 앞지른다. 정계에 돈 대주는 기업인은 정치에 관여하고, 언론은 시청률의 노예가 되어 무게를 잃는다. 팔리기 위해 시종 가벼운 무드로 일관한다. 종말도 말장난의 화제가 된다. 세상은 자본의 언어를 능숙히 구사하는 이들이 득세한 곳이다. 영화는 묻는다. 뭐시 중헌디?






인물들의 다른 최후가 나온다.  의미는 무엇일까? 주인공 일행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평범하고 평온한(노력과 배려로 만든) 식사로 마지막을 맞이한다. 각자가 먹을 것을 챙겨 집으로 모인다. 서로 도와가며 식탁 한가득 음식을 차린다. 한 식탁에 앉아 음식과 시간과 감정을 나눈다. 이신건 신학 박사의 말을 인용한다.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는 소통이며 곧 ‘사랑’이고, 동시에 음식을 위해 자기를 헌신하는 다른 생명을 먹는 거룩한 의식이다. 이 모습이 잘 드러난 것이 예수가 죽기 전 자신의 몸을 음식으로 내놓는 행위다.'



주인공 일행은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 다시 말하면 가족 친지, 연인과 소통하고 사랑한다. 현실에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터무니없는 장면 속에서 현실이 언뜻언뜻 등장한다. 이런 가정은 자연스럽다. 소중한 이와 함께 하고 싶다. 그 다음 서로에 집중하며 소통하고 사랑(식사가 됐든 게임이 됐든 포옹이 됐든)하며 공포를 잊고 싶다.




영화 제목인 돈 룩 업(위를 보지 마)의 의미를 생각한다. 혜성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현실이다. 레오 일행은 위를 보고 현실을 마주하라 요구한다. 우리에게 닥치는 일, 그러니까 현실 그 자체가 중요하다 말하는 셈이다. 그 반대편엔 대통령과 그녀의 후원자인 기업 총수가 있다. 그들은 혜성은 우리의 삶에 악영향을 끼칠 수 없다 말한다. 현실보다 자신들이 말하는 이상과 즐거움의 세상에 집중하라 말한다. 위를 보지 말라는 말은 기득권의 말, 그러니까 자본의 명령이다. 우리를 현실(돈으로 살 수 없는 돈 이상의 가치)에서 떼어 내 본인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대타자의 명령이다.




돈 룩 업은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잊어버린 세계에 경고를 날린다. 한편 가족,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의미를 되새기게 돕는다. 의미와 감동을 다 챙긴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여기에 입체적 인물과 배우들의 열연, 영상미와 음악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쁘게 포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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