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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01. 2023

AI 프로필



요즘 ai 프로필이 유행이다. 다른 업체의 시스템은 모르겠으나, 가장 유명하고 많은 이가 사용 중인 스노우 ai에 한정해 말한다. 내 얼굴이 잘 보이는 사진 20장가량을 선별해 앱에 제출한다. 24시간 기다린 후 ai가 만든 수 십장의 사진을 받는다. 그중 가장 괜찮아 보이는 사진을 선별해 인스타그램이나 카톡에 업로드한다.



ai가 만들어준 사진은 대체로 실재와 거리가 있다. 좋은 쪽으로 거리를 둔다. 실물과 비슷하거나 실물보다 못하다면 누구도 돈 주고 이용하지 않을 테니. 애초에 사진 선별 자체 단계부터 거리 두기가 발생한다. 우리 핸드폰에 있는 우리(라 믿는) 사진은 가공을 거친 결과물이다. 기본 카메라마저도 얼굴을 인식하면 뽀샤시한 톤으로 맞춰준다. 게다가 스노우 등 보정 어플을 사용하면 얼굴의 굴곡과 이목구비의 배치, 생김새, 크기가 달라진다. 보정된 사진을 모아서 보내주면 추가로 보정한다. 업그레이드 버전을 다시 업그레이드한다. 두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치면 출처가 모호해진다.



친구가 스노우 프리미엄 고객이 됐단다. 추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며 말했다. 추가 결제를 하면 ai 버전의 자신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나 또한 두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친 자신의 모습이 궁금했다. ai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최대의 미모를 만든다. 친구에게 커피 한 잔 사겠다 말하며 내 사진을 선별해 보냈다. 일차 가공 들어간 사진이 사진첩에 머물고, 이차로 그중 잘나온 사진을 선별해 친구에게 보냈다. 나머지는 ai가 그중 가장 괜찮은 요소를 부각하는 단계다. 24시간 뒤에 결과물을 배송해 준다.



간밤에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스무 장 남짓한 사진이 왔다. 한참을 쳐다보고 나서 나의 ai 버전임을 깨달았다. 닮은 구석을 찾기 어려웠다. 다양한 배경, 다양한 복장, 다양한 머리 스타일을 한 나의 후예들이 열 맞춰 등장했다. 묘하게 비슷하며 완벽히 다른 스무 명의 얼굴이다. 내 얼굴의 사소한 일부를 모티프로 해서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생면부지 10촌 친척의 얼굴에서 자신의 dna가 스쳐가는 느낌이다. 일부는 모티프를 알 수 있었고, 나머지는 기본 토대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핸드폰 액정에 뜬 20개의 이목구비는 기괴한 느낌을 줬다.



괜스레 오래 보기 어려운 스무 명의 얼굴을 피해 온라인으로 도망친다. 한 뉴스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AI로 인해 고통받는 직업이란 제목이 인상적이다. 여권 담당 공무원들이 ai 사진을 신분증 사진으로 신청한 이들 때문에 골머리 썩는다는 웃지 못할 내용이 이어진다. 배다른 스무 형제(원본은 우리 어머니, 복제본은 스노우)의 얼굴을 본다. 이들이 내 신분을 증명하는 얼굴이 될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 누구도 나를 증명할 수 없는 얼굴이다. 공무원을 괴롭히는 이들은 공문서 위조, 사기, 사진 도용, 업무 방해 등의 죄목으로 수감시켜야 한다.




사진은 이상한 중독성을 지녔다. 불편하고 어색해서 오래 보고 있기 어렵던 사진을 힐끔힐끔 보게 된다. 자꾸 보니 눈에 익어 간다. 같은 그림 찾기 하듯 실물과 비슷한 구석을 찾게 된다. 아~ 여드름 흉터가 비슷하구나. 아 내 입술의 이런 부분을 차용했구나. 아~ 내 짧은 머리를 토대로 반삭을 구현했구나. 몇 번 보니 그중 가장 잘생긴 친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 얼굴이 내 얼굴이었다면 살맛 났겠구나. ai 사진을 프로필로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러다 묘한 자신감이 싹튼다. 내 실물이 그렇게 나쁘진 않은데. ai랑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 가상 얼굴 사이에서도 경쟁력 있을지 몰라. 가장 잘생긴 친구의 얼굴을 뒤로하고, 핸드폰 기본 카메라를 실행시켜 전면부로 내 얼굴을 본다.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욕할 뻔했다. 현실은 잔인하다.




이런 현실과 마주하니 ai가 만들어준 과하게 잘생기고 예쁜 내 모습의 대단함을 실감한다. 예뻐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파고든다. 그 사진 안에 본체를 제공했다는 사실로 크레딧을 요구할 수도 있다. 고객에게 크레딧 요구하라 되려 부추긴다. 이것은 네 얼굴 20개의 총합으로 만든 것이므로 너라고 주장할 수 있어. 자신을 받아들이고 광고해. 다른 참여를 이끌어내!



아침에 ChatGPT를 이용해 구글 고객 리뷰에 댓글을 달았다. GPT에게 전반적으로 추구하는 분위기를 입력했다. 친밀하고 상냥한 어투로 구글 리뷰에 답변해 줘. 그 후론 각각의 리뷰를 복사 붙여넣기 했다. 약간의 사실 관계를 정정하고 문맥을 확인했다. 문제가 없으면 바로 우리의 공식 입장이 됐다. GPT는 나대신 고객을 응대했다. GPT가 완벽하게 고객의 불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감정을 실어 응대한다. 네가 매장에서 그런 경험을 겪어서 불편했구나. 그런 불편은 없어야 마땅한 것이지. 네게 불편한 경험을 제공한 데 내 책임을 통감해. 우리가 이 내용을 꼼꼼히 검토해서 추후에 방문했을 때 동일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노력할게. 너의 다음번 방문을 기다릴게. 인간보다 인간적인, 공감의 기술에 통달한 기계가 사람을 대한다. 되려 고객의 불만 깊숙이 파고들어 상처를 보듬는다. 여기엔 진실이 없는데 누구보다 진실해 보인다. 엄청난 분량을 쏟아내는데, 내가 쏟은 시간은 없다.



사업 단체 대화에서 안건을 공유한다. 우리 고객 문의 댓글 GPT로 남기고 있어요. 약간 검토만 하면 특별히 문젯거리 안 생기게 잘 써주네요. 세상 참 편해졌어요.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요새 유행하는 머리로 깔끔히 손질하고, 몸에 잘 맞는 요즘 인기 있는 옷을 입고, 색감 잘 아는 사진사가 조명 잘 세팅된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고, 잡티나 얼굴의 결점을 컴퓨터로 수정한다.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을 AI가 대신해 준다. 모든 세팅을 끝낸 대리인이 완벽한 상태에서 스튜디오 촬영을 마친다. 세상 참 편해졌다. 신기함에 놀라고 효율에 놀란다. 불현듯 이상한 감정이 내 안에 파고든다. 박수 치던 손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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