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띤떵훈 Jan 24. 2022

독자님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천 개의 파랑 독후감



-요즘 문학이 원하는 화제의 집대성-
마지막 장을 넘기고 든 생각이다.

최근 한국 문학이 주로 다루는 형식과 주제, 방식을 아래에 정리했다.

SF소설은 떠나간 독자를 잡기 위한 우리 시대 문학의 요구다. 문학계에선 순문학의 폐쇄성을 독자 이탈의 제1 원인으로 진단한다. 문학의 아우라를 다른 장르에도 나눠주자며 선심 쓴다. SF에 거는 기대가 커진다. 각종 공모전이 생긴다. SF소설을 필요로 하고, 작가들은 SF 소설을 낸다. 서양미술사 사조가 기득권자(왕이나 스폰서)의 입맛에 맞게 바뀐 것과 맥이 같다.

여성연대의 목소리. 지난 5년 출판 시장을 돌아본다. 여성 작가가 쓴 현대소설의 대표적 어젠다는 여성연대다. 여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여성이 서로의 힘이 되어야 한다. 21세기 시작에 많은 대중 가수는 소몰이 창법을 장착해 미디엄 템포 곡에 소리를 얹었다. 아이리버 mp3에서 sg워너비, 먼데이키즈, 플라이투더스카이, 씨야, 휘성, 박효신, 포맨, 노을 등이 애절하게 공명했다. 요즘 문학계도 비슷하다. 이북리더기에서 여성 연대를 향한 외침이 공명한다.

기술 발전의 역설. 대부분의 미래형 SF 소설이 사용하는 아이러니란 무기.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술은 인간을 해친다. 발전이 소외를 부른다. 기술의 발전이 경쟁을 심화시켜 더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노동을 유발한다. 먹고살기 편하자고 쓰는 기계가 내 일터를 뺐는다. 먹고살 수 없는 기술 발전 사회가 등장한다. 역설은 독자의 관심을 끈다.

동물권. 동물을 착취하는 나쁜 인간, 그 악을 인식하지 못 하는 어리석음. 자본의 논리가 모든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킨 세상에서 돈이 되면 어떤 동물이든 도구화시킬 수 있는 인간의 악함을 드러낸다. 만물의 영장이란 타이틀이 허상임을 꼬집는다. 영장(다른 말로 1짱. 모든 종 위에 군림하는 종. 종외종)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더 강한 종을 상정해 지지기반을 흔든다.

정권 비판. 잘못된 행정 탓에 희생된 이들을 그린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는다. 전시행정을 남발하는 피상적인 정권, 그들의 안전불감증이 유발한 인명사고, 남은 희생자들이 받는 상처. 세월호 이후 뭣이 중헌지 모르는 정부를 향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남겨진 이들의 삶을 그리며 아픔을 감각하게 만든다.

장애인 인권. 인권의 범위는 확장된다. 노동자 인권, 아동 인권, 흑인 인권, 여성 인권, 게이 인권, 아시안 인권, 동물권, 장애인 인권까지의 흐름을 보인다. 이 순서도 어떤 의미를 내포한다. 마지막 순번까지 왔다. 드디어 독자는 장애인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최근 장애인 인권을 다루는 책이 출판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예전 출판된 책이 슈가맨이 되어 대중의 부름을 받는다. 활동하는 독서모임 3 곳이 있다. 공교롭게도 3곳의 최근 발제 도서 모두 장애인 인권을 다룬 책이었다(일라이 클레어의 망명과 자긍심, 김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어멘다 레덕의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2020년대, 깨어있는 작가는 장애인의 권리를 말한다.


공모전에서 원하는 모든 것이 담겼다. sf 장르, 여성연대, 동물권, 기술발전의 역설, 정권 비판, 장애인 인권. 이 모든 것이 이 한 권에 담겼다. 한국 현대 문학 백화점이다.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저희 백화점엔 다 있습니다.

작가의 진의를 의심하게 된다. 어떻게 본인의 관심사가 세상의 관심사와 이리도 정확히 일치하지?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영리함의 산물인가?

내 지적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전략 중 하나는 1점 평점을 주며 작가의 세계가 진실되지 않음을 꼬집는 것이다. 너를 죽이고 나를 돋보이게 하는 나 빼고 다 나쁜 놈 전략. 그러기엔 책이 재밌고 짜임새도 좋다. 의심은 감동과 재미를 줄였다. 감안해도 잘 쓴 책이다.  

(3/5)

작가의 이전글 합리주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