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머신의 효과적 착각

by 띤떵훈

나는 ‘일 머신’이다. 일이 생기면 미루지 않고 움직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물론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보지 못해 방치한 일도 있을 것이고, 내가 말하는 ‘곧바로’의 기준이 남들보다 너그러울 수도 있다. 내가 택한 방법이 정말로 가장 효율적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이 착각을 굳이 고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도움이 되는 착각이다. 인간은 잘한다는 말을 들을수록 더 잘하게 된다. 행동경제학에서 채찍보다 당근을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나는 당근에 잘 반응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일 머신’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둔다.



최근 13년 만에 다시 들어간 주방에서도 이 착각이 꽤 유용하게 작동했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먼저 상황을 살폈다. 가게의 문제는 단순했다. 인력이 부족했고, 그 결과 프랩이 밀려 있었다. 결국 서비스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문제를 인식하자 해결 방법도 자연스럽게 보였다. 나는 사장이라 인건비가 들지 않는 인력이고, 칼질이 빠르며 프랩을 처리하는 속도도 빠르다. 내 강점이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자리가 바로 그곳이었다. 그래서 다른 일을 기웃거리지 않고 바로 프랩 작업에 들어갔다.



칼질은 주방의 기본 작업이다. 동시에 여러 준비 작업을 처리하면 주방 전체 흐름이 빨라진다. 나는 야채를 썰고 재료를 정리하며 밀려 있던 준비 작업을 빠르게 줄였다. 주방의 병목이 조금씩 풀렸다. 오너 셰프가 “괜찮은 인력”이라고 말했는데, 사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라기보다 상황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다. 가게의 문제를 파악했고, 내가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리를 골랐다. 여기에 사장이라는 위치에서 오는 책임감도 작동했다. 결국 고객에게 좋은 음식을 내보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의 강점이 쓰일 자리를 찾고, 바로 실행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일 머신’의 작동 방식이다.



어제는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요리를 했다. 저녁에는 동거인의 물건을 찾으러 함께 나갔다. 운동도 하고 낮잠도 충분히 잤다. 일과 관련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완전히 쉬는 날이었다. 덕분에 오늘 아침은 몸에 기운이 넘친다.



사업가에게 공과 사의 구분은 늘 흐릿하다. 무엇이 일이고 무엇이 사생활일까. 나는 사업가의 ‘일’에 들어가는 활동 대부분이 즐겁다는 전제를 두고 산다. 사람을 만나고, 시스템을 만들고, 선물을 주고받고, 농담을 나누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까지 모두 일의 범주에 넣는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과 행동력,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에 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진단해야 한다. 글쓰기는 이 과정에 도움이 된다. 글을 쓰는 동안 현재 상황이 정리되고 무엇을 고쳐야 할지 보이기 시작한다. 독서는 판단 기준을 넓혀 준다. 다양한 관점을 통해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발견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찾고 일을 나누는 것,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역시 사업가의 중요한 일이다.



오늘은 밀린 공적인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아침 8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러시아워 시간이었지만 그대로 카페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직원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본 친구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더니 고맙다며 커피를 한 잔 내려주었다. 공짜 커피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 할 일은 이벤트 참여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찾아오는 길을 사진으로 설명했다. 테이스팅 메뉴 재료를 공유하고 알레르기 여부와 음주 가능 여부도 확인했다. 팀원들이 준비할 것과 내가 확인할 것을 정리했다. 틀을 잡아 두니 다음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카페를 나서며 필요한 물건 목록까지 정리했다.



이런 일들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할 일을 먼저 정리하고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생각한 뒤 바로 움직이면 대부분 빠르게 끝난다. 그럴 때면 내가 정말 일 머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엇이든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태다.



여기서 한 가지 반문이 가능하다. 이것이 단순한 자기 합리화는 아닐까.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착각이 결국 문제를 키우는 것은 아닐까.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빨간 약을 선택한다. 환상 속의 편안함보다 냉혹한 진실을 택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나는 파란 약을 고른 셈 아닐까.



하지만 내가 붙잡은 착각은 현실을 무시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현실을 부정하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을 지키기 위한 작은 오독이다. 나는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스스로를 그렇게 믿는 편이 실제로 더 많이 움직이게 만든다. 이 믿음 덕분에 일을 미루기보다 먼저 손을 대게 되고, 그 결과 실제로 처리되는 일이 늘어난다. 맹목적인 합리화가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에 가깝다.



사실 인간의 행동 자체가 이런 작은 착각 위에서 굴러간다. 완벽한 인식 위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약간의 과신과 약간의 오해를 안고 시작한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착각을 조금 의도적으로 선택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방식으로 산다. 고칠 필요 없는 착각 하나를 붙잡고 눈앞의 일을 처리한다. 행복한 바보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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