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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10. 2017

술게임

 자 다음 게임하자. 어, 형 걸렸어요 게임이랬다, 게임.


 이틀 전인 토요일 밤, 예술인 모임에 참석했다. 예술(藝術) 활동 대신, 예(禮)술 했다. 모임에 참여하는 다수가 관심 예술 분야를 갖고 있다. 음악, 보컬, 글쓰기, 건축, 미술사, 연예기획 등. 가장 많은 흥미군은 음악이다. 음악에 흥미가 있어서 왔습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요. 자기소개 단골 멘트다. 자기가 얼마나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과 밀접한 사람인지를 밝히는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면 모임의 취지가 변한다. 앞으로 예술과 관련된 행사나 활동을 할 예정이라는데, 반신반의다. 예술이 좋아서, 예술인의 소양을 기를 목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다. 모르는 사람과 벌이는 술판이 좋아서다. 


 단체의 목적을 기치한 채, 개인의 목적에 맞게 시간을 보냈다. 저마다 다른 개성의 인물들과 술을 마셨다. 흥을 돋우기 위해 술 게임의 주최자가 되었다. '외국어 사용하면 술 마시기' 게임으로, 생각보다 빈병이 빠르게 늘어난다. 어느 정도 마시면 술잔에서 손을 떼지만, 게임이 알코올 섭취를 강권했다. 언어적으로 완벽히 세계화됐음을 깨달을수록, 정신이 이성과 거리를 벌렸다. 연속으로 게임이란 영어 단어를 말하고, 소맥 반 잔을 연거푸 마셨다. 속이 좋지 않다고 느낀 순간, 기쁨은 고통이 됐다. 미슥거리는 속을 달래고 우버택시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택시를 몇 차례나 멈추고 도시에 대취의 증거를 남겼다. 공공 쓰레기통을 붙잡고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확인했다. 안주를 많이 먹지 않은 탓에 액체가 많이 나왔다. 집에 와서 신음 소리를 뱉다가 잠에 들었다. 눈을 뜨자 끔찍한 고통이 반겼다. 배 속에 폭풍이 쳤고, 머릿속에는 지진이 일었다. 토할 것 같다는 말이 내뱉는 말의 절반 이상이었다. 친구가 끓여준 라면을 한 젓갈 들고, 매스껍다며 식탁을 벗어났다. 게워내는 것이 무서워 침대로 돌아갔다. 전날 실컷 전부치고 양치하지 않은 상태로 잤다. 씻을 필요를 느꼈으나 두통, 복통이 불결함을 압도했다. 


 토하는 일이 거의 없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히 마시고, 사람들에게 조심히 가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편인데 그날은 반대였다. 자리에서 가장 만취했다. 게임을 하면 자제력이 작동하기 전에 손이 간다. 벌칙주는 무조건 원샷이라는 룰 아래에서, 소주의 쓴맛은 혀가 느끼기 전에 목구멍을 지났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유리한 게임이다. 반대로 정신 놓은 취객에겐 불리하다. 정신줄 놓은면 그에 응당한 벌을 받는다. 


 고통과 씨름하는 동안 자신의 자제력을 재고했다. 자제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특히 주석에서의 절제는 군계일학이라 자평했다. 술 한 잔에 얼마, 한 병에 얼마라는 돈 계산이 멈추면 위험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속 마시자 모드가 됐다는 뜻이다. 경제적 부담과, 육체적 부담을 신경 쓰는 이성과 순간의 즐거움, 지금을 즐기는 감성이 싸워 감성이 이기면 줄어든 잔고, 힘든 다음날이란 부산물이 생긴다. 술게임을 탓하지만 전적으로 본인 과실이다. 매 고통의 순간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하지만, 술과 여러 유혹이 다시 청춘의 한가운데 있음을 상기시킨다. 청춘인 것은 알겠지만, 똑똑한 청춘이면 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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