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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Feb 01. 2022

저 행복 둔재입니까?

아주 보통의 행복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행복 에세이 '아주 보통의 행복'을 읽었다. 이 책은 기념비적이다. 오래 간직한 통념을 부셨다. 그간 갖고 있던 한 명제 -서울대 교수 저작이라면 어느 정도 퀄리티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서울대 교수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별로였다. 책의 밀도는 느슨했다. 애초 출판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다. 여기저기 납품한 칼럼을 '행복'이란 대범주 아래에 묶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에피소드가 많다는 점이다. 다음 문제는 핵심 키워드인 '행복'을 제대로 정의 내리지 못 했다는 데 있다.



이런 모호한 개념, 구체화할 수 없는 개념을 중심으로 다루는 경우 저자가 이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할 것인지 글머리에 명시하는 게 보통이다. 저자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 미국식 삼류 자기 계발서에 나올법한 이름 짓기를 활용했다. 행복 천재라는 가상의 인물을 상정했다. 행복 천재는 이렇다 저렇다 말을 이었다. 행복 천재로 상징되는 존재가 행복하기 위해 가져야 할 덕목을 설명했다. 이 덕목이 주관적이다. 저자가 말하는 행복의 비결, 올바른 인간상의 조건은 이렇다.



1. 갑자기 선물한다.

2. 스포츠를 즐긴다.

3. 취미가 많다.

4. 취향이 확실하다.

5. 좋아하는 게 많다.

6. 타인에 간섭하지 않는다.

7. 여행을 좋아한다.

8. 오해하지 않는다.

기타 등등...



읽으며 반대 사례가 쉼 없이 떠올랐다. 취미가 얼마 없어도, 취향이 불분명해도, 오지랖 부려도, 여행을 안 좋아해도 행복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 읽다 보니 깨닫는다. 저자가 지칭하는 행복 천재는 저자가 가진 좋은 점의 집합이다. 그 좋음이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는 게 문제다. 그 밖에 있는 이들을 '행복 둔재'라 부르는 폐쇄성은 덤이다. 제 생각과 맞지 않은 독자 여러분이 행복 둔재입니다. 나는 취향이 확실하지 않고, 스포츠 즐기지 않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행복하다. 행복 둔재가 아니다. 감히 내 행복을 부정해? 최인철 교수님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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