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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Oct 07. 2023

Temu에 경악




Temu라는 중국 쇼핑몰이 있다. 호주에도 진출했다. 이 쇼핑몰의 판매 전략이 경악스럽다. 전략을 저가 정책, 쿠폰 정책, 무료 판매 정책, 빠른 배송, 피라미드 호객, 약간의 구라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산 쇼핑몰의 특징은 압도적 저가다. 호주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가격에 물건을 판다. 게다가 국제배송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지 상상이 가지 않지만, 저렴하게 물건 사는 입장에서 토 달 수 없다. 이런 정책을 다른 중국산 쇼핑몰이 차용해 호주를 점거하는 중이다. 위시, 쉬인, 캐시 등의 사이트가 그 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중국산 쇼핑몰의 단점은 오랜 기다림이다. 배로 보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최초 알리익스프레스가 호주에 상륙했을 때 평균 배송 기간은 1달 반이었다. 농담조로 알리의 다른 장점은 서프라이즈라고 했다. 완전히 구매를 잊었을 때 깜짝 선물처럼 찾아온다는 점이었다.





테무는 진화한 DNA를 갖고 있다. 팔리는 창조는 익숙함 위에 새로움 한 스푼 끼얹은 것이다. 저가 정책에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쿠폰 폭격을 날린다. 이 쿠폰 전략이 다소 황당하다. 황당을 넘어 사기가 아닌지 의심이 될 수준이다. 이를테면 2+8 전략이 그렇다. '물건 10개 담으면 그중에 2개 값만 지불하고 나머지 8개는 무료로 받아 가세요'다. 써먹지도 못 하는 말도 안 되는 제품 파는 게 아니다. 이미 다른 사이트에서도 팔리는 제품들이다. 아 얘네들 전략 알았다. 배송비로 나머지 돈 떼먹는구나!라고 생각했으나 10개 전부 무료배송이다. 2개를 구매하니 8개를 덤으로 주는데, 모든 배송비를 테무가 부담한다. 국제 배송이고, 일부는 무겁고 부피도 크다.




테무의 마진이 어디서 나오는지 분석했다. 배송비로 남겨먹지 않는다. 쿠폰 전용으로 만든 폐급 제품도 아니다. 이미지 검색을 하면 동일 제품이 타 사이트에서 팔리고 있다. 그렇다면 물건 단가를 과하게 책정했을 거라 의심했다. 제품 2개 가격이 나머지 8개의 값을 커버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물건의 값은 경쟁 업체보다 저렴하다. 중국산 쇼핑몰 DNA는 어디 안 간다. 타 사이트 대비 최저가를 제시한다. 심지어 알리익스프레스를 가격으로 누른다. 고른 10개 상품 중 가장 비싼 제품 2개는 냄비 거치대와 남성용 스웨터다. 같은 제품 사진을 쓴 스웨터를 호주 사이트에서 100불 넘는 값에 판다. 테무에선 30불이다. 다른 아이템은 싱크대 아래 보관하는 냄비 거치대다. 완벽히 같은 거치대를 호주 사이트는 75불에 판다. 테무는 34불이다. 답이 나왔다. 테무는 손해 보고 물건을 팔고 있다.





'손해 보고 팔기'는 자본이 받쳐주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는 전략이다. 손해의 크기에 따라 필요 자본도 달라진다. 테무의 경우 압도적 손해를 감수한다. 그렇기에 압도적 자본이 뒤에서 받쳐준다는 결론에 이른다. 선 몸집 불리기 후 영업 이익 내기 전략이다. 이는 손정의의 비전 펀드로 조 단위 투자를 받았던 쿠팡의 전략이기도 하다. 특히 코비드 말미에 전 세계 자본 시장이 고점을 향했을 때 먹히던 전략이다. 기업이 적자를 보든 말든 일단 매출 성장률만 본다. 자본시장은 매출로 유니콘을 가린다. 한번 판로 만들면 수익 내기가 쉽다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선점할 때 누리는 여러 특수를 고려하면 납득할만한 전략이다. 하지만 돈 없으면 할 수 없는 전략이다. 유통은 더더욱 그렇다. 물류 창고 관리, 재고처리 등의 문제가 뒷따른다.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공산당 간부들이 은퇴하고 차린 회사가 화웨이다. 화웨이에 스파이 소프트웨어를 기본 내장한다. 성능 좋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 세계로 뿌린다. 공산당의 힘으로 중국 기술력을 몰빵한다. 낮은 인건비 덕에 저가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그 결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정보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다. 시장에 개입해서 화웨이를 죽였다. 이는 자본주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그 정도 위기로 여겼다. 중국의 이런 전략은 휴대전화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리라.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다. 테무는 말이 되지 않는 손해를 감수하며 물건을 전 세계로 나른다. 그 사이에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고, 개인의 소비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시장을 장악하면 유통 그 자체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공산당의 힘이 의심된다. 테무는 핀둬둬라는 중국 소셜커머스 업체 소유이다. 핀둬둬는 중국의 카카오톡 위챗 덕에 세를 키울 수 있었다. 위챗에서 소셜 커머스업을 했고, 세를 불렸고, 거대 기업으로 자리했다. 그 노하우와 자본을 바탕으로 해외 전용 사이트인 테무를 출시했다. 2022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앱스토어 판매 1위에 올랐다. 저렴한 가격, 틱톡(중국 SNS)과 연계로 빠르게 세를 불렸다. 그리고 호주도 침략했다. 미국에서 영업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요컨대 선손실 후이득 전략의 성공이다. 이 성공 전략이 호주까지 들어온 셈이다.





놀라운 것은 가격과 쿠폰 정책뿐만이 아니다. 배송 시간도 놀랍다. 비지니스 데이 기준 일주일이다. 빠르면 4일 만에도 온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송 완료라는 메일을 받는다. 놀라움에 놀라움이 쌓이니 경악이 된다.



앱에 접속하면 중국산 모바일 게임하는 기분을 느낀다. 물건 목록 보고 있으면 뜬금없이 화려한 이펙트가 터진다. 새로운 오퍼, 새로운 쿠폰이 발급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공산주의 국가의 앱이 그 어떤 앱보다 자본주의적이고 노골적이다. 5불 줄게! 친구 한 명 초대하면. 피라미드 전략도 쓴다. 물건 5개 공짜로 줄게! 친구 몇 명 초대하면. 네가 초대한 친구들이 물건을 사면 너에게 돈이 들어가. 친구초대 혜택 게이지가 있다. 한 명 초대하면 50%가 찬다. 2명 초대하면 75%, 3명 초대하면 87.5%, 4명 초대하면 93%, 5명 초대하면 97%... 두세명 초대하면 도달할 것 같은 게이지는 속도를 달리하며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 한다.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경주를 구현했다. 이런 식의 고객 능멸을 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하다. 호주 사이트라면 판매윤리에 어긋나 제재 대상이다. 일단 지르고 보자, 고객 늘리고 보자 전략과 맞닿아 있다.




며칠 안으로 10개의 물건이 온다. 물건 뒤에 무언가 보인다. 그것은 대륙의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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