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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여라, 연결고리

by 띤떵훈



사업은 여러 연결고리가 맞물려야 작동하는 기계다. 어디 하나라도 어긋나면, 전부 멈춘다. 우리의 신규 사업이 여섯 달째 제자리걸음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회로가 멀쩡해도 모터가 안 돌아가면, 아무 소용 없다. 그 모터는 다름 아닌 ‘자리’였다.



‘목이 사업의 80%다.’ 누가 처음 그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틀리진 않았다. 퍼센티지를 논하기 전에, 실전에서 이미 절감했다. 같은 브랜드, 같은 운영, 같은 서비스. 하지만 자리에 따라 매출은 극과 극이다. 유동인구 100명의 골목에서 종일 문만 열고 앉아 있는 가게와, 500명이 스쳐 가는 거리에서 분주히 돌아가는 가게. 어느 쪽이 장사가 되겠는가. 단순한 셈법이다. 그런데도, 막상 눈앞의 임대료만 보고 500명이 스쳐 가는 자리를 ‘비싸다’고 판단하곤 했다. 정작 매출이 다섯 배 이상 차이날 수 있다는 계산은 그 순간 멈췄다.



유동인구 많은 자리일수록, 우리가 원하는 사이즈에 설비까지 완비된 곳은 드물다. 결국 하나씩 걸러내다 보면 마땅한 곳은 사라진다. 늘 그렇다. 조건을 붙일수록 가능성은 줄어든다.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자신감은 조금씩 줄었다. 자리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보는 나로선,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행동력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그 판단이 틀린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때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고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니 트랙터였다. 고르고, 또 골라야 했고, 그러는 사이 땅은 굳고 있었다. 이러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행동력 있는 사람인가? 이 선택을 계속 미루는 게 전략인지, 회피인지.' 회의는 속삭이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서도 목을 조인다.



열정도 유효기간이 있다. 불꽃처럼 확 타오르는 시기가 있고, 잿더미처럼 남는 시기도 있다. 불꽃일 때 결정해야, 일은 속도가 붙는다. 소강상태로 접어들면,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간다. 결정을 내릴 힘도, 추진할 기운도 줄어든다.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붙잡기 어렵다. 연결고리 하나 빠진 채, 열정은 천천히 식었다. 남은 건 조용한 방, 늘어진 회의록, 머뭇거림뿐이다.



그래서 팀이 필요하다. 누군가 늦으면 끌어주고, 내가 뒤처지면 기다려주는 구조. 격려 몇 마디가 에너지 드링크보다 낫다. '우리 이건 꼭 해야 해요.' 그 말이 위로고, 동력이다. 열정이 위태로운 기반 위에 있다는 걸 아는 사람끼리는, 말의 무게도 안다. 사업은 결국 팀워크가 전제된 장거리 달리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고리가 나타났다. 핵심 상권. 작은 매장. 17제곱미터. 우리가 원래 상정했던 최소 사이즈는 30. 기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이번엔 거꾸로 하기로 했다. 자리를 우선으로 하고, 그 안에 사업을 끼워 넣는다. 말 그대로 재단 없이 꿰매는 방식이다. 포맷을 줄이고, 설비를 조정한다. 손이 가고, 머리가 아프고,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도 가치 있는 번거로움이라면, 감수할 수 있다.



매물 정보를 본 즉시 팀에 공유했다. 반응은 빠르고, 명확했다. “이거야.” 말 한 마디에 지난 6개월의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됐다. 그들이 말하길, '기다림에도 의미가 있었네.' 기다림이 가치로 환산되는 순간, 팀은 다시 전진한다.



중개인에게는 메일을 보냈고, 문자로도 개인 연락을 넣었다. 마켓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됐지만, 이미 오퍼가 들어갔다고 한다. 그래도 물러설 수 없다. 어떻게든 차지를 해야 한다. 건물주의 설비 허락만 떨어지면, 바로 착수한다. 계산은 끝났고, 발만 남았다.



여섯 달을 기다렸다. 이번이 성사되지 않으면, 단지 다음 매물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다음 기회 그 자체를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을 절망으로 이끄는 건 끝없는 불행이 아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작고 날카로운 기대 한 조각이다.



이번엔, 그 조각이 날 찌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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