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까? 질문에 답하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흥미로운 게시글을 발견했다. 50억 받기 vs 인생 다시 시작하기. 후자의 경우 기억을 갖고 간다는 전제가 있다. 물어볼 것도 없다. 시스템 1이 전자를 골랐다. 이번 글은 후자의 경우다. 본론에 앞서 인생 리셋이 메리트가 없는 이유를 정리한다.
인생 리셋에서 설렘을 얻을 수 없다. 모든 첫 경험은 큰 의미를 갖는다. 미지의 세계를 엿보는 맛이 있다. 발견하고, 시행착오 겪고,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인다. 초등학교 입학, 롯데리아 데리버거 조우, 첫 피자, 첫 연애, 첫 커피, 첫 해외여행, 외국인과의 첫 만남, 첫 급료 등등. 그 떨림을 다시 만날 순 없다. 왜? 해봤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와 반대다. 고생은 다시 해도 고생이다. 그간의 삶은 만족스러웠다.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살만했다. 반복할 이유가 없을 뿐이다. 재밌는 일은 다시 하면 덜 재밌고, 개같은 일은 다시 겪을 때 더 개같다. 왜 손해 보는 장사를 하죠? 어릴 때 나를 만족시키기 충분했던 분홍 소시지는 더 이상 나를 만족시킬 수 없다. 가장 큰 장벽은 고등학교와 군대다. 7시 30분 등교, 10시 하교를 견딜 수 없다. 토요일, 일요일 등교라고? 주 5일 근무도 해줄까 말까인데 7일을 나오라고? 휴일 없는 삶은 그때도 싫었고, 지금도 싫다.
마지막 이유는 삶의 질 저하다. 한 달 용돈 150인 서른 다섯의 내가, 3만 원으로 만족할 리 없다. 현재 누리는 삶을 다시 누리기 위해선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억이 돈을 불러올 테지만, 활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신체도 다 자라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미성년자에게 제약이 많다. 아무리 미성년 기간 다 채웠다 주장해봤자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다. 미성년기에 운전도, 음주도 안 된다. 술은 숨어서 마시면 되잖아? 유치원생 술 마시다 죽을 수 있다. 시대적 맥락과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도 봐야 한다. 90년대 부모님이 콜드브루 만들어주지 않는다. 에그베네딕트도, 마라샹궈도, 머시룸 리조토도 먹을 수 없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도 압수.
전제를 바꿔서 과거로 가야만 하는 세계를 상정했다. 과거로 가기 VS 과거로 가기. 아 그럼 과거로 가겠습니다.
시간 여행의 목적을 설정할 필요를 느낀다. 1번 돈, 2번 외모, 3번 예견된 고난 회피다. 효율을 추구해온 삼십오 년 인생에서 깨달은 게 있다. 돈 많고, 잘생긴 게 최고다. 외모와 돈은 인생의 치트키다. 돈은 문제없다. 돈을 수만 배로 불려줄 확실한 투자처를 알고 있다. 비트코인. 그전에는 부모님을 설득해 주식 투자에 나서면 된다. 부모님이 시드머니로 얼마나 줄지 모르겠으나 100만 원 정도로 10년 굴리다 보면 꽤나 괜찮은 수익을 거둘 것이다. 답안 보고 나서는 투자는 너무 쉽다. 세기말 야후에 투자해서 닷컴 버블 꺼지기 직전에 청산한다. 그 후에 비트코인에 돈을 묻어두면 평생 돈 걱정할 필요 없다. 이십 대에 자본 수익으로 생활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외모는 업그레이드에 한계가 있다. 본판이 미남이 아니다. 다만 효과를 본 방식을 따른다면 마이너스 되는 일을 막고, 할 수 있는 최대치에 빠르게 이를 수 있다. 우선 로아큐탄 복용이 첫째다. 오랫동안 따라다닐 여드름 흉터를 피할 수 있다. 내복약이 최고다. 치아교정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시술은 덤이다. 돈은 거짓말 안 한다. 피부과와 친목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고난을 피할 방법은 단순하다. 학교를 자퇴하면 된다.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하다. 부모님이 자식을 봤을 때 나이는 서른 전후. 내가 그들보다 나이가 많다. 인생 선배로서 잘 설득할 자신이 있다. 사회경험도 많고, 견문도 넓다. 부모님 나만 믿고 따라오세요. 젊은 친구들에게 인생 조언하며 그들을 이끌어 갈 예정이다.
자산이 형성되면 병역을 회피할 길이 열린다. 군대 두 번 가지 않는다. 2회차 인생에서 최악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완벽을 기한다. 위 세 가지가 해결된다면 인생 2회차 쉽고 재밌으리라. 다만 일정 궤도에 올라가기 위해 다소간의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이 2회차 플랜이다. 쉬운 인생. 젊어서 고생 똑같은 고생이다. 사서 할 필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