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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ug 25. 2022

부자 와이프와 기생수

부자 와이프



와이프의 연봉이 올랐다. 호주 평균 임금보다도 높다. 2022년 한국 기준 연봉 상위 8% 이내다. 요컨대 나보다 잘 번다. 직원 임금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내 소득은 줄고, 승진과 물가 상승률이 반영된 결과 와이프 소득은 오른다. 이번 연봉 상승이 골든크로스를 만들었다.


실제 주머니에 꽂히는 돈은 비슷하다. 와이프의 경우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이 있고, 자동적으로 연금이 빠져나간다. 나는 사업자란 특수를 활용해 이런저런 공제를 받는다. 강제로 빠져나가는 연금도 없다. 맹점이 있다. 나는 일 안 하면 수익 공백이 생기고, 와이프는 아니다. 그녀는 매년 한 달 이상 돈 받고 쉰다. 이번 한국 방문만 봐도 그렇다. 나는 일주일 체류, 와이프는 4~5주 체류다. 경제력 측면에서 그녀의 압도적 승리다.


어린 글방에겐 꿈이 있었다. 부자 와이프 만나는 것이다. 살림꾼이 되고 싶다. 낮에 20분 집 청소한다. 와이프 퇴근한다. 여보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저녁 차린다. 집안일 한 시간, 자유시간 23시간. 운동하고, 사진 찍으러 다니고, 스타벅스에서 책 읽고 글 쓰고, 낮에 친구들 만나 외식한다. 시티에서 와이프와 접선해 귀가한다. 가끔 저녁 차리기 귀찮으면 외식한다. 살림이 한결 컴팩트해진다. 육아는 어려우니 딩크족으로 남는다. 아차, 이 경우엔 맞벌이가 아니니 싱크족(싱글인컴노키드)이다. 휴, 남자라 다행이다. 수두룩한 멸칭을 피해간다. 와이프 경제력을 등에 업고 놀고 먹는 삶이 나의 꿈이다. 용돈으로 일년에 두 달씩 해외 여행 떠난다.



와이프 연봉은 계속 오른다. 지금도 (많이) 아껴 쓴다면 외벌이로 부부 생계유지가 가능하다. 아직  취미 서포트할 정도는  된다. 안타깝지만 나도 일해야 한다.   뒤라면 다르다. 와이프 혼자 가게를 책임질  있다. 남편 취미도 어느 서포트하며. 와이프에게 나의 꿈을 공유한다. 같이  생각하지 말란다. 그래도 돈만 준다면 가사 일체를 담당하는 와이프의 오른팔이 되고 싶다. 와이프는  마음을 몰라준다. 본인의 행복을 추구한다. 시원하게 지출하니 남는 돈이 없다. 내가 기생할  있는 영역이 없다.  곤란하다.




조기 은퇴 실패한 남편



2021년 상반기를 지나며 나의 조기 은퇴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그전까진 준수한 투자 수입을 거뒀다. 장이 휘청이니 내 계좌도 휘청인다. 그전까지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산개한 자산 계산하는 일이었다. 한국 증권계좌에 얼마, 가상 화폐에 얼마, 호주 증권계좌에 얼마, 예금 통장에 얼마, 연금에 얼마.. 계산기에 모든 항목을 더했다. 그간 똘똘하게 살아왔음을 숫자가 증명해 줬다. 자아분열 후 격려했다. 글방 너 인마, 꽤 영리하게 살았잖아? 올바른 투자 원칙과 합리적 의사 결정, 인내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준수하군. 너는 이미 부자다. 부의 씨앗을 관찰할 수 있어 기쁘다.



와장창. 산산조각. 돈 버는 기계는 작동을 멈췄다. 한없이 겸손해진다.

주식:주식 시장은 결국 우상향한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다. 핵심은 단순하다. 시장에 머물러야 한다. 주가가 빠졌을 때 현금화하는 짓은 삼 보 후퇴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추가로 현금을 뺐다. 증권계좌는 고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전고점을 터치하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복리 10%로 7년 걸린다.


가상화폐: 증권계좌보다 처참하다. 현금화 없이 반타작했다. 비트코인 아니었다면 1/10 토막의 기적을 봤을 터다. 변동성을 감안해 10년 이상 돈 빼지 않을 각오로 넣었다. 다그친다. 이 정도 변동성 예상 못 한 거 아니잖아? 예상이야 했지.. 해도 아픈걸


호주 주식: 광산주를 보유 중이었다. 올 초 집 장만을 위해 청산했다. 매도 주문하고 두 달 후 러시아 전쟁 발발. 천연자원 가치가 올랐다. 두 배로 올랐다. 울었다.


현금: 대출 원금을 지불하기 위해 올인했다. 매달 대출금, 이자, 관리비 지불하고 나면 500불가량 남는다. 자동차 부품 교체로 2000불 지출했다. 4개월 리셋.


연금: 매년 2만 5천 불 넣기로 한 계획 달성 실패했다. 대출 원금 지불로 융통 자금 제로다.




연금은 35년 후를 위한 안전망이다. 35년 동안 무쓸모다. 눈덩이는 주식과 가상화폐다. 눈덩이 사이즈가 절반이 됐다. 원래 크기 만들기 위해 복리 10%로 7년이, 15%로 5년이 필요하다. 자이언트 백스텝이다.


장점도 있다. 자가를 (은행돈으로)구매하며 주거안정성이 생겼다. 마음의 안정은 원칙 투자에 도움 준다. 쫓겨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30년 버티면 내 집이 생긴다. 겨우 29년 6개월 남았다.


현금화한 돈이 다른 사업에 재투자됐다. 투자가 성공하면 전고점 달성이 빨라진다. 변동폭 큰 투자다. 가상화폐보단 안전하다. 눈덩이 굴리기 매커니즘의 핵심은 복리다. 다른 말로 기하급수다. 얼마간 수입이 눈에 띄지 않는다. 30% 성장을 이뤘다 해도 투자금이 적으면 별 볼일 없다. 사업은 즉각적 성과를 도출한다. 요컨대 최초 수입 1억 목표라면 사업이 효율적이다. 연이율 10%인 경우, 투자 수입 1억을 얻기 위해선 투자 원금 10억이 필요하다. 사업은 투자금 5천으로도 당해 1억을 만들 수 있다.



새사업의 흥망을 단언할 수 없다. 주식은 몇 가지 원칙을 따르면 완전한 붕괴에 이르지 않는다. 새사업은 완전한 붕괴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조기 은퇴는 40대에서 50대로 10년 연장된다. 10년의 노동을 건 배팅이다. 나는 변수가 싫다. 안정적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 역시 부자 와이프 만나 살림하는 게 확실하다. 우리 와이프, 내가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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