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은 충분한 시간이다. 한 편의 글을 쓰는데. 구체적 시간을 명시한 글쓰기는 흥미롭다. 조바심의 파편이 여기저기 뿌려진다. 그 맛이 있다.
왜 5분인가? 점심시간이다. 점심 식사에 나서야 한다. 친구와 함께 먹을까 한다. 그의 집은 카페 옆이다. 나오면 바로 출발이다. 좀 전에 식사에 함께 나설 것을 컨펌했다. 아마 내려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그 시간을 대략 5분으로 잡았다. 그동안 한 편을 쓴다면 근사하지 않을까? 공복을 글로 채운다.
5분 글쓰기의 주제는 글쓰기 자체다. 우리는 틀에서 자유롭다. 5분이란 틀이 마음껏 손을 뛰놀게 돕는다. 의식하고 자판을 본다. 부지런히 손가락이 움직인다. 타자가 그리 빠르지 않다. 작정하고 한컴 타자 연습을 했을 때 단문의 경우 분당 800타, 문장 부호를 이것저것 넣어야 하는 장문의 경우 400타 정도 나온다. 컴퓨터에 익숙한 우리 시대 한국인을 기준으로 할 때 중간 정도다. 그럼에도 생각나는 대로 바로바로 옮겨 싣기엔 부족하지 않다. 보통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생각이 문제다. 손가락을 움직이기 전에 문장 구성 요소를 정리해야 한다. 바로바로 쓴다고 해도, 약간의 딜레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손가락은 바쁘다. 그러고 보면 나는 문장을 완성하기 전에 글을 쓴다. 주어를 달고, 서술어를 결정하면, 중간은 그때그때 적당히 채운다. 시간제한이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 글쓰기가 익숙해졌다. 주어서술을 곧잘 맞춘다. 단문을 쓰기도 하고, 요령이 생긴 덕이기도 하다. 이러면 말과 글이 큰 차이가 없다. 말은 즉흥성을 대표하고, 글은 생각을 대표한다. 생각 후에 나오는 정돈된 문장이 글이 된다. 그러나 내 글은 말처럼 즉흥적이다. 대략적인 주제가 떠오르면 그에 맞춰 타이핑한다. 그래서인지 글 전체 구조가 탄탄하단 인상이 덜하다. 순간순간 프렙을 의식해 구조에 맞추려 노력한다. 처음부터 틀을 잡고 쓰는 글과, 써가며 구조를 잡는 글의 짜임새엔 차이가 발생한다.
5분이 아직도 안 된 것일까? 몇 분에 시작한 지 모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나. 아하! 방법이 있다. 친구에게 카톡을 보낸 이후 즉시 글쓰기에 돌입했기에, 발송 시간을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12시 18분 발송이다. 현재 시각은 12시 26분으로 벌써 8분이 지났다. 생각보다 친구의 준비가 길어진다. 5분 글쓰기를 목표로 썼으나 이제 8+@분 글쓰기로 거듭났다.
나온다는 연락이 왔다. 식당에서 바로 보기로 한다. 지금 출발해야 한다. 나의 9분 글쓰기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손가락은 빨간 구두를 벗는다. 빨간 구두 비유를 쓰고 싶었다. 어떤 식으로 문장을 풀까 고민하다 또 1분이 지났다. 내 10분 글쓰기는 이것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