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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27. 2017

리니지

리니지로 돌아본 추억 여행

 최근 리니지m을 하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 가량 플레이한다. 자동 사냥 시스템 덕분에, 직접 조작하지 않고 캐릭터 육성이 가능하다. 물약과 화살 구비해서 사냥터에 보내면, 알아서 사냥하고, 돈 벌고, 아이템 수집한다. 아데나 (게임 화폐)가 모이면 그 돈으로 장비를 제작, 강화한다. 친구는 직접 게임하지 않는데 무슨 재미가 있냐 묻는다. 일리 있는 말이다. 왜 재밌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재밌다. 엔씨 소프트가 쌓아온 20년의 노하우가 부리는 마술이다. 1998년에 첫 등장한 리니지는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에 상징 같은 존재다. 바람의 나라와 더불어 최장수 게임이며, 여전히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원작의 성공에 힘입어 여러 시리즈가 등장했다. 리니지 2, 리니지 레볼루션, 리니지 m, 아직 정식 오픈하지 않은 리니지 이터널까지. 리니지는 엔씨의 역사다.


 리니지와 접점이 있다. 10대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리니지를 하기 위해 피시방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동시 접속자가 많은 주말에는 게임 접속에만 2,30분을 썼다. 당시 리니지는 신규 가입 시에 3일 무료 체험 기회를 줬다. 어머니는 게임에 돈 쓰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3일 동안 키우고, 새로운 계정 만들기를 반복했다. 이렇다할 장비를 맞출 수도, 20 레벨을 넘기지 못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고,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며 어머니 손을 벗어났다. 이혼한 부모님은 따로 사셨다. 매달 10만 원을 용돈으로 받았다. 그 돈은 리니지 계정비가 됐다. 엔씨 소프트는 사람을 끄는 방법을 알았고, 그들의 낚싯대에 꽂은 미끼를 물었다. 파닥파닥 몸부림쳤지만, 그럴 수록 바늘은 깊숙히 박혔다. 현질이란 것도 시작했다. 장비를 맞추고 마의 구간인 레벨 20을 돌파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아이디는 푸른빛을 뗬다. 파란 아이디는 강함의 상징이었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셀로브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자 성취감에 벅찼다. 게임만 하고 살고 싶었다. pc방 사장을 장래희망 중 하나로 고려했다. 수업시간엔 리니지 가이드북을 읽었다. 모든 생활이 리니지에 맞춰졌다.


 현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정을 도둑맞았다. pc방에 설치된 해킹 프로그램에 계정 정보를 노출했다. 본인 명의 주민등록 번호가 아니어서 되찾을 방법이 없었다. 분노하는 한편,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며 안도했다. 게임에 생활을 잃는다는 자각이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며 개인 시간이 줄었다. 게임을 하긴 했으나 리니지에는 다시 손을 대지 않았다. 인생막장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 해가 지났지만 리니지의 인기는 여전했다. 다만 게임이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소위 말하는 린저씨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린저씨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고급 장비를 맞췄고, 혈맹을 만들어 사냥터를 독점했다. 경쟁자의 출현을 싹부터 막았고, 꾸준히 진입장벽을 높였다. 게임 공략법을 속속들이 파악한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또한 작업장이라 불리는 노가다 계정들 탓에 게임 아이템의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장시간 노가다를 해서 희귀 아이템을 먹는다고 해도, 현금화하면 별 볼 일 없는 것이었다. 돈 없으면 못 하는 게임이 된 이후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십 년 이상 남이었던 리니지와 다시 접점이 생겼다. 엔씨 소프트 주식을 몇 개 사면서 부터다. 엔씨소프트의 주주로서 회사 최대의 기대작인 리니지m을 모니터링할 필요를 느꼈다. 게임의 흥망성쇠에 의해 내 돈의 행방이 결정된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 핸드폰에 게임을 다운로드하였다. 원작 리니지를 충실히 반영한 덕분에 게임성이 높았다. 튜토리얼이 지루하지 않았고 유용했다. 지나온 세월을 반영하듯, 몇 시간 만에 레벨이 45가 됐다. 초창기에는 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호렙(레벨 40 이상, 혈맹을 통하지 않고 직접 호칭을 지정할 수 있는 레벨)을 손쉽게 달성했다. 작은 핸드폰으로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아마 오래지 않아 가상현실 버전의 리니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내 동작을 인식한 기계가 가상 세계 위에서 움직임을 만든다. 칼질하는 흉내를 내면 가상의 내가 몬스터를 향해 칼을 휘두른다. 다시 한번 세월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아 예전에는 조그만 핸드폰 화면에서 게임한다고 좋아하던 때가 있었지..  하고 독백할지 모른다. 리니지는 인생의 분기점 같은 존재가 됐다. 격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던 어린 시절. 쳇바퀴 돌듯 저렙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 안에 재미를 찾았다. 청소년 기에 인생의 쓴맛을 알려준 해킹 사건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과거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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