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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Oct 28. 2022

탁월하지 않은 사유의 시선

최진석- 탁월한 사유의 시선

일요일 오전에 독서모임이 있다. 내 발제다. 해야 할 게 많다. 길잡이가 길을 모르면 모임이 표류한다.


책 정리하는 시간이 고역이다. 책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최진석 작가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다. 자칭 철학자는 철학하지 않는다.


책은 엄밀하지 않다. 해석 가능성이 다양한 개념을 다루려면, 먼저 개념을 정의해야 한다. 그래야 개념이 충돌하지 않는다. 저자가 생각하는 철학은 태도다. 필로소피란 그리스어 원형과 같다. 지혜를 사랑하는 것, 즉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뜻한다. 끝없이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이 철학하기다. 정의는 동의하는데 정의하는 방식이 무책임하다. 독자가 맥락으로 파악해야 한다. 교통정리가 되지 않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이다.


저자는 책 전반에 선진 철학과 후진 철학을 언급한다. '선진' 개념이 흐릿하다. 그가 말하는 진보(선진) 철학은 '이념 대립을 극복한 철학'이다. 이념 대립을 극복한 철학이 무엇인가? 좌우를 포괄하는 거시적 시선이 이념 대립의 극복이라 말한다. 전술이 아닌 전략을 갖고, 한층 높은 곳에서 내려보자 말한다. 그래야 프랑스, 독일, 영국을 따라잡을 수 있단다. 그러니까 왜?


그가 말하는 철학의 목적은 '선진국으로 도약'이다. 무엇이 선진국이고, 왜 선진국이 되는 게 철학의 목적인가? 그가 말하는 철학 선진국은 철학 생산국이다. 책 전반에 저자는 철학 수입국(철학 후진국)에서 탈피할 것을 명한다. 대부분의 나라는 저마다의 철학 사상을 가졌다. 국내엔 이황과 이이의 이기론 등이 있다. 그럼에도 저자에게 우리나라는 독자적 철학을 만들지 못 한 나라다. 그가 말하는 철학 기준은 서양철학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가 되느냐다. 철학사의 흐름을 바꾼 국가는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유럽 몇 개국 정도다. 이 나라를 제외하면 모두 철학 수입국이다. 세상의 평판이 왜 선진국의 조건인 것인가? 사유 그 자체가 철학인데 세상 평판이 왜 중요한 것인가? 미궁에 빠진다.



그럼 왜 선진국으로 도약을 해야 하는가? 저자의 이유는 '한 단계 높은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함'이다. 우리나라가 더 많이 벌고, 더 유명해지기 위해 우리가 철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철학의 목적이 국가의 선진국화, 돈 많이 벌고 유명세 얻기 위함이고? 큰 문제는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다. 또한 돈과 유명세가 목적이라면 그의 주장은 모순이다. 철학은 태도라 말하면서 그의 지향은 물질에 있기 때문이다. 정의와 목적이 어긋난 상태다. 엄밀하지 않다. 정의와 목적조차 맞추지 못 하는 이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저자는 시선 덕후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서 한 단계 높은 시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능동적 시선, 인문적 시선, 철학적 시선, 문화적 시선, 예술적 시선을 갖자고 말한다. 그 막연함에 아연한다. 거창한 말을 늘어놓는다. 명품 브랜드 쇼핑백, 박스, 더스트 백 안에 내용물이 없다. 책을 다 읽어도 남는 게 없다. 시선이 향하는 곳엔 허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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