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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17. 2017

비트코인

부자가 되고 싶어?

 2년 전에 본 유머 게시글이 기억난다. 화자는 비트코인 초창기에 야동 구 목적으로 코인 몇 개를 구매했다. 시세가 올라 몇 만 원으로 몇 억을 벌었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3일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이다. 2100만 비트코인이 총량이고, 현재 1700만 개가량이 발견됐다. 네티즌은 채굴을 통해 조금씩 유통 코인을 늘리고 있다. 모든 코인이 발견되는 시점은 2050년쯤으로 예상된다. 2년 전은 비트 코인이 서서히 대중에 알려지던 시기였다. 몇 천 퍼센트의 수익이 야동 구매자를 깜짝 놀라게 하였으나, 지금은 그보다도 훨씬 비싸다. 야동이 불러온 행운이라며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그때가 처음으로 비트코인의 존재에 알게 된 시점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존재를 미리 알았다면... 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 후에도 비트코인의 값어치는 하늘을 뚫을 기세로 올랐다. 2년 전 네티즌의 반응은, '가상 화폐 자체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가치는 유동적이며, 이는 주식과도 유사한 성격'이므로 지금 와서 비트 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지만, 늦은 시기가 아니었다. 아마 그 당시에 전세금을 넣었다면, 나는 건물주가 됐을 터이다. 투자 안목이 부족함을 여실히 느꼈다.


 최근에 한국에도 비트코인 붐이 불었다. 너도 나도 채굴에 필요한 컴퓨터 부품을 샀고, 좋은 재테크 방법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모두에게 퍼진 소스라면 이미 한발 늦은 투자처라는 게 통념이지만, 이번엔 몇 가지 판단 근거로 인해 그 생각을 뒤집었다. 비트 코인의 특징에 주목했다. 기본 수량이 한정되어 있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환율 조작이 불가능하단 점이 구미를 당겼다. 당장 변동할지 모르나,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분명히 오른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주식으로 재미 좀 본 상태로, 자신을 준 프로 투자자라 여겼다. 2년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호주 비트코인 거래처를 검색했다. 늦었다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거라는 생각으로 호주 달러를 환전하려 했다. 그러나 위험하다는 친구의 만류와 협박으로 투자를 포기했다. 이게 3주 전 일이다.


 비트코인의 시세를 보면 재밌다. 어떤 작전주도 이처럼 변동이 심하지 않다. 3주 만에 시세가 반타작 날 지 누가 예상했을까? 만약 만불을 비트코인 구매에 사용했다면 5천 불을 공중에 날린 셈이다. 약간의 조사를 하면 이런 폭락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론 광적인 비트코인 붐으로 인해 버블이 생겼다는 점이다. 아무리 비트코인이라도 합리적인 시세 상승률이 있다. 너도나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바람에 단기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조금씩 거품이 빠지며 합리적 시세로 돌아온 것이다. 두 번째론, 8월 1일 예정된 하드 포크 계획 때문이다. 하드 포크란 1mb의 블록 크기를 두배 혹은 그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하드 포크가 진행될 경우 비트코인당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브랜드가 두 개로 쪼개지는 것과 마찬가지고,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요구가 일어나거나,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드 포크, 소프트 포크 개념도 몰랐고, 단지 한정된 수량이고 장기적으로 시세가 오른다는 확신이 있었다. 만약 그때 과감히 투자를 했다면 대단한 손해를 봤을 터이다. 실물이 있는 게 아니고, 주식처럼 기업이라는 판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 종이 조가리가 될 수 있고, 금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투자엔 많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배웠다. 여전히 거품론과 코인 분할의 위기가 단기간 시세를 떨어트릴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론 높은 수익률을 보여줄 거라 믿는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모텔 대실 비용으로 작은 호텔의 오너가 될 수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제공했다. 8월 1일 날 있을 폭락 후에 어떤 결정을 할지 판단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기회가 앞으로도 유효한지, 그렇지 못 한지 결정해야 한다.


 3년 전 게시글을 관심 있게 읽고, 아직까지 기억한다는 것은 그것이 돈과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돈에 관심이 많고, 노골적으로 친해지려 노력한다. 과한 관심으로 사람들에게 속물, 혹은 몰상식한 인물로 보이기도 한다. 가장 큰 관심사가 돈이라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으면 그 혹은 그녀의 수입에 대해 묻는다. 그쪽 필드에서 종사하는 사람은 이 정도 버는구나 하는 통계를 내고 싶다. 비트코인 시세를 검색하고, 관련 자료를 읽는 것은 황금알에 대한 집착이다. 지금 하는 일은 보수가 쏠쏠하다. 몇 시간 일하지 않고 하루 50만 원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그러나 이렇게 몇십 년을 벌어도 흔히 말하는 '부자'가 될 수 없다. 현재의 루틴에서 부자가 되는 유일한 길은 투자다. 몇 배의 수익률과 복리의 마법을 꿈꾸며 길 위를 배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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