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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r 01. 2017

다시다

 외식을 자주 한다. 밖에선 맛이 검증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장 볼 필요도, 요리 할 필요도 없다. 지갑에서 종이 몇 장 꺼낼 뿐이다. 자취도 한다. 안에서도 맛이 검증된 음식을 먹는다. 지갑 대신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꺼낸다. 간단히 손질하고 조리도구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열에 아홉은 성공이다. 주방 선반을 열면 빨간 패키지가 있다.


 똠냥꿍을 처음 먹었을 때를 떠올린다. 토마토를 덩어리째 넣어 만든 스프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토마토는 으깨거나, 생으로 먹는 채소였다. 똠냥은 토마토를 덩어리째 넣어 국물 낸 요리인데, 기존 토마토의 통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예상대로 고수 넣은 토마토 국물은 맛있지 않았다. 거리감 때문에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두 번째 똠냠은 맛있었다. 심리적 장벽이 무너졌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부엌에서 멸치 다시다와 쇠고기 다시다가 공석이었던 적이 없다. 어머니 요리는 누군가에겐 자극적이었지만, 나와 잘 맞았다. 그녀의 모든 레시피엔 다시다가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결국 오래되고 편한 친구를 찾는다. 저자극식을 먹자며 다짐하지만, 다시 다시다를 찾는 이유도 비슷하다. 


 호주에 많은 한식당이 있다. 모든 종류의 한식을 먹을 수 있다. 비슷한 재료와 레시피로 만들어서, 한국에 있는 식당과 맛의 차이가 없다. "한국에서 먹는 00이 진짜야." 어딜가도 한국인의 볼맨 소리를 듣는다. 향수를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설탕,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베이스는 국산이다. 맛의 중심인 다시다도 그렇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정겹고 착 붙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친구와 집 근처 한식당에 간 적이 있다. 익숙한 감칠맛이 혀를 자극했다. 마법의 갈색 가루가 빨간 양념 속에서 존재를 과시했다. 자연 친화적인 가정식을 먹어왔던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msg가 특별히 몸에 않좋다는 학설은 없다. 다시다 특유의 입에 남는 느낌이 싫다 게 이유였다. 그의 불평을 뒤로하고 깔끔히 그릇을 비웠다. 


 최근 한국에서 호주로 돌아왔다. 당분간 한국에 갈 이유가 없다. 가끔 허기지다. 그럴 땐 다시다 들어간 음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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