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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19. 2017

내 글이 최고

 내 글에 자부심이 있다. 읽을 때마다 기분 좋다. 내가 썼지만 깔끔하고 맛있다. 분량이 길지 않아 5분을 투자하면 에세이 한 편을 읽을 수 있다. 비슷한 맥락, 패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글을 음식으로 가정하면, 고급 재료를 쓰진 않았지만 감칠맛 나는 음식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명확한 구조, 모든 글을 관통하는 가치관이 보인다. 인간관계론 기본 수칙 중 하나는 자기 자랑을 피하는 것이다. 자기자랑은 적을 만들기 때문이다. 남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알지만, 강한 자기애가 인간관계론의 기본 수칙을 박살냈다. 


 자기애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꾸준함이다. 주변에 글 쓰는 사람이 없다. 주변의 범위를 온라인으로 넓히면 상황은 다르다. 글쓰기 동호회와 글쓰기 플랫폼의 작가들을 포함한다. '글 한 번 써볼까' 몇몇 인물이 동호회와 플랫폼의 문을 두드렸다. 대부분 스쳐지나가고, 소수가 남는다. 글쓰기의 왕도는 따로 없다. 많이 쓰는 것이다. 왕도에서 시작해 거친 비포장도로로 돌아간다. 두 번째 이유는 담백함이다. 감정 과잉, 과한 표현의 글을 보면 민망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가슴 안에 불꽃이 맹렬히 타올라 심연의 자신을 잠식했다. 글쓰기의 치명적인 유혹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결국 내 모든 세상을 뒤집었다.'란 문장을 보면, '글쓰기는 재밌다'로 바꿔주고 싶다. 같은 일이라도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아 그들의 문장에 공감하지 못 한다. 그들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기호 문제다. 단순, 명쾌를 글쓰기 최고 미덕이라 여기며 글을 쓰는 게 같은 맥락이다. 마지막 이유는 관심주제를 다뤄서다. 독자가 되어 자신의 글을 즐긴다. 취향을 저격한다. 2000년도에 개봉한 영화 '왓위민원트'의 주인공이 가진 능력처럼, 읽고 싶은 글만 골라 쓴다. 내가 주체, 객체가 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중과 괴리가 있다. 자주 쓰기 때문에, 개인 블로그나 플랫폼에 일 년간 많은 에세이가 실렸다. 글의 수에 독자 수가 비례하지 않는다. 글이 60개를 넘어가지만 독자는 50명 이하다. 그들에겐 내 글이 재미 없기 때문이다. 정보전달의 역할도 못 하고, 읽는 재미를 주지도 않는다. 플랫폼 메인에 걸린 작가의 개인 페이지를 가면, 엄청난 수의 구독자를 보게 된다. 쓴 글이 나보다 훨씬 적지만, 구독자는 10배 이상이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기에, 아무렇지 않아 하는 한편 의문을 갖는다. 


 인기 글은 항상 완성도와 연결되지 않는다. 메인에 올라간 글은 흥미로운 소재를 연속으로 다루거나, 말장난이나 공감을 유도하는 문장을 자주 쓰거나, 시각 자료를 적극 사용해 글 자체의 디자인적 요소를 극대화한다는 특징이 있다. 많은 조회수를 얻기 위해 글의 컨텐츠보다 배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내 글도 몇 번  메인에 올라갔다. 플랫폼 관리자의 선택과 개인의 만족은 일치하지 않는다. 음.. 이 글이 더 잘 쓴 것 같은데..라며 구시렁댄다. 같은 맥락에서 다른 작가 글을 읽을 때 냉소적으로 변한다. 이 문장은 사족이야. 이 표현은 문맥과 어색해. 이 문단은 없애는 게 글 균형에 도움이 되지. 이 비유는 오버 아니야? 그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쉴 새 없이 지적한다. 


 그래. 내 글이 너무 사적이고,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없어서 조회수와 구독자가 없지. 라는 말은 어쩌면 과장된 쿨함일 수 있다. 글 외의 시각 자료를 첨부하지 않고, 남들이 흥미를 갖지 않을 만한 주제를 다룬다. 너희가 어떻게 생각하던 내가 최고라며 정신승리하는 것일까. 그러나 남의 입맛에 맞춘 글을 쓰려 해도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가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에게 재미 없고 관심 없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누구 맞춰 쓰려다 제풀에 꺾여 나가떨어질 지 모른다. 그저 꾸준히 자신을 만족 시키는 글을 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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