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에 대해 말하겠다. 나는 합리주의자다. 이치에 맞는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한다. 여기서 이치에 시비를 가리는 행위를 논리라고 한다. 합리주의자이자 논리주의자다. 반박도 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그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이라고 영제 붙여 넣으니 똑똑한 것 같은데 느끼하군)에서 밝혔듯 인간은 합리와 거리가 먼 동물이다. 그의 지적으로 본인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존재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합리의 미덕이 사라졌느냐 하면 댓츠 노노다. 더콰이엇이 말했듯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이 아름답다. 비합리로 점철된 세상과 자신에게서 합리를 꺼내오는 행위는 아름답다(숭고라 쓰려다 오버여서 고쳤다).
합리로 향하는 길이 크게 4가지 있다. 첫째, 지식 획득. 요리도 재료가 있어야 한다. 알아야 판단 근거가 생긴다. 시비를 가르기 위해선 재료가 필요하다. 재료 획득이 지식 획득이다. 대표적 지식의 보고는 책이다. 정돈되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지식이 나열되어 있다.
둘째, 글쓰기.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활동이다. 글이 말보다 무겁다. 생각, 말과는 다르게 형식이 필요하다. 의견 전달을 제1 목적으로 한다. 글을 쓰려면 안건에 이해가 필요하다. 논리적 형식에 맞게 구조를 짜야 하고, 근거를 덧붙이기 위해 자료를 찾아야 한다. 글쓰기 과정에서 논리가 개발된다.
셋째, 토론. 토론으로 상대와 의견을 공유한다. 그 과정에서 나와 상대 의견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상대는 내 의견에 반박한다. 반박은 사각지대 찾기와 같다. 내 사각지대를 노출하면 토론에 먹잇감이 된다. 물고 뜯으며 논리를 보강한다. 혹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토론 전에 사각지대 자가검사를 한다. 승부욕과 두려움이 더 완성된 논리와 형식을 요구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선 모두가 공유하는 정보 전달 방식을 취해야 한다. 주장하고 근거를 덧붙인다. 사례를 첨부해 이해를 돕는다.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갔을 때 생기는 이점, 그 반대 경우의 단점을 가정한다. 토론의 '토討'는 치다, 때리다는 의미다. 상대 의견을 공격하고 내 의견을 방어한다. 복서는 스파링으로, 태권도 선수는 겨루기로 기량을 키운다. 논리도 치고받는 사이에 강해진다.
넷째, 논리학. 논리 그 자체를 공부한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식이다. 논리의 중요성은 과거부터 강조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만들어 논리 체계를 갖춰 타인을 설득하는 법을 일러줬다. 논리학은 논리의 형식과 논리가 아닌 것(오류)을 논한다. 모든 형식, 비형식 오류를 외우고 다양한 삼단논법 패턴을 외울 필요까진 없다. 다만 잘 쓰인 논리학 책 한 권 읽으므로 큰 틀이 정리된다.
합리적인 사람이 좋다. 모두 욕망하는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을 동경한다. 내 경우 좀처럼 동경까지는 가지 않는다. 동경 아래는 호감이란 카테고리에 묶인다. 합리적인 사람은 이치에 맞게 행동하기에 공정하다. 또한 말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실리적이다. 딱딱 떨어지는 계산을 한다 해서 합리가 딱딱한 것은 아니다. 농담과 헛소리를 즐길 수 있다. 친목의 목적은 즐거움을 나누기 위함이다. 합목적적 활동을 통해 헛소리할 때는 헛소리를 한다. 합리적인 사람은 로보트가 아니다.
가치 투자자의 대부분이 합리인이다. 가치 투자를 다른 말로 원칙 투자라 쓸 수 있다. 원칙은 싸게 사는 것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합리적인 명제다. 이보다 합리적일 수 없다. 가치 투자는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근거로 하는 투자다. 주가가 주식의 가치보다 저렴하면 산다. 적정 가격이 되면 판다. 저렴한 가격을 판단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철저한 재무제표식 가치측정(퀀트투자)파가 있고, 업종과 성장 가능성을 보는 가능성파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원칙의 고수가 기본 전제다.
내가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투자자는 워렌 버핏, 차릴 멍거, 벤자민 그레이엄, 새스 클라만, 조엘 그린블라트, 나심 탈레브, 정채진, 블로거 길벗 등이 있다. 공통점은 투자 원칙이 확실하고 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데 있다. 저마다 원칙이 조금씩 다르다. 높은 확률에 지속적으로 배팅해 수익을 늘리는 방식은 똑같다.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리스크를 지는 것이 핵심이다. 결과적으론 성공에 이른다. 버핏의 말대로 두 가지 원칙을 실현하는 셈이다. 원칙 1: 돈을 잃지 않는다. 원칙 2: 원칙 1을 잊지 않는다.
전문 토론 패널도 합리인이다. 토론은 누가 더 합리적인지를 겨루는 일이다. 전문 토론자는 전문 합리인이다. 의견은 달라도 대화하는 방식을 존중한다. 국내 대표 토론자로 유시민, 정준희를 꼽는다. 특히 정준희는 핵심을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상대적으로 이타적이다. 그들의 말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어쩜 저리 요점정리를 잘하지? 어쩜 저리 날카롭지?
합리는 정의롭다. 이치가 대중과 대치하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서 대중은 절대다수 합의의 은유로 사용된다. 유명인의 발언은 더 영향력이 강하고 전파 속도도 빠르다. 많은 유명인 유명세엔 인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대중을 척지고 합리(나의 것과 다를 수 있음)를 따르는 이들은 경탄을 부른다. 리스크 크기가 다르다. 본인 생계 터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욕먹을 줄 알고도 합리를 따르는 이들이 변혁의 원동력이다. 이런 맥락에서 매불쇼의 정영진을 좋아한다. 그의 대중과 엇나감(최욱의 말을 빌리면 쿨병)은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욕먹을지언정, 이치에 맞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다. 다르게 말하면 정의(모두의 정의가 아닐 수 있음)다. 십자가 짊어지는 이에 박수 보낸다.
정리하자면 이치에 맞게 살고 싶다. 합리는 돈을 준다. 합리는 정의롭다. 이치에 맞는 삶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 이치에 맞게 사는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