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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27. 2017

왜 나는 돈을 못 모으는 거야?

 24시간이 모자라. 너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선미가 24시간이란 노래에서 빨리 가는 시간을 원망했다면, 나는 빨리 없어지는 돈을 원망한다. 돈 나가는 곳이 많다. 돈은 통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이번 주는 실속 있는 고객이 많아 기대할만하다고 말해도, 은행 잔고를 보고 현실을 깨닫는다. 왜 항상 돈에 쪼들릴까. 열심히 일한 보람이 없군. 매일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남 집 깔끔하게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써도 달라지는 게 없다. 어쩌면 통장이 특별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지도 모른다. 얼마를 벌어도 잔액이 똑같다. 통장을 볼 때마다 신비체험한다. 


 8년 전 11월에 의경 활동을 마치고 전역했다. 사회에서 마시는 아리수는 더 달고 시원했다. 사회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자 전역과 동시에 경제활동을 했다. 주 5일, 하루 9시간 근무로 월 130만 원 정도 벌었다. 수경 월급인 13만 원에 비해 10배 정도 큰돈이었다. 통장에 찍힌 1,300,000이란 숫자를 보고 가슴을 한껏 부풀었다. 카페에서 3500원짜리 커피를 마시고, 유니클로에서 10만 원짜리 코트를 사고, 극장에서 7000원에 영화 보고, 술집에서 3500원짜리 맥주 시켜도 돈이 남았다. 20만 원을 적금으로, 2만 원을 주택 청약으로 넣었다. 주택청약을 넣으며 사회인으로서의 자각을 갖게 됐다. 큰 사치 부리진 못 했지만 할 건 했다. 당시엔 월급 200 정도 받으면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것 같았다. 


 2017년의 내 통장은 기가 막힌 평행감각을 가지고 있다. 올해 1월 1일의 통장 잔액과 반년이 지난 지금의 잔액이 같다. 200 보다 많이 버는데, 되려 1원도 저축하지 못한다. 100을 버나 그 이상을 버나 남는 돈은 비슷하다. 돈을 많이 벌수록 나갈 곳이 많다. 차에, 집에, 보험에, 직원 급여에, 세금에, 품위 유지와 여가 활동에 돈이 빠진다. 어릴 때 놀이터 모래밭에서 하던 두꺼비집 놀이가 떠오른다.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더 아늑하고 튼튼할 것 같은 새 집은 금방 무너진다. 경제적으로 더 튼튼할 것 같은 새로운 환경은 내실 없다. 벌어도 남는 게 없다. 여차하면 무너질 것 같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리차드 기요사키가 말했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직장을 갖고 높은 연봉을 받아도 파산하게 된다. 내 자산관리 능력은 낙제다. 한 달에 1억을 벌어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절약한다고 했는데, 왜 남은 돈이 없지? 길을 잃고 머리를 긁적인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너무 긁어 머리에 빵꾸가 날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가장 크다. 보통 나이가 먹을수록 수입도 는다. 하는 일에 연차가 싸이고, 노하우가 생기면 나은 대우를 받는다. 물론 금전적으로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몇 해 전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들과 어울리려면 괜찮은 식당에 가야 하고, 분위기 있는 술집에 가야 한다. 축하할 일이 있으면 대접해야 한다. 그놈의 체면이 뭔지. 제대로 된 어른을 연기하려면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물가는 또 얼마나 올랐나. 10년 전엔 친구들 만나 노래방 가고, 밥 먹고 술 먹고 2,3 만원을 썼다. 지금은 둘이 밥 한 끼 먹는데 5만 원이다.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려고 하면 또다시 5만 원 정도 든다. 밥 먹고 목 축이면 10만 원이다. 아버지 말대로 나가면 돈이다. 


 매일 돈이 안 모인다고 투정 부리지만, 막상 소비를 관리하려 하지 않는다. 어제 많이 썼으니, 오늘은 집에서 먹자. 한마디 하면 오빠는 왜 이렇게 분위기를 망쳐. 쪼잔해 보인다는 투정을 듣는다. 대범한 사람, 분위기를 읽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갑을 열어둔다. 왜 돈이 모자란 지 알고 있지만,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모르는 척 나는 왜 돈을 못 모으는 거야? 익숙한 대사를 뱉고 신세 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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