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와이프
와이프의 연봉이 올랐다. 호주 평균 임금보다도 높다. 2022년 한국 기준 연봉 상위 8% 이내다. 요컨대 나보다 잘 번다. 직원 임금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내 소득은 줄고, 승진과 물가 상승률이 반영된 결과 와이프 소득은 오른다. 이번 연봉 상승이 골든크로스를 만들었다.
실제 주머니에 꽂히는 돈은 비슷하다. 와이프의 경우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이 있고, 자동적으로 연금이 빠져나간다. 나는 사업자란 특수를 활용해 이런저런 공제를 받는다. 강제로 빠져나가는 연금도 없다. 맹점이 있다. 나는 일 안 하면 수익 공백이 생기고, 와이프는 아니다. 그녀는 매년 한 달 이상 돈 받고 쉰다. 이번 한국 방문만 봐도 그렇다. 나는 일주일 체류, 와이프는 4~5주 체류다. 경제력 측면에서 그녀의 압도적 승리다.
어린 글방에겐 꿈이 있었다. 부자 와이프 만나는 것이다. 살림꾼이 되고 싶다. 낮에 20분 집 청소한다. 와이프 퇴근한다. 여보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저녁 차린다. 집안일 한 시간, 자유시간 23시간. 운동하고, 사진 찍으러 다니고, 스타벅스에서 책 읽고 글 쓰고, 낮에 친구들 만나 외식한다. 시티에서 와이프와 접선해 귀가한다. 가끔 저녁 차리기 귀찮으면 외식한다. 살림이 한결 컴팩트해진다. 육아는 어려우니 딩크족으로 남는다. 아차, 이 경우엔 맞벌이가 아니니 싱크족(싱글인컴노키드)이다. 휴, 남자라 다행이다. 수두룩한 멸칭을 피해간다. 와이프 경제력을 등에 업고 놀고 먹는 삶이 나의 꿈이다. 용돈으로 일년에 두 달씩 해외 여행 떠난다.
와이프 연봉은 계속 오른다. 지금도 (많이) 아껴 쓴다면 외벌이로 부부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아직 내 취미 서포트할 정도는 못 된다. 안타깝지만 나도 일해야 한다. 십 년 뒤라면 다르다. 와이프 혼자 가게를 책임질 수 있다. 남편 취미도 어느 서포트하며. 와이프에게 나의 꿈을 공유한다. 같이 살 생각하지 말란다. 그래도 돈만 준다면 가사 일체를 담당하는 와이프의 오른팔이 되고 싶다. 와이프는 내 마음을 몰라준다. 본인의 행복을 추구한다. 시원하게 지출하니 남는 돈이 없다. 내가 기생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 참 곤란하다.
조기 은퇴 실패한 남편
2021년 상반기를 지나며 나의 조기 은퇴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그전까진 준수한 투자 수입을 거뒀다. 장이 휘청이니 내 계좌도 휘청인다. 그전까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산개한 자산 계산하는 일이었다. 한국 증권계좌에 얼마, 가상 화폐에 얼마, 호주 증권계좌에 얼마, 예금 통장에 얼마, 연금에 얼마.. 계산기에 모든 항목을 더했다. 그간 똘똘하게 살아왔음을 숫자가 증명해 줬다. 자아분열 후 격려했다. 글방 너 인마, 꽤 영리하게 살았잖아? 올바른 투자 원칙과 합리적 의사 결정, 인내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준수하군. 너는 이미 부자다. 부의 씨앗을 관찰할 수 있어 기쁘다.
와장창. 산산조각. 돈 버는 기계는 작동을 멈췄다. 한없이 겸손해진다.
주식:주식 시장은 결국 우상향한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다. 핵심은 단순하다. 시장에 머물러야 한다. 주가가 빠졌을 때 현금화하는 짓은 삼 보 후퇴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추가로 현금을 뺐다. 증권계좌는 고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전고점을 터치하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복리 10%로 7년 걸린다.
가상화폐: 증권계좌보다 처참하다. 현금화 없이 반타작했다. 비트코인 아니었다면 1/10 토막의 기적을 봤을 터다. 변동성을 감안해 10년 이상 돈 빼지 않을 각오로 넣었다. 다그친다. 이 정도 변동성 예상 못 한 거 아니잖아? 예상이야 했지.. 해도 아픈걸
호주 주식: 광산주를 보유 중이었다. 올 초 집 장만을 위해 청산했다. 매도 주문하고 두 달 후 러시아 전쟁 발발. 천연자원 가치가 올랐다. 두 배로 올랐다. 울었다.
현금: 대출 원금을 지불하기 위해 올인했다. 매달 대출금, 이자, 관리비 지불하고 나면 500불가량 남는다. 자동차 부품 교체로 2000불 지출했다. 4개월 리셋.
연금: 매년 2만 5천 불 넣기로 한 계획 달성 실패했다. 대출 원금 지불로 융통 자금 제로다.
연금은 35년 후를 위한 안전망이다. 35년 동안 무쓸모다. 눈덩이는 주식과 가상화폐다. 눈덩이 사이즈가 절반이 됐다. 원래 크기 만들기 위해 복리 10%로 7년이, 15%로 5년이 필요하다. 자이언트 백스텝이다.
장점도 있다. 자가를 (은행돈으로)구매하며 주거안정성이 생겼다. 마음의 안정은 원칙 투자에 도움 준다. 쫓겨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30년 버티면 내 집이 생긴다. 겨우 29년 6개월 남았다.
현금화한 돈이 다른 사업에 재투자됐다. 투자가 성공하면 전고점 달성이 빨라진다. 변동폭 큰 투자다. 가상화폐보단 안전하다. 눈덩이 굴리기 매커니즘의 핵심은 복리다. 다른 말로 기하급수다. 얼마간 수입이 눈에 띄지 않는다. 30% 성장을 이뤘다 해도 투자금이 적으면 별 볼일 없다. 사업은 즉각적 성과를 도출한다. 요컨대 최초 수입 1억 목표라면 사업이 효율적이다. 연이율 10%인 경우, 투자 수입 1억을 얻기 위해선 투자 원금 10억이 필요하다. 사업은 투자금 5천으로도 당해 1억을 만들 수 있다.
새사업의 흥망을 단언할 수 없다. 주식은 몇 가지 원칙을 따르면 완전한 붕괴에 이르지 않는다. 새사업은 완전한 붕괴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조기 은퇴는 40대에서 50대로 10년 연장된다. 10년의 노동을 건 배팅이다. 나는 변수가 싫다. 안정적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 역시 부자 와이프 만나 살림하는 게 확실하다. 우리 와이프, 내가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