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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Oct 22. 2016

[비평] 김민하 - 게임 속 女전사가 왜 벗어야 하는가


본문 링크- https://www.hankookilbo.com/v/4f2bb0962d634b9a99084461134e2e28



 김민하는 서든어택 트레일러 영상을 소개하며 글을 시작한다. 이는 성상품화의 예시이다. 영상은 캐릭터들의 가슴과 엉덩이를 키워 성적인 요소를 부각하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에서 허벅지와 가슴골을 들어낼 필요가 있을까? 이런 의문은 자연스럽다. 여기서 화자는 노출의 개연성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결국, 여성 캐릭터의 과장된 신체 부위와 노출은 소비와 관련 있다. 과금한 고객에 한해 눈요기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성 상품화는 자본주의가 가진 특징 중 하나이다. 돈으로 가치를 측정하고, 거래하려는 방식으로 그 범위는 성(性)을 포함한다. 성상품화의 대표주자 격인 매춘에서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는 K-pop 걸그룹들의 의상과 안무까지. 종족 보존과 번영을 위한 욕구가 마케팅 도구로 전락했다.  '저희 게임에 돈 써서 감사합니다. 섹시한 캐릭터 보면서 눈으로도 즐겨주세요.' 섹시코드는 소비의 주축이 되는 남성 유저들을 끌어들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남성의 성욕은 시각적 요소에 영향을 받는데, 이를 이용하려면 더 야하게 야하게 게임을 만들 수밖에 없다. 



 게임사들은 효과적으로 성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적극 사용한다. 단순히 벗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가슴의 흔들림, 섹스 심벌의 가슴 모양을 차용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친다. 마케팅 시에도 이는 유용하다. 유명인의 가슴을 게임에서 구현했다는 카피 문구는, 잠재적 유저를 늘리는데 일조한다. 수용 가능한 범위, 즉 법적으로 문제없는 범위 내에서의 야함은 대중의 시선을 훔친다. 그 기준이 모호한 한국 시장은 성 마케팅의 발상지가 될 수 있다. 신기술을 통해 탄생한 모니터 속 가슴과 엉덩이는 타깃 마켓을 강하게 유혹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합성은 중요하다. 생사를 넘나드는 총격지에서 핫팬츠와 스포츠 브라는 이질감을 물씬 풍긴다. 여차하면 적군의 포로가 될 생각, 혹은 미인계로 적을 교란시키려는 목적일까? 만약 그렇다면 성차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왜 그래야만 했을까?라는 질문은 모든 게임에 적용된다. 불필요한 노출이 아니냐는 질문에 한 일본 회사가 내놓은 답변은, 피부로 호흡하는 캐릭터라서. 쉽게 납득할 수 없지만, 정합성을 위한 노력이다.



 엄숙주의가 아닌 정당한 맥락의 존재 여부가 비판의 핵심이다. 김민하는 이 점을 주된 쟁점으로 봤다. 이후 글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엄숙주의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엄숙주의는 엄숙함을 강조하며 욕망과 쾌락을 거부하는 태도이다. 금욕주의를 주창한 스토아학파의 주된 이론이기도 하다. 게임의 성상품화 비판의 맥락을 보면 알겠지만, 여성 캐릭터는 꽁꽁 싸매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주장이 아니다. 지나친 선정성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지나친’ 이란 수식은 불필요한 노출이나 신체 부위의 과장된 표현을 말한다. 김민하는 필요와 불필요를 나누는 것을 맥락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개연성이 뒷받침된 게임은 성적인 자극이 강해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 필자는 말하지만 완벽히 벗어날 수 없다. 적나라한 성관계로 논란이 된 게임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캐릭터의 성향이나 줄거리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임을 역설한다. 하지만 실제 관계 장면을 생략한다 해도, 문학적 상징을 학습한 일반 21세기 시민이라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상징을 이용한다면, 논란이 되는 장면을 삭제하고도 캐릭터를 충분히 드러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으슥한 공간에서 두 인물이 키스를 하며 눕는 장면까지 보여주고 페이드 아웃을 한다던지 말이다. 결과적으로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완전한 논란의 해방은 없다. 그러나 맥락이 많은 부분을 상쇄함을 부정할 순 없다. 



 사람은 누구나 성적 욕망을 해결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결국 그 본능을 충족시켜주며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려는 이들의 출현은 자연스럽다. 어떤 장르, 어떤 분야에서든 말이다. 다만 조금 더 현명한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 구성 단계 때부터 개연성을 염두해둬야 한다는 게 김민하의 실질적 요점이자 충고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작금에도 포르노는 금지 대상이다. 포르노도 플롯이 있지만, 선뜻 작품이라 부르기 어렵다. 비슷한 수위의 정사 장면을 포함하고도 어떤 영화는 예술 영화라 불린다. 기준은 작품의 목적의식에 있다. 여성을 대상화한 단순 욕구 분출용 장면인가, 작가의 사상의 표현 양식인가가 차이다. 이 차이도 넓게 보면 맥락이다. 



김민하는 적절한 예시 사용과 예상되는 반박을 언급하며 글을 전개했는데, 결론 도출은 아쉽다. 일본 게임 갈라파고스화의 원인이 맥락 없는 성 상품화라서? 주장의 근거를 확실히 언급하며, 보충할만한 통계와 수치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장이 비약으로 느껴지고,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게임 캐릭터와 시각적 자극을 충족시키는 기술의 발전은 현 게임계의 특징 중 하나이다. 또한 맥락 없는 성상품화의 결과 = 중국에서 먹힘이라는 근거 없는 결론은 혀를 차게 만든다. 현재 일본의 비디오, 온라인 게임산업은 거대화 됐다. 중소기업들이 소자본으로 성공을 하기 힘든 구조란 뜻이다. 리스크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 게임 회사들은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팬층이 두터운 기존 게임의 후속작을 위주로 제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이 다수의 전문가가 보는 일본 게임산업 퇴보의 원인이다. 



 또한 성상품화 문제를 동아시아 게임으로 국한할 수 없다. 비디오 게임 개척 국이자 선도국인 미국에서도 지금까지 사회적 논란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다. 맥락 없는 선정성은 일본 게임의 갈라파고스화가 아닌 범국가적 이슈이다. 설사 정합성이 있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 이들에겐 다른 의미가 되지 않기도 하다. 

 김민하의 기본적 입장에는 적극 동의한다. 무분별한 규제는 게임 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고, 예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다만 게임업체는 상식적인 선에서 왜 이런 옷을 입고 이런 행위를 하는지에 대해 납득시켜야 한다. 에로 영화, 포르노의 경우 짧은 배경 인물 설정만 봐도 극이 진행을 알 수 있다. 예술 영화의 경계는 플롯과 참신한 시도, 주제의식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작품'으로 존재하기 위해, 진정 중요한 내용과 게임성을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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