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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n 07. 2017

쟈니 윤의 스탠드업 코미디

 유튜브에 자주 접속하는 편이다. 특히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영어 관련 컨텐츠를 본다. 외국에서 살다 보면 늘지 않는 영어 실력에 초조해다. 벌써 5년 차인데, 아직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되는 거야? 스스로 자극주는 말을 하고, 위기감으로 영어 공부를 한다. 유튜브는 유익하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다. 컨텐츠 업로더가 세계 곳곳에 분포하고 있어, 다양하고 새로운 영상을 매일 접할 수 있다. 빠르고 슬랭이 많이 들어간 영어를 접하고 싶을 땐 스탠드업 코미디가 좋은 선택이다. 최근에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을 몇 편 봤다. 그러다 연관 영상에 올라온 한 동양인의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에 눈이 갔다.


 1970년대 미국 메이져 방송사에서 송출한 영상이었다. 그 동양인 코미디언의 이름은 쟈니 윤. 시대를 풍미했다는 쟈니윤 쇼를 본 기억은 없지만, 우리나라의 코미디언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전에 긴장했다. 한 코미디언이 미국식 유머를 구사하는 게 어색하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한국인 코미디언 김영철이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영어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영상을 찾아봤는데, '너무' 노력하는 모습이 되려 부자연스럽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결국 1,2 분 보다 민망함에 꺼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게 두려워 뒤로가기를 준비했다.


 반전이었다. 여유로운 태도로, 세련된 영어를 구사한 그는 좌중을 편하게 웃음 짓게 만들었다. 발음과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 교포는 아니었다. 쇼에서 그는 서른 무렵에 음악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성인이 된 후에 배우는 외국어엔 제약이 많다. 발음도 어색하고, 10대에 비해 습득 속도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그의 영어와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은 대단했다. 미국인 관객이 공유하는 문화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말장난을 했다. 단순히 웃기는 것뿐만 아니고, 따끔히 꼬집을 줄도 알았다. 당시 종교인 문선명이 정치인에 자금을 대준 사건을 보고 쟈니 윤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는 정치인에게 돈을 주면 감옥에 가지만, 한국에서 정치인에게 돈을 주면 미국에 갑니다.' 언어 문제를 넘어 문화를 이해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할 줄 알았다.


 나는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몇 가지 제약을 걸어놨다. 나이 많은 이들이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며 생활하는 것은 어렵다. 성인이 되고 나서 온 동양인은 가질 수 있는 직업의 폭이 정해져 있다. 쟈니 윤은 몇 가지를 시사했다. 나보다 늦은 나이로 외국 생활을 했고, 언어를 배웠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늦은 나이에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그 언어를 통해 말장난을 하고 누군가를 웃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겼다. 그런 제약과 한계 설정을 내가 못 할 것 같은 일을 지레 포기하고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많은 이가 못 한다고 불가능은 아니다. 누군가는 해낸다.


 그는 적극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았고 노력해서 쟁취했다. 노래가 배우고 싶었던 30대의 그는 모든 것을 한국에 두고 늦깎이 대학 생활을 위해 미국행을 택했다. 그리고 코미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한 40 전후의 그는 동네 클럽을 돌아다니며 자신을 쇼에 세워주길 부탁했다. 일을 즐기고, 배우며 성장했다. 그러다 준비가 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멋지게 쟁취했다. 고정관념을 나의 실패의 근거로 뒀고, 그것은 안주의 이유가 됐다. 쟈니 윤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불가능의 폭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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