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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신뢰에요

by 띤떵훈



전청조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의 유행어는 유행 지난 신발처럼 아무도 찾지 않는다. 감옥에서도 여전히 본업 수행 중이라는 그의 패기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기이한 흡입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인상적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신뢰를 받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 신뢰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기꺼이 보답하고 싶어진다. 신뢰를 주고받는 일은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그의 사기는 어떤 이에게 통했을 것이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마켓 부스를 운반해주던 일이 계기였다. 그는 본인의 비데 유통 사업을 전개하면서 남는 시간에 행사 배달을 병행하고 있었다. 단순한 배송기사가 아니라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도왔다. 그의 태도에는 주인의식이 있었고, 날카로운 행동력이 있었다. 이 사람,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이구나. 내겐 그렇게 각인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멜버른 가전 엑스포에서의 그의 실행력이었다. 그는 단독으로 부스를 신청해 2만 불을 투자했고, 주변 사람 네 명을 하루 아르바이트로 끌어들였다. 현장에선 시연, 접객, 결제, 마감까지 혼자 총괄하면서 판매를 유도했고, 하루 만에 매출과 수익 모두를 남겼다. 그 임기응변과 추진력은 마켓을 몇 년 뛰었던 나조차 감탄하게 만들었다.



그의 진가를 더욱 확신하게 된 건 그의 독서 습관이었다. 그는 매일같이 이북을 들었다. 나 또한 책을 매일 읽는다. 어떤 날은 듣고, 어떤 날은 밑줄을 긋고, 어떤 날은 요약한다. 그렇게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은 지식이 인생을 비추는 조명 역할을 해준다. 그는 그런 독서의 대단함을 아는 사람이었다.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레 리스펙트가 생긴다.



그는 자기계발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기획한 온라인 강의로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고, 자잘한 거래로 현금을 만들고, 그걸 다시 자기 계발에 쓴다. 대화는 늘 사업, 철학, 인간관계에 걸쳐 있었다. 언젠가 그가 내게 말했다. “몇 년간 나는 늘 이렇게 말해왔어요.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근데 이 말이 무의미하단 걸 깨달았어요. 과거, 현재, 미래는 인간이 만든 개념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건 지금뿐이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선언하고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 말을 오랫동안 곱씹었다. 선언을 하고, 삶으로 증명하겠다는 태도. 말과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 사람. 철학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최근 그와 다시 마주 앉았다. 그는 본인의 사업 계획을 말했다. 사업 아이디어에 대한 내 피드백을 듣고 싶어 했고, 나는 아는 범위 내에서 조언했다. 그리고 내가 준비 중인 자동화 덮밥집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미 여러 번 이 얘기를 들은 터라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 흥미에 부응하기 위해 그간의 구조, 지분관계, 인수 타이밍, 브랜드 운영 방식까지 최대한 솔직히 설명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나도 그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 돈도 투자하고, 실제 경영에도 관여하고 싶다.” 나는 말했다. 이미 투자자는 정해져 있고, 우리 두 명의 자본으로 버짓을 모두 충당했다. 더구나 기존 참여자들이 지분 희석을 원치 않기에 그 제안을 당장 수락할 수는 없다고. 그러나 언젠가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떠올릴 사람이라는 점은 분명히 전했다.



트램을 타고 시티로 향하는 길,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는 기민하고, 합리적이고, 유능하다. 실제로 손에 쥔 자본도 있다. 그가 우리 팀에 참여하고 싶다는 말은 내게 큰 의미였다. "나는 비즈니스 모델보다 너라는 사람에 투자하고 싶어. 그간 네가 보여준 모습이 내게 믿음을 줬어." 눈앞의 상대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비즈니스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결국 모든 구조와 전략, 숫자와 전망은 사람 위에 세워지는 것 아닐까. 철저히 계산된 흐름 속에서도, 단 하나의 진심이 모든 계산을 덮는 순간이 있다. 믿는 사람과 일하고 싶은 마음. 그런 관계가 만들어내는 신뢰의 온도. 그 온기가 오늘 내 하루를 따뜻하게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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