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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Nov 08. 2023

워렛 버핏, 백종원 렛츠 고​

내 인생의 롤 모델이자 멘토, 존경하는 사람을 꼽자면 워렌 버핏을 들 수 있다. 투자에서 원리 원칙의 중요성을 알려줬고, 평생에 걸쳐 몸소 실천해 오고 있으며, 유머 감각이 있고, 타인을 배려하고, 허례허식이 없고, 꾸준하며, 다독하고, 세상에 대한 통찰이 있고, 겸손하며, 유능한 동료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버핏이 직접 쓴 책은 한 권도 없지만 5권 넘는 버핏 서적을 읽었다. 그의 주주서한을 통해야만 그의 말을 직통으로 들을 수 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전 세계 투자자의 롤 모델로 자리했다.




버핏 뒤에 오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변한다. 유시민, 정준희, 정박 등이 있다. 경제력이 아닌 지식과 사유하는 방식이 판단 근거다. 어떻게 저렇게 합리적이고, 치우치지 않고, 명료하고, 깊게 말할 수 있을까? 감탄을 거듭한다. 세상을 향해 냉소적이지 않은 점도 큰 매력이다. 다정하고 겸손한 태도로 타인을 대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세상을 알면 알수록 모르는 지점이 크게 다가온다. 세상이란 과목을 놓고 볼 때 더닝 크루거 효과의 반등은 없다. 세상은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합리의 끝은 유연함이다. 그들이 그런 태도를 잘 보여주기에 멘토의 반열에 올랐다. 




세상엔 다양한 관심사가 있다. 나는 독서와 글쓰기, 지적 대화를 즐긴다. 내 삶에서 지적 탐구 부분의 비율이 컸을 땐 유시민, 정준희, 정박 등의 지식인에 가산점을 준다. 마케팅 책에서 말하길 상대에게 물건을 팔려면 상대가 그 물건을 욕망하게 만들라 말한다. 지식에 목마르고, 지적 대화에 목마른 이에게 지식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욕망의 대상이 된다. 매일 읽고 쓰다 보면 내 통찰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럴 때 통찰을 욕망한다. 누군가가 꺼내 놓은 세상과 인간을 향한 통찰, 무수한 질문을 거친 이해에 감복한다. 지적 갈증 해소에 여가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므로 그들을 버핏의 뒤에 올렸다.



최근에 순위에 변동이 생겼다. 말인즉슨 다른 관심사가 지적 활동의 위로 올라왔다는 뜻이다. 기존 사업을 정리 중이다. 새로운 사업에 임하는 과정에 있다. 한 사업체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숱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흥미가 있다. 문제해결능력이라 부른다. 어디에나 중요한 능력이지만 사업에 특히 중요하다. 직장에서 문제 해결 못 해도 생존할 수 있다. 직장인의 책임은 유한하며 많은 동지와 상사가 있다. 그들이 어떻게든 해준다. 시작 단계의 사업은 다르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지어야 할 책임이 크다. 나의 일터와 재산의 대부분이 공중으로 증발한다. 사활을 걸고 문제를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수익이 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백종원이란 사업가는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다. 그 탁월함에 감탄했다. 버핏의 뒤로 자리한다.



이미 내 대부분의 레시피의 출처는 백종원이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입맛을 지향한다. 주위에 있는 재료를 통해 우리가 먹고 싶어 하는 그 맛을 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니까 몇 십 년 전이었다면 업자들만 알았던 비법을 대중에게 공개한 셈이다. 천기누설이라 할 수 있다. 그 덕에 대중은 우리가 흔히 맛있다고 하는 음식에는 다량의 설탕, 다시다, 미원 등의 MSG가 있음을 깨닫는다. 조미료 넣는 순서가 있고, 순서 별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시킨다. 만능 00을 만들어 요리를 쉽게 만든다. 만능 간장, 만능 고추장, 만능 육수 등의 레시피를 알려주고 그것으로 할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그게 어려울 때 대체할 수 있는 시판 제품을 소개한다. 이미 한국 가정의 빅 브라더로 자리했다. 모든 길은 백종원으로 통한다. 



요리사 백종원이 아닌 사업가 백종원이 대두됐다. '장사천재 백사장2'를 시청하며 사업가 백종원을 인정하게 됐다. 그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페인 먹자골목의 한 망한 가게를 인수해 짧은 시간 안에 자리 잡는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즌 2는 프랜차이즈라는 미션이 추가됐다. 다수의 점포를 운영해야 한다. 시즌 1은 보지 못 했고, 시즌2는 2화를 시청했다. 그 짧은 시간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영상을 보며 아- 와- 오- 하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가 2화 동안 한 일은 이렇다. 타겟 고객을 특정한다. 그에 맞는 인테리어를 한다. 한정된 버짓으로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해 인테리어 우선순위를 만든다. 위치에 맞는 메뉴를 선정한다.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잘되는 집을 벤치마크한다. 첫날 장사를 마치고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회의한다. 그다음 날 곧바로 문제를 수정한다. 특정 메뉴가 나가지 않았다면 가격을 낮춘다. 중장년층의 방문이 뜸했다면 식탁보를 깔아서 차분한 느낌을 만든다. 영업시간 사이에 이 모든 일을 끝냈다. 가격표 파일의 숫자를 수정해 근처 인쇄소에서 인쇄해서 바로 메뉴판에 넣는다. 창고형 마트에 사람을 보내 식탁보를 구매한다. 폭탄계란찜(미끼 상품)을 개발하고 사진을 찍고 약간의 그래픽 디자인을 해서 인쇄한다. 인쇄한 a4용지를 가게 전면부에 도배한다. SNS에 미끼 상품을 게시하고 광고 효과를 누린다. 고객의 첫 경험을 만든다. 




사업에 관심이 많다. 사업엔 많은 문제가 있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백종원의 모습은 해결 하나하나 그 자체로 교훈이 되고, 사업가의 태도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행동력에 감탄한다. 나였다면 메뉴판을 만드는 데 보름 이상이 걸렸을 것이다. 포토그래퍼 부르고, 찍고, 디자이너에게 메뉴판 디자인 맡기고, 용지 선정하고, 인화하고, 코팅한다. 하지만 백종원은 오픈 전날, 만든 요리를 핸드폰으로 찍고, 메뉴판 양식 만들고, 근처 인쇄소에 파일을 보낸다. 오픈 당일에 인쇄한 종이를 파일(투명슬리브에 넣는 방식)에 껴 넣어 메뉴판을 완성한다. 마케팅도 하루 만에 결정해 개시한다. 만들어서 사진 찍고, 인쇄해서 붙인다. SNS 홍보도 없고, 메뉴판 변경도 없고, 즉시 실행한다. 경영학 서적에 나오는 린 스타트업의 좋은 예다.





결과적으로, 백종원이 워렌 버핏의 뒤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적 인지도로 보면 버핏에 미치지 못 한다. 인지도 불균형으로 웃음을 자아낸 박재범의 랩 구절이 있다. BTS, 봉준호, 손흥민, 박재범 레츠 고. 하지만 선구자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의 라인은 문제가 없다. 각자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거뒀다. 인지도만 다를 뿐이다. 내게 영향을 준 인물이라는 관점에서 다를 게 없다. 워렛 버핏, 백종원 렛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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